좁은 문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6
앙드레 지드 지음, 이충훈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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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에 깊히 몰입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라는 것은 어쩌면 속박의 굴레처럼 보여졌고, 종교라는 굴레로 인해서 금욕적인 생활을 이어감으로써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맞보는 연인의 이야기는 정말 한없는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  과연, 이렇게 서로에 대한 깊은 마음만을 이어가다가 공허하게 그 사랑이 사라진다는 것이 종교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일도 맞는지 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해서 내가 읽은 [좁은 문]은 종교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관해 비판적인 눈이 되도록 했다.

책에 등장한 목사의 말씀은 처음 읽었을때에는 참으로 옳다고 생각했다.
“넓은 길은 편히 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지요. 그러나 천국에 결코 이르르지 않습니다.”
옳소이다. 나 또한 넓은 길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좁은 길은 압력으로 당신을 매우 조이는 힘든 길이기 때문에 매우 적은 사람들만이 이 길을 택합니다. 그러나 천당에 이르르게 됩니다.”
그럼 나는 당연히 좁은 길을 택해서 좁은 문을 열고 넓은 천당의 세계로 가길 희망했다. 주인공도 나와 같았나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촌누이 알라사를 사랑하면서도, 같은 종교를 믿으면서 서로 같이 좁은길을 걸으며, 서로에 대한 좁은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알라사의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제롬은 그의 사랑을 공허하게 떠나보낸다. 차라리 미치도록 사랑하며 결혼해서 떠나보내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을... 알라사와의 사랑이 그렇게 끝나고, 제롬의 참을성있는 행동은 단지 쓸데없는 짓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직 어린 소년, 소녀의 대화가 너무 진지하다 싶을 정도였으나, 그들이 믿는 종교가 그들을 얼마나 비극적으로 만들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릴적부터 그렇게 종교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 그랬던 듯 하다. 항상 서로에게 기다릴께라는 말만 하면서, 서로에 대해 참고, 또 참으며,  사랑을 키우고, 그 사랑을 억누르며 속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힘든 사랑의 열정을 참아 속에 쌓아둔 채였건만,  사랑의 상대는 마주볼 수도, 소리라도 들어볼 수 없는 하늘로 가버렸으니....  알라사가 그렇게 된 것은 사랑이란 열병으로 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종교적인 순종과 반발 사이에서 겪은 커다란 갈등을 이 책에 표현함으로써, 종교인에 대한 이상이 완전히 사라짐을 느꼈다. 독실한 신자에게 이 책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인 책이라고 볼 수는 있다. 그들은 차라리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슬픔이 가해진다. 참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슬픈 비극으로써 작가가 일깨워줌을 고마워하면서도 그가 가져다준 슬픔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이다. 좁은 문이 천국으로 가는 길임을 과연 누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일까? 좁은 문은 그냥 톨스토이 문학에 등장하는, 땅에 대한 욕심을 부려 끝까지 견디고 삽을 끌어서 결국 제풀에 지쳐 죽은 남자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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