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달라이 라마 자녀교육법
슈테판 리스 외 지음, 박규호 옮김 / 현문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가 4학년 초에  용돈 기입장을 사겠다고 해서 부록으로 받았던  수첩을 하나를 내밀었었다.  구지 용돈을 들여 금전 출납부를 사지 말고 입금, 출금만 위에 써서 용돈 기입장을 하라며...  그 빨강색 표지의 예쁜 수첩을 며칠 전에 발견했다.    거기에 아이의 비밀 일기 한 가지가 적혀 있었다. 

 비밀 일기

오늘 너무 억울한 일이 있었다.  엄마가 너무 논다고 아이스크림같다가 내 머리를 픽 치고

거기다가 책상에 걸려 넘어졌을 때 다른 엄마같으면 와서 괜찮냐고 할 걸 가지고

욕만 먹었다.  거기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와서 볼을 쳤다.  날짜를

바꾸고 게임을 다운받았덴다.  난 전혀 그런 적이 없는데... 너울 억울하다.  이런 엄마가

너무 싫다. 

요즘엔 나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는 듯 하다. 

엄마가 너무 야속하다.       
 

가슴이 화닥거렸다.  글만 봐도 그 날의 상황이 떠올라서...  

회사를 다니던 나는 아이가 잠도 안자고 게임을 하는 것을 인터넷 프로그램 다운 목록에서 몇 백개의 숨겨진 게임 다운 파일을 발견하고는 알았다.  직장 다니랴, 집안 일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다 믿고 있던 아이에게 생긴 배신감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로 인해  아이를 못 믿게 된 것은 물론 사이도 무척 나빠진 시기였었다.  그 이후 있던 일이니 아이에게는 참으로 억울할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그 때 많이 속상했지?"

"네."

"흠.  미안하다.  엄마 성격이 급해서...  널 무척 사랑하는데, 방법이 틀렸던 것 같다."

"엄마는 그게 언제일인데요.  다 잊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하하하."

"지금도 억울한 것이 혹시 많니?"

"아니요.  지금은 뭐 엄마한테 그 때 그 때 다 말하니까요.  가끔 대드냐고 엄마가 꿀밤은 때리셔도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분명 안심할 때가 아니고, 또 아이에게 급한 성격으로 화내게 할 것이 분명한데도 안도의 한숨이 나갔다. 

사랑한다는 표현 한 마디를 하더라도 꼭 안아주며, 눈을 마주치고 하는 것과, 어제처럼 내 볼 일이 바뻐서 눈도 맞주치지 않고"사랑해.  학교에서 재미있게 지내다 오렴."은 분명 관심의 정도가 틀려 아이가 알 텐데도 말이다.       

아이가 2학년 때부터 각종 교육서를 접하며 알게 되었던 중요한 사실. 아이가 억울한 일이 있을 경우 계속 참다가 결국 성질 급한 나와 감정적으로 단절을 느낄 듯 하여, 본인이 억울한 일은 내게 즉시 이야기 해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성격 여린 아이가 전부 표현하지는 못하고, 또한 엄마인 내가 아니라고 우기면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 때 그렇게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지만, 믿어주지 않아 심히 억울했겠지. 

자식을 키울 때 도 닦는 심정으로 해야된다고 했지만, 부모라고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책 "달라이 라마 자녀교육법"에서 이르듯 자신의 감정때문에 때로 아이를 심하게 대하고 있는 적이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며, 그렇게 감정이 나올 때면 책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거나, 손가락 요가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나는 기독교 신자이다.  가끔 빠지기도 많이 하는 열렬한 신자와는 먼 태도를 가졌으나, 분명 예수님과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살아가고 있는 신자.  불교를 믿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이해와 사랑을 읽어내며, 나는 중요한 말 사이 사이 포스잇을 많이 붙여둘 수 밖에 없었다.   

몽골어로 달라이 라마는 '큰 바다와 같은 스승'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는 불교국가인 티베트에서 최고의 세속적 지위를 지니고 있으면서 종료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처와 비슷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첫 머리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있듯이, 책속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환생, 윤회, 티베트의 정치상황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긍정심리학의 키워드인 '깨어 있기', 즉 불교에서 말하는 정념.  나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기로 나는 명명했다.  가족의 전반적인 체질을 강화시킬 수 있는 원리를 자녀교육에 접목하는데 주력해주는...

무엇보다 기억해야할 것은 여유로운 생활태도를 지닌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개 행복하고 여유롭게 인생을 살아간다고 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읽는 주 내내 생각해보니 나는 참 마음이 편했다.  불편하고, 욕심많고, 혼란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덕분에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책속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10분정도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다 그러는 것인지... 청소에, 주문할 책 목록에, 아이 학교 활동 일정까지 별별 생각이 머릿 속을 쉴 새 없이 떠도는 것이었다.  30초도 나 자신을 응시할 수 없다니.... 앞으로는 점점 시간을 늘려갈 수 있도록 훈련에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급한 성질 때문에 아이에게 문득 문득 화를 낼 때마다 남편이 외려 화를 내고는 했다.  왜 좀 더 기다려주지 않고, 좀 더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느냐고...  그 순간 평소에  자상하기만 한 남편이 화내는 모습이 낯설어 말문을 닫았는데, 이제는 진짜 바꾸고 싶다.  내 아이가 느낄 여러가지 감정에 대해 바로 생각해 봐서 후회의 강에 정처없이 둥둥 떠다니고 싶지 않다.  이제는 잔소리꾼 엄마라는 꼬리표도 바꾸고 싶다. 

이 책은 읽기에 참 가벼웠으나, 나는 쉬이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붙잡고 있었다.  내용의 무게는 나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나에게 가족과의 생활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마음의 정념을 어떻게 다스릴지가 너무 커서였다.  인격적으로 덜 숙성한 난 오늘도 아이와 한판의 전쟁을 치뤘으나, 이제는 조금 피할줄 아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거기에 마음을 다해 사과 전화도 했다.  내 맘 편하자고 한 일이기 이전에 내 가장 소중한 보물같은  아이의 맘부터 꼭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아인 아이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들은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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