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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문자 덕후의 발랄한 세계 문자 안내서
마쓰 구쓰타로 지음, 박성민 옮김 / 눌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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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쓰 구쓰타로는 (그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문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중동이나 인도의 문자를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공부해온 세계의 문자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티베트 문자, 벵골 문자, 타이 문자, 몽골 문자 등 알파벳이나 한자 등에 비해 덜 알려진 세계의 문자들이 실려 있고, 캐나다 원주민 문자, 롱고롱고 문자, 돌궐 문자 등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추세인 문자들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이 책에 소개된 문자들을 전부 읽을 수 있게 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문자들이 있는지, 각각의 문자들은 어떤 특징을 지녔고 왜 그런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가령 동남아시아 문자들은 대체로 동글동글한 모양을 지녔는데, 이는 이 지역의 문자들이 주로 야자수 잎에 쓰였기 때문이다. (야자수 잎은 줄을 쭉 그으면 잎이 찢어진다.) 반대로 북유럽 문자들은 직선 모양이 많은데, 이는 숲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나무에 문자를 새기려면 직선 모양이 편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학창 시절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던 사람으로서, 저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해 '대단히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안경 선배다!'라며 찬사를 보낸다. (ㅋㅋㅋ) 한편 일본에서 '한국어' 강좌 대신 '한글' 강좌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대목도 있다. 이는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과 북한, 둘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영어도 영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등에서 사용하니 '영어' 강좌가 아니라 '알파벳' 강좌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어렵구나, 문자란. 복잡하구나, 정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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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톨레도, 엘 그레코 미술관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레오노르 드 레콩도 지음, 최정수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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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3대 화가로 흔히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를 든다. 이 중에 벨라스케스와 고야는 친숙한데, 엘 그레코는 왠지 모르게 친숙해지기가 어려웠다. 다른 두 화가에 비해 작품의 주제나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고, 인체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색채를 사용하는 방법이 기이하고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엘 그레코를 사랑하고, 스페인에서는 3대 화가로 추앙받을 정도면 내가 알지 못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매력이 있을 터. 그래서 읽은 책이 이 책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톨레도, 엘 그레코 미술관>이다. 

이 책은 특별한 기획으로부터 탄생했다. 프랑스 스톡 출판사는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제목으로 작가 또는 예술가가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화가 또는 작품들을 모티브로 한 에세이를 쓰게 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 책의 저자 레오노르 드 레콩도는 프랑스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소설가로, 자신의 부모님이 태어난 스페인에 방문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세상을 떠난 저자의 아버지가 엘 그레코와 마찬가지로 화가였기 때문에, 저자에게는 의미가 깊은 여행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스페인 톨레도에 있는 엘 그레코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그곳에서 경험한 일과 떠올린 생각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의 예술가가 과거의 예술가를 만나러 가는 여행기이자 엘 그레코에 관한 짧은 전기이기도 한 셈이다. 덕분에 엘 그레코에 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스페인 출신이 아니라 그리스 출신이다. 그의 이름에서 '엘'은 스페인을 뜻하고 '그레코'는 그리스를 뜻한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스페인에 정착했지만 평생 그리스를 잊지 않았다. 

엘 그레코의 생애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그리스에서 이콘화 화가로 지낼 때 만났던 아리아나라는 여인과, 스페인에 정착한 그에게 호르헤 마누엘이라는 아들을 낳아준 헤로니마라는 여인이다. 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아리아나는 유산을 한 후 엘 그레코가 그리스를 떠나버리자 충격을 받고 죽었다. 헤로니마는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다가 죽었다. 이들의 죽음은 엘 그레코의 생애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엘 그레코의 작품 중에 죽음을 묘사한 것이 많은 건 어쩌면 사랑했던 여인들의 죽음이 남긴 아픔과 회한 때문일지 모른다. 

여자가 늦은 밤 낯선 곳에 혼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나온다. 기획에 따라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저자는 엘 그레코의 작품들이 전시된 방에 가만히 앉아서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전부터 남자 경비원들이 감시 카메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는데, 새벽 1시가 넘어간 시각에 남자 경비원 중 한 명이 정숙하지 못한 차림으로 저자에게 다가와 수작을 걸었다(물론 저자는 받아주지 않았다). 저자가 남자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어났을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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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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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그냥 님이 소개해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이 <나의 복숭아>라서 복숭아에 관한 책일 줄 알았는데, 복숭아가 달콤하고 맛있지만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겉보기에는 무엇이든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의외의 약점 혹은 아킬레스건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는 김신회, 남궁인, 임진아, 이두루, 최지은, 서한나, 이소영, 김사월, 금정연, 이렇게 총 아홉 명이다. 이 중에는 작품을 읽어서 알고 있는 작가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작가도 있는데,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두루 작가님의 글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혹시 출간하신 책이 더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봄알람에서 나온 <유럽 낙태 여행>이 유일한데, 이미 읽은 책이다. 게다가 공저. 이두루 작가님의 단독 저서가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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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감귤 에디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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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내 귀에 '제주'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들렸다. 쉬려고 제주를 찾았다는 사람, 글 쓰고 공부하러 제주에 갔다는 사람, 아예 살려고 제주로 떠났다는 사람 등등 이유도 형태도 다양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많았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떠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에서 여자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악몽이 제주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들려주신 '백조일손지묘' 이야기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4.3 사건 직후 정부가 무고한 양민들을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학살했는데, 이때 죽은 132명의 시신을 나중에 발굴하기는 했으나 누구의 시신인지 알 수 없어 머리 하나, 팔 둘, 등뼈 하나, 다리 둘 등을 이어 맞춰 1명의 봉분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다가 만난 것이 이 책이다.


2012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으로 출간되었고 2021년 감귤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된 이 책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볼거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제주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서도 제주의 역사를 설명한 부분에 주로 눈길이 갔다. 제주의 현대사는 4.3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학, 미술, 영화 등은 전부 4.3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도 그렇고, 강요배의 그림도 그렇고, 영화 <지슬>이 그러하다. 책에는 4.3 사건을 비롯해 그 이전 시기의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와 유적을 어떻게 지키고 보전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도 많다. 저자는 이른바 '뽈대'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관료주의식 유적 보존 및 관리를 지양한다. 그 대신 유적의 본모습을 지키면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제주처럼 육지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지역의 경우에는 고유의 특색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을 하면서 제주를 여행한다면, 여행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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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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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서 나오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말들의 흐름은 한 사람이 두 개의 낱말을 제시하면, 다음 사람은 앞사람의 두 번째 낱말을 이어받은 뒤 또 다른 낱말을 제시하는 식으로 일종의 끝말잇기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책은 금정연 서평가의 <담배와 영화>를 이어받고,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보니 <시와 산책>을 읽었고, <시와 산책> 다음으로 이어지는 유진목 시인의 <산책과 연애>도 읽었다. 그렇다면 <연애와 술>도 읽고 <담배와 영화>도 읽어야겠지... 이게 출판사의 의도라면, 제대로 통한 듯 ^^ 


정지돈 작가님은 어릴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기까지 했지만 현재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신다. 아니, 좋아하기는 하는데 좋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일단 평균 매일 한 편의 영화를 보는데 엄청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극장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하고, 중간에 잠드는 경우도 태반이다. 영화 잡지에서 읽은 평을 자신의 평인 양 말한 적도 많고, 보지도 않은 영화를 봤다고 말한 적도 많다. 이런 식으로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삐딱하게 보이지만 대체로 솔직하고 결국엔 웃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시에 대해서는 별 말 없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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