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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혼의 소녀와 장례여행 4
로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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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정령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을 하는 송혼사 알피의 모험을 그린 만화. 지난 3권에서 셀세라와 헤어져 새로운 모험을 떠난 알피는 정령을 연구하는 대도서관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관장 일행이 알피를 반갑게 맞아주고 맛있는 음식까지 대접해 줘서 기뻤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장에게서 수상한 느낌을 받는다. 알고 보니 관장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정령과 송혼사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특수한 실험을 하는 중이었고, 오래전 이 마을에 도착한 알피의 부모님과도 만난 적이 있었다. 과연 알피는 무사히 관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5권에서도 송혼사를 노리는 자들이 나타난다는데, 대체 이들은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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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 의미로 읽는 인류사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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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을 여러 권 읽는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인류사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혁명의 연장 정도가 아니라 인류사의 전환점에 비견될 만한 엄청난 사건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생명을 조작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창조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에 의해 모든 것이 재편될 것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이며, 현실 이상의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거나 공존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줄 분야는 역시 노동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다수 노동자들은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의 한계나 작업상 한계로 할 수 없는 '부스러기 일'을 대신하는 '고스트 워크'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인간과 기계가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인간 종의 새로운 출현으로 볼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정의할지, 인간만의 자유의지가 존재하는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의 여부를 탐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합의된 결론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다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지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고, 어쩌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기계로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했고, 미국의 음악감독 데이빗 코프는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선보였다. 결국 이런 식의 변화를 인간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동 구조 변화에 따른 불평등을 개선하고, 교육 정책을 기술 변화에 맞추어 바꿔야 한다. 기업은 자본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과도한 이윤 추구를 재고해야 한다. 이 밖에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이 다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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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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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러시아의 시민들>이다. 굳이 '시민들'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백민석은 <버스킹!>, <해피 아포칼립스!>, <교양과 광기의 일기>, <헤밍웨이> 등을 쓴 작가다. 사진이 취미인 저자는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의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처음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사진 요청에 잘 응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러시아 하면 왠지 모르게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가 떠올라서, 러시아 사람들도 근엄하고 보수적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러시아 사람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친절했다. 사진 요청에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적극적으로 취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러시아를 여행하는 내내 러시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자주 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사회주의 국가였으므로 록 음악 같은 저항적인 음악을 듣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록 음악의 인기가 아주 높았고, 길거리에서도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도시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훨씬 넓고 잘 정비된 공원이 있었고, 정치인의 동상보다 시인, 소설가 등 예술가의 동상을 훨씬 많이 볼 수 있었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길을 물어보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누구든 환하게 웃으며 저자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고 동네의 명소를 자랑했다. 아시아 사람이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를 여행할 때 흔히 겪는 인종차별을, 러시아에서는 훨씬 적게 겪었다. 

러시아에 직접 가본 적도 없으면서 어쩌다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곰곰 생각해 보던 저자는, 어릴 적부터 즐겨 본 할리우드 영화에서 답을 찾았다. 냉전 시대부터 냉전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할리우드에선 빈번하게 러시아를 자유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으로 설정해왔다. 최근에는 이데올로기 대결을 성 대결로 교묘하게 바꿔서, 러시아와 동구권 출신의 여성 스파이들을 적으로 삼는다. "할리우드의 영화는 남성들의 무의식 속에서, 여성은 공포의 대상이고 그래서 억압해야 할 대상이라는 괴물 같은 왜상을 낳는다. 러시아가 바로 그런 할리우드식 과정을 거쳐 20세기의 악몽이 되었다." (240쪽) 

책에는 여행 경험이 많은 저자의 여행 팁도 다수 나온다. 저자는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딱히 가보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무조건 걷는다. 걷다가 높은 지대(예를 들면 산이나 언덕, 타워 등)에 오르면 도시의 전경이 보이고, 계속 보다 보면 어디에 가보고 싶은지가 떠오른다. 성당이나 사원 같은 종교 시설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종교적인 믿음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나라나 그 도시의 대표적인 종교 시설에 가보면 그곳의 역사와 문화, 전통과 관습 등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처럼 여행지에서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에게 필요한 팁도 있다. 셔터를 여러 번 누르지 않을 것(상대의 경계심을 높일 수 있으므로), 자세를 필요 이상으로 낮추지 말 것(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등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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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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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 건 기억이 나는데 뭘 기록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더 답답할 때는 어디에 기억을 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인데, 그럴 때마다 건망증 혹은 치매를 의심하는 것, 혹시 저뿐인가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가 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억은 '저장하기', '보존하기', '출력하기(생각해내기)' 이렇게 3단계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장하기'와 '보존하기'에만 관심이 있다. 학교 시험도 학생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저장하고 보존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마지막 단계인 출력이다. 저장하고 보존한 기억들을 적시, 적소에 생각해낼 줄 아는 사람, 생각해낸 기억들을 재구성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생각해내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훈련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생각해내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귀찮다', '필요 없다'라고 단정 짓고 피하는 일들을 일부러 해보는 게 좋다. 저자의 경우, 50대가 되었을 때 마라톤에 도전하고 영어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둘 다 처음에는 '괜히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고 막막했다. 일본에서 이미 잘나가는 학자이고 작가인데 괜한 일에 도전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해 초심자 단계부터 차근히 레벨을 올리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체력을 얻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영어로 쓴 책을 영어권 국가에서 출간하는 기쁨도 누렸다. 


요즘같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무척 쉽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남들 다 보는 드라마를 보는 대신 유튜브에 접속해 화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을 찾아서 보자. 그게 싫으면 평소에 궁금했지만 직접 해볼 엄두는 나지 않았던 일에 관한 동영상을 찾아서 보는 건 어떤가. 요즘은 아이패드로 악기 연주도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외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주문해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이렇게 매일 새롭고 자극이 되는 경험을 쌓으면 뇌가 늙을 시간이 없다. 이 밖에도 눈여겨볼 조언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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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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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단편집을 읽으면 어느 작품은 마음에 들고 어느 작품은 마음에 들지 않고, 이렇게 감상이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김금희 작가의 글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김금희 작가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었던 경험을 상기해봐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놀라웠다. "나는 이 작가가 이제는 잘 쓰는 작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작가로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소설가 윤성희의 추천사에 적극 공감한다. 


표제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는 출판사를 운영하다 사업을 정리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의 아내는 재고로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저게 다 닭고기면 돈이 얼마냐고 타박한다. 교외에서 숯불 닭갈비 집을 운영하며 제법 많은 돈을 번 자신의 아버지와 남자를 비교하는 말이다. 기세등등한 아내 앞에서 아무 말 못 하고 집을 나온 남자는, 책에 문제가 있다며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시내의 어느 북카페로 향한다. 그곳에서 '낸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알 듯 모를 듯한 여자의 정체에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낯선 타인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호기심과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단편들에도 등장한다. <체스의 모든 것>이 그렇다. 대학 신입생인 '나'는 동아리에서 '노아'라는 이름의 선배를 만난다. 알고 보니 노아 선배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어서 다들 피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나'는 이 선배가 재미있기도 하고 가엾기도 해서 피하지 않고 상대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동기인 '국화'와 노아 선배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다. 이때의 감정은 사랑일까? 그렇다면 선배에 대한 감정은 사랑? 알쏭달쏭한 감정의 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해 섬세하게 글로 묘사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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