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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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가봤지만 하와이가 최고더라." 얼마 전 여행이 취미인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하와이에 가본 적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하와이가 얼마나 좋기에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고 하는 걸까.


마침 하와이의 최신 여행 정보를 담은 책 <셀프트래블 하와이> 2020-2021 개정판이 나와서 읽어보았다. 여행 작가 정꽃나래, 정꽃보라 자매가 공저한 이 책은 2019년 9월까지 취재한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 친자매인 두 저자가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봤거나 현지인에게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하와이는 단일한 섬이 아니라 132개 섬으로 구성된 제도다. 이 중에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하와이 여행의 핵심으로 불리는 오아후를 비롯해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 라나이, 몰로카이 등 6개 섬이다. 니이하우는 섬 전체가 개인 소유이고, 카호올라베는 미군의 연습기지로 사용되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다.


책에는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의 최신 여행 정보가 나온다. 하와이 최대의 관광지인 오아후는 하와이 왕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국적인 풍경과 해변에 늘어서 있는 고층 빌딩과 호화 리조트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아후 남부에는 하와이의 중심지로 불리는 호놀룰루가 있다.





하와이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도 나와 있다. 하와이 여행의 최적 일정은 어느 정도일까. 저자는 오아후섬만 충분히 돌아본다고 해도 4박 6일은 족히 소요되며, 인근 섬을 돌아볼 경우 2,3박은 추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와이의 겨울은 11~3월이며, 겨울이라고 해도 한국만큼 춥지 않고 스콜성 소나기가 내린다.


하와이는 미국 영토다. 그러니 미국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비자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신청해 발급받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ESTA는 출국 72시간 전까지 신청을 마쳐야 하며,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3시간~3일 이내에 발급된다. 하와이 여행 시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동선이 단순한 경우에는 버스, 트롤리, 대여 자전거로도 충분하다.





볼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은 하와이에서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라고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비치에서 물놀이 즐기기이다. 하와이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와 새하얀 모래가 사각사각 밝히는 해변이다. 세계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하와이의 해변에서 즐거운 물놀이를 즐기거나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을 것이다.


둘째는 고대로부터 내려져 오는 하와이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하와이는 300년 경 폴리네시아인이 상륙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95년 카메하메하 왕이 하와이 왕국을 수립했고, 이후 하와이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배우면서 훌라 댄스, 우쿨렐레, 꽃목걸이 레이, 라우하라 위빙 등 하와이의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와이 여행의 핵심으로 불리는 오아후에서 저자가 특별히 추천하는 명소는 어디일까. 첫째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와이키키 비치'이다. 와이키키는 하와이 원주민어로 '분출하는 물'을 뜻한다. 원래는 하와이 왕국 시절 왕족이 건강을 돌보는 용도로 사용했던 곳이며, 이후 인공적으로 해변을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해변도 아름답지만 인근에 유명한 숙박시설과 쇼핑시설이 많아서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둘째는 오아후의 심벌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헤드'이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30만 년 전 지금의 오아후섬을 만든 화산 분화가 일어났을 때 만들어진 산이다. 현재는 화산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휴화산이며, 산세가 멋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높이라서 가볍게 등산을 즐기며 오아후섬의 풍경을 둘러보고 싶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여행 가이드북에나 다 나오는 정보 말고, 하와이 여행 전문가인 저자만이 아는 여행 정보도 나온다. 이름하여 '나만 알고 싶은 하와이의 숨은 명소'! 이 중에서 나는 하와이 대학이 관리하는 수목원에 눈길이 갔다. 하와이 대학이라면 <랩 걸>을 쓴 호프 자런이 재직했던 대학이 아닌가! 책에 분명 하와이 대학 수목원에 관한 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책에 하와이 대학이 관리하는 라이언 수목원이 멋지다는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하와이 로컬 먹거리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하와이에선 원주민 음식, 미국 음식, 이민자 음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음식이 하와이 현지인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 로코모코다. 이 밖에도 갈릭 슈림프, 포케, 아사이볼 등이 유명하며, 대체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 고기, 생선 들을 듬뿍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양이 푸짐하고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하와이 하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미국령답게 모르면 큰일 나는 법률과 규칙이 의외로 많다. 교통 규칙이 특히 그렇다. 2019년 7월 1일부터 보행자용 신호등이 깜빡일 때 걷기 시작하면 13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적발 시 15~99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단, 긴급 연락번호인 911을 사용할 때는 위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스마트폰이 아닌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노트북을 사용하는 경우도 같다.


횡단보도 이외의 도로를 건너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13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운전자가 운전 중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147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 호텔이나 콘도미니엄 베란다에 젖은 수영복이나 비치타월을 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공공장소에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이 밖에도 미리 알아두면 유용한 사항이 많이 있으니 여행 전 반드시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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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던지는 위험 - 예측 불가능한 소셜 리스크에 맞서는 생존 무기
콘돌리자 라이스.에이미 제가트 지음, 김용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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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를 기억하는지. 2001년 조지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한 콘돌리자 라이스는 2005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취임해 2009년까지 재직했다.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콘돌리자 라이스처럼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전공을 정치외교학으로 정하기도 했다(아~~ 옛날이여~~). 그런 콘돌리자 라이스의 신간 <정치가 던지는 위험>이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 및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 공동 책임자이자 정치학 교수인 에이미 제가트와 공저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신기술과 이에 힘입어 새롭게 등장한 정치 세력들로 인해 기존 정치가 한층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와 기업, 조직, 개인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오늘날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또는 녹음기, 그리고 SNS 계정만 있으면 누구든 문제를 고발하고 화제를 만들 수 있다. 책에는 한 쌍둥이 엄마가 샌디에이고 씨월드의 범고래 쇼의 실체를 목격하고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해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씨월드의 주가가 폭락하고 경영진이 교체된 사례가 나온다. 비슷한 사례가 한국에도 많다. 모 항공사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오너 일가 또는 사장, 상사의 갑질이나 폭행 장면 등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녹음한 것이 인터넷상에 퍼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해당 기업의 경영이 악화된 경우가 왕왕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적 위험을 방지하거나 정치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치적 위험을 관리하는 데 실패한 씨월드의 사례와 정치적 위험을 관리하는 데 성공한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위험 관리 방법을 소개한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법은 '함께 커피 마시기'이다. 상대가 소비자든 직원이든 결국은 인간관계다. 인간관계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고, 믿음을 쌓으려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위험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비자 또는 직원들과 직접 만나 유대관계를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방법은 '용기 있는 행동에 보상하라'이다. 좋은 조직은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말단 직원이라도 손을 들고 "여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고, 그가 지적한 문제가 받아들여지고 해결되는 조직이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조직은 일정이나 예산 등을 핑계로 그러한 지적이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용기 있게 반대 의견을 내놓았을 때 오히려 포상이 주어지는 조직이 정치적 위험이 덜 발생하거나 정치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훨씬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 및 조직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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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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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헤어지는 일이 그렇게 힘들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 타 지역에 사는 사촌 형제들을 만나면 몇 날 며칠 뒤엉켜 놀다가 울면서 헤어졌다. 엄마나 아빠의 친구 모임에 따라가서 만난 또래 아이들과는 처음에만 좀 서먹하지 나중에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헤어질 때 서로의 부모님이 겨우 떼어놓아야 할 정도였다(지금은 그들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도 같은 반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울면서 헤어졌던 기억이 있는데, 중학교 졸업식 때는 몇몇 친구들과만 아쉬운 감정을 나눴고,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 때는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컸다. 지금 헤어진다고 영영 헤어지는 게 아니고, 이참에 정리될 관계는 정리되고 정리되지 않는 관계는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어른이 된 지금 이별을 매번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회복력이 약해지는 것처럼 마음의 회복력도 약해져서, 어떤 이별은 날이 갈수록 아프고 쑤시고, 또 어떤 이별은 영영 낫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페터 한트케의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의 화자인 '나'도 그런 이별을 맞은 상태다. '나'는 어느 날 아내 유디트로부터 이별을 고하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 갑작스러운 이별 선고에 '나'는 우선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가, 점점 슬픔을 동반한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나중에는 수치도 잊고 엉엉 운다. 잘 놀던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처럼. 다정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한동안 그렇게 울던 '나'는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찾아 미국으로 간다. 미국에서 '나'는 아내가 거쳐간 도시와 호텔을 전전하지만 번번이 간발의 차이로 아내를 놓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예전 여자친구 클레어와 그녀의 딸 베네딕틴과 자동차 여행을 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동생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나'의 머릿속에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끓었다가 가라앉는다. 처음에는 자신을 헤어진 아내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는 처지로 만든 아내를 미워하고 원망한다. 자신을 낡은 호텔에서 자위나 하는 신세로 만든 아내를 때리고 싶고 죽여버리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점차 '나'는 아내가 자신을 떠난 이유를 짐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아내가 곁에 없는 지금은 주로 혼잣말을 하지만, 아내가 곁에 있을 때는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을 모두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아내가 잠자코 자신의 말을 들을 때는 만족했지만, 아내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증오심을 품었다. 그 시절 '나'는 아내를 아무런 생각도 해석도 해서는 안 되는 존재, 남편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의문 한 점, 불평 한 점 없이 얌전히 따라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나'는 비로소 아내가 '나'에게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떠난 이유를, '나'의 추적을 경멸하는 이유를, 총으로 위협하면서까지 경계하는 이유를 납득한다. 이런 '나'를 그동안 참아준 아내가 더없이 사려 깊은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된다.


"유디트에게서 변화가 일어나는 기미가 가끔 눈에 띄던 초창기만 해도 나는 비교적 쉽게 해석들을 내뱉곤 했어. 심지어 그런 해석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고. 유디트 또한 그것을 이해했지. 다만 그녀가 해석을 잘못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그것이 바로 해석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증오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지." (131쪽)


"그 순간 내가 그동안 유디트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로 여겨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 그녀의 얼굴은 점점 사려 깊게 변해갔지만 정작 나는 그 사려 깊음을 읽어내지 못했던 거야." (136쪽)


마침내 아내와 재회한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고령의 영화감독 존 포드를 만나러 간다. 유디트는 '나' 대신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포드 감독의 말버릇을 이상하게 여기며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포드 감독이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함께하는 공적인 행동의 한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일인칭은 한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대표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96쪽) 결국 이 말은 온전한 단독자로서 존재하는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은 타자를 통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닐까. 타자 없이는 나도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만큼이나 타자를 존중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소설의 초반부에 '나'는 뉴욕 인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하다가 "반창고를 보는 것과 혼잣말을 생각하는 것"(14쪽), 이 두 행위가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반창고를 본다고 상처가 더 빨리 낫지는 않는 것처럼, 혼잣말을 한다고 현실에 극적인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다. 자기 몸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보는 눈을 들어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여다본다면, 혼잣말을 하는 입을 멈추고 거리로 나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 본다면, 그때는 어떤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새로운 나와 만나기 위해선 과거의 어리숙했던 나와 이별할 필요가 있을 터.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에는 영영 익숙해지지 않겠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이별은 성숙한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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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1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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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재즈 플레이어'를 꿈꾸는 일본인 청년 미야모토 다이의 도전과 모험을 그린 만화 <블루 자이언트>의 후속편 격인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이 출간되었다.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의 배경은 유럽으로, 같이 밴드 활동을 했던 멤버들과 헤어져 혼자가 된 다이는 유럽 중에선 그래도 독일이 가장 개방적이라는 말만 믿고 뮌헨으로 향한다.


독일에 도착한 다이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단 하룻밤 숙박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짐을 옮겨놓고, 낮에는 색소폰 연습을 하고 밤에는 연주를 할 만한 재즈 바나 클럽을 찾아다닌다. 문제는 도쿄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재즈 바가 뮌헨에서는 훨씬 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에선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금지된 곳이 많아서 연습하는 것조차 힘들다. 할 줄 아는 독일어도 없고 돈도 부족한 다이는 그저 버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다이 앞에 천사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 몸을 녹일 겸 카페에 들어간 다이 옆에 우연히 앉아 있었던 크리스라는 대학생이다. 다이의 사정을 알게 된 크리스는 다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먹을 것도 내준다. 다이가 연주할 만한 재즈 바도 찾아주고, 대학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테이블을 채워주기까지 한다. 내가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잘해주느냐고 다이가 묻자 크리스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감동받을 듯.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크리스 같은 존재였던 적이 있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배경이 독일이어서 그런지 우라사와 나오키 생각이 많이 났다. <블루 자이언트>는 끝까지 다 못 봤는데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은 끝까지 다 볼 생각이다. 작화도 좋고 구성도 탄탄하고 줄거리도 감동적이다. 이참에 재즈 팬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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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10
오쿠보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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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주문일까, 화가 자신의 소신일까. 16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는 편견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 아르테의 활약을 그린 만화 <아르테> 10권의 화두는 이것이다.


지난 9권에서 아르테는 실비노 추기경의 명에 따라 스페인에서 온 이레네라는 귀빈을 맞으러 간다. 하필 이레네가 머무는 곳이 아르테가 화가가 되기 전, 그러니까 아직 평범한 귀족 아가씨일 때 살았던 집이라서 아르테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직접 만나 보니 이레네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고, 아르테는 실비노 추기경에게 이레네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레네에게 멋진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르테를 이레네의 직속 시녀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몇 장의 스케치를 완성한 아르테는 그것들을 이레네에게 보여준다. 이레네는 아무거나 괜찮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데, 자신의 그림에 감동받기는커녕 이런저런 요구를 하거나 불만을 이야기하지도 않는 이레네의 모습에 아르테는 좌절한다. 자신의 그림이 의뢰인을 감동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화가는 어디까지나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는 존재다. 의뢰인이 감동받지 못한 그림을 완성하는 게 맞는 걸까. 의뢰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화가 자신의 소신을 추구해도 되는 걸까.


아르테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레네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고, 이번에는 아르테가 이레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실비오 추기경과 스승 레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과연 아르테는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이레네가 피렌체를 찾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10권이 되도록 작화 수준이 일정하고 이야기 전개도 한결같이 흥미진진하다. 이런 명작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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