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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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최고로 칠만하지 않나 싶다. 발간 1년만에 6쇄를 찍은 것으로 나오는데, 충분히 그만한 주목과 인정을 받을만한 저술이다. 


제목으로는 심심한 <사람, 장소, 환대>를 키워드로 '사람됨'의 개념을 '성원권'의 확보란 문제로 조명해준다. '사람'이란 '장소(place 혹은 position)'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그에게 허용하는 위치와도 직결된다. 이는 곧 사람들이 위치의 인정과 확인을 위해 수행하는 수많은 상호작용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만든다. 그리고 그 위치를 허락받지 못한 이들, 혹은 그 위치의 상승과 하강에 결부된 다양한 이슈를 들여다 볼 이론적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풀어가는 개념의 신선도도 탄복할만하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문장은 이음매 없이 매끈하고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좋은 적절한 호흡감이 있다. 


그는 주로 어빙 고프만의 작업을 주된 이론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 고프만은 이제사 찾아보는 이들이 꽤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사람의 연기(performance)를 중요한 사회학적 개념으로 삼아 여러 저술을 남겨놓았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분석이 대체로 사회적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을 띠고, 기성 구조의 이탈이나 해체를 주요한 대안의 방향으로 상정한다면, 고프만의 논지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행성(저자가 '그림자'로 프롤로그에서 탁월하게 비유한)이 산출하는 관계성(매너, 명예 등의 미시적 관계에서 발견되는)이 중요하다고 보아 이를 재평가하고 재구성하는 방향에 시사점이 많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자신의 이론적 측면을 소상히 정돈한 다음, 이 관점을 인격의 문제, 우정의 문제, 환대의 문제, 신성함의 문제 등에 적용해 보인다. 이 각각의 주제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첨예한 사회적 현안이 되어 있던가, 아니면 이론적으로 뜨겁게 토론되고 있는 이슈들이다. 저자는 목소리 한번 드높이는 일 없이 이 복잡한 문제들을 장악한다. 매우 많이 배우고, 수긍했다. 아마 이런 주제에 대한 논의에 고프만을 참고하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김현경을 그 대표적 레퍼런스로 많이 소환하게 될 것이다.     

(데리다에 반대하며) "절대적 환대가 타자의 영토에 유폐되어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즉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환대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환대는 실로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환대에 대한 질문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환대는 공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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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작년에 읽었는데 ( 올해 읽었던가 ??! ) 하여튼 그해의 최고작 1편으로 선정했습니다. 압도적입니다..

erasmus 2016-07-24 20:00   좋아요 0 | URL
책이나 영화나 아예 초반에 보지 않으면 좀 묵혀두었다가 찾아보는 편이라 좀 늦었네요. 그래도 매우 만족스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