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녀와 꿈꾸는 돌멩이
윤미경 지음, 김미연 그림 / 노란돼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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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 가는 작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독서에 관심 없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아요. 돌멩이가 되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어른의 공감도 불러 일으키네요.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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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약사의 혼잣말 (코믹) 01 약사의 혼잣말 (코믹) 1
네코쿠라게 지음 / 학산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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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은 각종 콘텐츠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원작은 휴가 나츠의 소설이고 코믹스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네코쿠라게 작화이고 다른 하나는 쿠라타 미노지 작화이다.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으며, 2023년 4분기와 2024년 1분기 연속 방영 중이다. 넷플릭스로도 볼 수 있는데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유곽의 약사인 마오마오가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되어 후궁에 팔리면서 시작된다. 마오마오는 몸값을 다 갚을 때까지 얌전하게 지내기로 다짐하지만, 황제의 자식들이 연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탐정 노릇을 하게 된다. 결국 마오마오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게 되고, 후궁을 감독하는 환관(?) '진시'가 마오마오를 눈여겨보게 된다. 


진시의 눈에 든 마오마오는 허드렛일을 하는 말단 궁녀에서 황제의 총애를 받는 교쿠요 비의 독 시식 담당으로 순식간에 승진한다. 이후에도 후궁 안팎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추리로 해결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마오마오가 독과 약이라면 환장하고 미모를 일부러 감추고 다니는 독특한 캐릭터라는 점도 신선하고, 진시와의 밀당 로맨스도 재미있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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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건만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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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하늘은 맑건만>의 작가 현덕은 1909년 생이다. 한국 소년소설의 개척자라는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이력을 찾아보니 월북 작가다. 이 책에 실린 두 작품은 저자가 동화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1930~40년대가 배경이다. 안반, 빈탕, 도시(도무지), 남저지(나머지) 같은 옛말이 나오는 점이 재미있고, 배경은 옛날이지만 거짓말, 양심, 죄책감, 의심 등 요즘 청소년들도 고민할 만한 문제를 다뤄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늘은 맑건만>의 주인공 문기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작은 아버지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소년이다. 어느 날 숙모의 심부름으로 고기를 사러 간 그는 예상보다 많은 거스름돈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고기 파는 상인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줬다고 솔직하게 말할지 아니면 애초에 숙모가 돈을 잘못 줬는지 확인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문기는 친구 수만과 만나고, 수만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바람에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소설 <고구마>의 주인공 기수는 학교 아이들이 농업 실습용으로 가꾸고 있는 고구마밭이 파헤쳐진 것을 발견한다. 화가 난 아이들은 고구마를 캔 범인으로 가정 형편이 안 좋아서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등교해 교장 선생님 심부름을 하는 수만을 지목한다. 기수는 친구의 의리로 수만이 한 일이 아니라고 감싸주지만 아이들은 점점 더 수만을 몰아붙이고, 기수 또한 점점 수만을 의심하게 된다. 


두 편 모두 길이는 짧지만 중심 사건이 극적이고 강렬하며 몰입감이 대단하다. 특히 <하늘은 맑건만>에서의 문기는 별 생각 없이 한 작은 거짓말 때문에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빠지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 두 편 모두 주인공은 그나마 양심이 있고 죄책감도 느끼는 아이들인데, 친구를 괴롭히거나 의심하고도 죄책감을 안 느끼는 <하늘은 맑건만>의 수만이나 <고구마>의 인환 같은 아이들은 커서 어떻게 될는지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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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조선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0
정명섭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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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때 아닌 폭설이 내린다면 어떨까. 갑자기 시작된 한파가 그칠 기색 없이 계속된다면...?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저수지의 아이들> 등 다수의 역사소설을 집필한 정명섭 작가의 신작 <빙하 조선>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파라는 재난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상상해서 쓴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39년 8월 24일 자에 따르면 "평안도 의주 등지에 우박과 눈이 뒤섞여 내리고, 철산 땅에는 눈이 1자 남짓 쌓여 3일이 되도록 녹지 않았으며, 황해도 곡산 등지에는 산 중턱에 눈이 내렸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17세기 숙종 대에 소빙하기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사료다. 


소설은 열여섯 살 소년 화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화길은 한양의 소방관인 멸화군의 일원이다. 멸화군 대장인 아버지와 함께 먹고 자면서 일을 돕는 것이 그의 일과다. 어느 날 밤 면주전에 난 불을 끄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한숨 돌리던 그는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때는 6월. 한겨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때였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시작된 눈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그치기는커녕 쌓이고 또 쌓여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농사를 망쳤다. 재난을 틈타 곳곳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민심이 악화되면서 왕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자 화길의 아버지는 화길에게 한양을 떠나 백두산으로 가라고 지시한다. 그곳에 '따뜻한 땅'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은 정말일까.


처음에는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운 곳으로 가라고 아들에게 지시하는 화길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대로 백두산에 따뜻한 땅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고, 화길이 따뜻한 땅을 찾는다 한들 아버지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였다면 화길이 길 위에서 덜 고생하고 덜 고통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 품을 떠나 혼자 길 위에 선 화길이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한파와 상관 없이 화길이 살면서 한 번은 거쳤어야 할 인생의 관문을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길이 스스로 친구를 찾고 적을 분간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어쩌면 아들을 좀 더 넓은 무대에서 큰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큰 그림 같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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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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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의 책을 그동안 여러 권 읽었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가 그랬고,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도 한국계 미국인을 비롯해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약간이나마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그레이스 M. 조의 <전쟁 같은 맛>은 이제까지 존재한 한국계 미국인 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백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저자의 어머니 '군자'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귀국했으나 한국전쟁 중에 가족의 대부분을 잃고 부산의 기지촌에서 일하며 남은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이후 상선 선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백인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 그를 따라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 중 둘째 아이가 이 책을 쓴 그레이스 M. 조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어머니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머니가 기지촌에서 일했고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도 알았지만, 기지촌이 어떤 공간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70년대 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외국 남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역시 몰랐다.


저자가 15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에게 조현병이 나타났다. 낯선 외국땅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음식 만들기를 즐겼던 어머니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몇 년 후 저자는 오빠의 아내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가 기지촌에서 했던 일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때까지 조현병의 원인이 유전이나 가난, 이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닐까 생각했던 저자는 어머니가 기지촌에서 경험한 신체적, 성적 트라우마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때부터 저자는 어머니의 생애를 중심으로 공부의 지도를 다시 짰다. 어머니의 삶을 통해 식민주의와 강제 징용, 한국 전쟁과 미군정, 기지촌과 한국 정부의 입양 정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어떤 고통을 겪었고, 이 고통은 어떤 식으로 낙인 찍히거나 묵인되었는지 살폈다. ('어떤(한국/일본/미국) 남성과 섹스하느냐, 누구에게 성폭력당하느냐에 따라 여성의 정체성이 달라진다'고 했던 정희진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한편으로 저자는 그러한 고통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가꾸었던 어머니의 모습도 소개한다. 특히 집 근처 숲에서 블루베리와 버섯을 따서 요리를 대접하고 사업까지 했던 에피소드가 무척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파친코>에서 선자가 오사카의 한 시장에서 김치 장사를 했던 대목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쥐를 소중하게 키우고 '오키'라는 존재를 항상 의식했다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제목이 <전쟁 같은 '맛'>인 만큼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저자의 어머니는 저자가 공부에만 집중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김치 만드는 법 만큼은 직접 가르쳐 주셨다. 어머니 말년에 저자가 생태찌개를 끓여서 대접하는 장면도 좋았다. 엄마는 나에게 어떤 맛을 물려주고 싶을지, 나는 엄마를 어떤 맛으로 기억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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