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가을을 맞이하여 사회학 책을 하나 읽고 싶어서 선택한 <카트 읽는 남자>입니다.


사회학 하면 좀 어렵다는 느낌이 종종 들지만, 그래도 알고 나면 뿌듯함이 있는 분야라 조금씩 도전하고 있답니다. ^^



저자 보다는 제목에 이끌러 선택한 이 책은 '슈퍼마켓에 쇼핑하러 온 사람들의 카트 속의 물건을 유추해 그들의 성향을 알아내거나 사회적 계층을 알아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째 비슷하게 맞췄더라구요.^^


이 책의 저자 외른 회프너는 2013년 '사이언스 슬램'이라는 과학 강연 대회에 '왜 누구도 사회학자들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가'라는 테마로 참가하였고, 2015년에는 '광역 열차 속의 사회학'이라는 주제로 우승한 독일의 사회학자입니다.


'사이언스 슬램' 강연 대회는 제한 시간 10분안에 자기 연구 주제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강연하기를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그 대회에서 우승한 그의 강연을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사회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셈이지요.



1장에서 자신이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어린시절의 일화를 예로 들며 이야기하고 있고, 2장에서는 인간이 절대적으로 개별적 존재라 여겨지는 것에 대한 반박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끝없이 개별적 존재가 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상반되게도 사교성, 사회적 접촉 혹은 유대와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0가지 범주로 인간을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타인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으로 슈퍼마켓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슈퍼마켓은 사회의 배양접시예요."


슈퍼마켓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공간이면서, 관찰당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사회환경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제 4장부터는 본격적으로 10가지 집단에 대해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동차를 끌고 온 여성을 통해 사회의 평균을 맞추는 중산층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무화과잼을 찾는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청년을 통해 경계에 구애 받지 않는 힙스터를, 다른 사람의 쇼핑에 대해 지적을 하는 환경주의자 부인을 통해 자유주의자들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도 보수적-기득권층, 잘난 체하지만 불의에 맞서는 인문주의자인 진보적-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 불안정층 등을 보여주는데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이들 계층이 보여주는 모습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들이 속하는 계층이 달라짐을 알 수 있었는데요. 서로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며 결국은 서로 절충하며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새삼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책의 번역투가 가독성있게 책을 읽어나가는 것을 중간중간 막아서 빨리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10가지 사회환경 속의 다양한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고,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 만큼 좀 더 유연한 사고로 사회를 볼 필요도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외른 회프너의 계층 분류법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저자 또한 인간이기에 틀릴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기는데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계층을 슈퍼마켓에서의 단편적인 모습을 통해 공통의 특성을 찾아 분류해내는 사회학자의 모습이 인상깊었고,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하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