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뿔이다 - 어느 헤겔주의자의 우리 철학 뒤집어 읽기
전대호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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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마음에 든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철학과 대학원으로 가 칸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로 건너가 헤겔 공부를 했으나 학위 취득에는 관심이 없이(?) 공부만 하고 돌아왔다. 귀국 후 영어와 독일어로 된 과학책과 철학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일찍 시인으로 등단했었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진실이라면 뭐 이렇게 괜찮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다 있냐 싶다.  


책 내용이 마음에 든다. 일단 이 책은 국내의 현존하는 명망가들을 다 까겠다는 기세로 쓴 책이다. 김상봉, 이진경, 김상환, 이어령을 대놓고 실명비판 하고 있고, 그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가끔은 잊혀가고, 종종 오해받고, 자주 무시당하는 헤겔의 철학을 새롭게, 쓸모있게, 재미있게 복권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책이다. 원래 책 제목을 '철학은 개뿔이다'라고 하려 했다는데, 정말 그래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출판사가 그만큼 객기를 부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나는 이 책의 알라딘 북펀드 과정에 참여했다. 손해보지 않을만큼 팔리긴 한 모양인데, '개뿔'이라고 했으면 분명 더 팔렸을 것이란 쪽에 5,000원 건다. 철학을 너무 고상한 언어로만 다루는데, 패기와 박력으로 대결하는 모습도 종종 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과 저자에게 아낌 없는 '좋아요'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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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문학은 이상하게 실명 비판을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비평의 본질은 실명 비판이 아닐까요.

cyrus 2016-07-1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말씀이 맞습니다.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문제점을 따지는 학자나 비평가들은 결국 문단, 학계라는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노는 상황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