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린 에덴 1
마야마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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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 미노리는 언니만 편애하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요기 미술학원이라는 디자인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미노리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매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기를 꿈꿨지만,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친구는커녕 과제에 치여 죽을 맛이다. 그런 미노리에게 두 명의 남학생이 다가온다. 한 명은 우등생인 데다가 성격까지 좋아서 모두가 좋아하는 카가미 토우마, 다른 한 명은 예술적인 감각은 뛰어나지만 성격이 괴팍해서 다가가기 힘든 후지오카 타케루이다.


미노리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정하게 자신을 구해주는 카가미에게 호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듯 보이는 후지오카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런 식으로 여주인공이 서로 다른 타입의 두 남성에게 동시에 호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전형적인 삼각관계 로맨스 만화인데, 배경이 디자인 전문학교이고 세 명 모두 이제 막 예술의 세계에 진입한 초심자들이라서 각자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허니와 클로버>가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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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은 밤의 디저트 가게
나카야마 유카리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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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건 아닌데, 읽다가 울어버리고 만 책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평범한 동네 한 구석에 위치한 디저트 가게. 곰과 연어가 밤에만 영업하는 특이한 가게다. 대체 누가 여기를 찾아올까 싶은데 의외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회사원부터 회사를 그만둔 여성,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신입 사원, 남편과 사별한 아내, 독박 육아 중인 여성, 병석에 있는 할머니를 걱정하는 손녀, 고양이와의 이별을 앞둔 할아버지, 투병 중인 친구를 걱정하는 중년 여성들 등이다.


이 만화는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기 만화 <심야 식당>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회 다른 인물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디저트 가게를 발견하고, 가게에 들어와 주인장인 곰과 연어가 만들어주는 디저트를 먹고, 디저트를 먹으며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 식이다. 다른 점은 세 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다음, 각각의 에피소드의 '어나더 스토리'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먼저 나오는 에피소드 한 편 한 편도 감동적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같은 내용을 다르게 보는 과정에서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만화를 그린 작가 나카야마 유카리는 간호사 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병원이 배경이거나 환자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많은 편이다. 이제 막 사회인이 된 여성부터 워킹맘, 싱글맘,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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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못 내는 소녀는 「그녀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8
야무라 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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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심인성 실성증으로 인해 목소리를 못 내는 소녀와 타인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가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그동안 마시로가 목소리를 못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마침내 8권에 그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마시로가 목소리를 못 내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마시로는 (아마도) 생애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연 상대 때문에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 되고 그 여파로 목소리를 못 내게 되었다.


그동안 워낙 마음 따뜻해지는 훈훈한 에피소드가 많기도 했고, 직전에 읽은 7권에서 마시로와 코코사키, 친구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다 함께 나라시노의 이모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쾌하고 즐거운 내용을 읽어서 그런지, 8권에 나오는 마시로의 과거 이야기가 한층 더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마시로가 현재의 학교로 전학해 코코사키와 친구들을 만났고, 코코사키와는 (그들이 아직 모르는) 운명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다. 얼른 9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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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의 책상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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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거주 중인 배수아 작가가 2003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제목이 <에세이스트의 책상>이라서 에세이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표지에도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지만 특별한 사건 없이 화자의 감정이나 생각 위주로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처럼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배수아 작가가 2023년에 발표한 산문집 <작별들 순간들>과 겹쳐 보이는 대목들도 많았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의 주인공 '나'의 20년 후 모습이 <작별들 순간들>의 저자 같달까.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살고 있는 '나'는 한때 M과 가깝게 지냈지만 현재는 요하임과 함께 지낸다. '나'는 평소에 요하임과 함께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명절이 되면 요하임의 가족을 만나러 가는 등 온화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선 자주 M과의 기억이 재생된다. 과거의 '나'는 모난 존재로 취급받기 싫어서 자신의 진짜 취향을 숨기고 대중의 취향을 방패 삼아 사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답답해 독일에 왔을 때 만난 M은 자신의 관점과 취향이 분명할 뿐 아니라 그것을 타인에게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M에게 빠른 속도로 빠져들었고, M과 만나지 못하는 지금도 여전히 M을 그리워한다.


앞에 썼듯이 이 책은 특별한 사건 없이 화자의 감정이나 생각 위주로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의 소설과 달리, 우리네 일상은 대체로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고, 나는 오로지 나의 감정이나 생각만을 알 수 있(고 때로는 그조차도 알 수 없)다. 언어의 부재나 생각의 미성숙으로 인해 당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일을 나중에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던 사람이 의외로 길게 영향을 남기기도 한다.


언어와 문학, 음악과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적은 대목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파스칼 메르시어(페터 비에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작가 또한 외국 생활 혹은 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을 주로 썼다. 낯선 것에 대한 동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감, 소통에 대한 갈망 등이 두 작가 모두의 글에서 눈에 띈다. 저자 자신은 책에서 페터 한트케와 베른하르트 슐링크 같은 작가들을 언급한다. 이 작가들의 책도 조만간 찾아 읽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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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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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것을 아는 사람,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작가가 2017년에 발표한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 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영향을 준 첫 번째 단편 <모르는 사람>의 주인공 '나'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성장했다. 건설회사 중역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던 아버지가 십일 년 전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기는 한 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알 길이 없으므로 알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 '나'와 달리,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실종 혹은 부재에 관해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나'는 어머니의 상상을 망상으로 치부하지만, '나'보다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어머니의 말이라서 그저 무시할 수만도 없다.


두 번째 단편 <복숭아 향기>의 주인공 '나' 역시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성장했다. 대기업 인턴 사원인 '나'는 정규직 전환 후 첫 근무지로 M시를 택한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언젠가 일어날 줄 알았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M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처음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M시로 간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외삼촌에게 어머니와 아버지의 첫 만남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는,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분간하기 힘든 내용인데...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 만난 현지인 가이드와의 인연을 그린 <찰스>라는 단편도 흥미롭다. 주인공 김철수는 자신과 한국 이름이 같은 가이드 찰스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잘해주는데,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게 된다. 이어지는 단편 <넘어가지 않습니다> 역시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간의 오해로 인해 빚어진 갈등을 그린다. 타인의 역사를, 언어를, 입장을, 감정을 모른다는 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담담한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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