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지음 / 다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게 되면 습관적으로 책의 앞과 뒤를 먼저 본다. 책날개에 쓰여 있는 저자 소개 글과 출판사를 살펴보고 몇 쇄인지 본다. 이렇게 책의 첫인상을 받는다.

작고 아담한 책이다. 노랑과 초록의 유채 물감으로 그린 듯한 표지가 싱그럽다. 저자 김성민(민님)의 읽고 쓰는 '시간의 기록'을 오롯이 이 책에 담아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예술적으로 배열된 한 줌의 단어들로 시간을 멈추는 일은 분명 마법과도 같다. 그것은 장소, 사람, 상황, 그 모든 특수성과 차원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변화시킨다.'라고 줌파 라히리는 말한다.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독서>에는 다양한 책의 서평이 실려있다. 모든 글은 일종의 자서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평도 그렇다. 저자의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서평과 연관된 일상 이야기가 잘 조합되어 있다.

글을 읽다가 완벽과 결핍에 대해 생각해본다. 행복한 삶을 다룬 이야기는 큰 감흥을 주지 않듯이 고전 명작은 대부분 결핍이 바탕에 깔린 비극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상의 모든 욕망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완벽해 보이는 삶에도 결핍은 있게 마련이고, 그 결핍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우리 삶은 필연적으로 결핍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

박경리의 "내가 행복했더라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화가 툴루즈 로드 레크의 "나의 다리가 조금만 길었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18세 때 끔찍한 전차 사고로 평생 불구자가 되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

이처럼 억압과 결핍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하고 글쓰기나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촘촘하고 밀도 높은 글이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에서 오는 사고의 확장이 돋보인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은 비록 부질없을지라도 모든 애서가들의 공통된 열망일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이 독서로 치환되듯이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소설가 성석제의 말처럼,

'책은 진정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통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 지도 모른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통찰과 역설 - 본질을 알면 모순이 보인다
천공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함량미달인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지돈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장르소설을 읽었다. 장르소설은 뛰어난 흡인력과 팽팽한 긴장감이 묘미다. 처음부터 의문의 수수께끼로 시작해 결말에 이르러서야 사건 전모가 드러나는 반전 쾌감도 좋다. 이 소설도 전형적인 장르소설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디 아더 피플 -The other people>은 불법 웹사이트다. 남들이 당한 억울한 일을 대신 해결해 주는 곳. 단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다. 대가 요청을 거절하면 또 다른 대가가 따른다. 살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숨어지내야 한다.

게이브는 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중이다. 앞에 낯선 차를 타고 가는 딸 이지를 본다. 불길한 예감에 차를 쫓아가지만 놓친다. 집으로 전화를 한다. 경찰이 전화를 받았고 아내와 딸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조금 전에 딸 이지를 보았는데 죽었다니,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이브는 딸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딸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누가 왜 죽였을까?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때 과도한 집착은 광기로 이어지고 광기는 복수를 부른다. 아버지를 살해한 자를 찾아서 죽여달라고 한 의뢰인이 있고,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여달라고 한 의뢰인도 있다. 이런 악의적인 연결고리를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 이 소설의 줄거리다.

초반에 궁금증이 난무하더니 후반 들어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된 환상적 기법은 개연성이 모호하고 부분적인 디테일도 허술하다. 결말은 개운하지 않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남긴다.

대표적인 몇가지

1.게이브는 아내와 딸이 살해 당했다는 말만 듣고 장례 치르기 전까지 시신 확인을 안했는데 이게 보편적 설득이 가능한가?

2. 이지가 가지고 있는 돌멩이와 소라고동은 어디서 났을까? 진짜 궁금하다.

3. 이사벨라는 과연 끝까지, 식물인간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1 창비세계문학 79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1936)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대표작 <염소의 축제> 권력 구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개인의 저항과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는 권력과 욕망을 치밀하게 그려낸 정치색이 짙은 작품이다. 요사는 "만약 불구덩이 속에서 내 작품 중 하나만 구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작품을 택할 것이다."라고 할 만큼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다.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여러 인물들의 대화와 상황이 복층적으로 전개된다. 이를테면 A와 B의 대화에서 A와 C, 혹은 C와 D의 이야기가 행간 구분 없이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사건과 등장인물들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맥락을 놓치게 된다.

시대 배경은 1950년 전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페루의 '마누엘 오드리아' 체제에서 일어난 정치적 탄압과 성적 타락, 부정부패가 만연한 암울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두 권에 걸친 길고 복잡한 줄거리를 요약하면,

언론사 기자 싸발리따는 과거 아버지 운전기사였던 암부로시아를 우연히 만나 까떼드랄 주점에서 대화를 나누며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싸발리따는 부유한 중산층 출신으로 대학에서 반독재 공산주의 운동에 가담하다가 체포된다. 사업가인 아버지 페르민은 오드리아 정권과 결탁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싸발리따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풀려난다. 이후 아버지와 정치노선이 다른 싸발리따는 기회주의적인 아버지의 정치 행보에 반기를 들어 집을 나온다. 대학을 그만두고 언론사에 취직하여 자유분방한 보헤미안적인 삶을 살아간다.

오드리아 최측근 까요는 보안 총국 책임자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가 반체재 세력들이 일으킨 혁명 진압 실패로 쫓겨난다. 싸발리따는 까요의 정부 라무사 살해 사건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 암부로시아의 은밀한 관계, 라무사가 아버지를 협박한 이유 등 라무사의 죽음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이 드러난다.

독재자 오드리아 정권의 권력 내부 실상과 싸발리따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통해 당시 페루의 정치 사회에 만연된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다채로운 서사와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은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정치적인 소설을 유머러스하게 쓰면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진 요사는 이 작품(1969)을 시종일관 진지하게 썼다. 그러나 이후 작품들을 보면 분위기를 전환하여 농담과 익살로 가득하다.

요사의 주요 작품들 중, 페루 국경지역에 주둔한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설치한 '성 위안부'와 군부를 교묘하게 조롱하며 유머러스하게 쓴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14살 연상인 친척 아주머니와 두 번째 결혼한 자전적인 이야기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염소라는 별명을 가진 도미니크 공화국 독재자의 최후를 그린 <염소의 축제> 모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지리적 위치와 인종, 문화가 다르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는 국경을 초월한다. 남미 문학의 특수성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은근한 중독성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