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루비] 참배합니다 1부 [루비] 참배합니다 1
Kotetsuko Yamamoto / 현대지능개발사(ruvill)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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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인 유우지는 귀여운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 때문에 마을의 아이돌 같은 존재다. 그런 유우지에게는 남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후쿠치 두부점의 셋째 아들 사부로를 짝사랑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수줍은 성격 탓에 사부로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유우지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독경과 참배로 해소한다(ㅋㅋㅋ). 그러던 어느 날 밤, 유우지는 술기운을 빌려 사부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본격적인 BL이라기보다는 <녹풍당의 사계절>이나 <어제 뭐 먹었어?>처럼 일상 만화 느낌의 소프트한 내용일 것 같아서 골랐는데 예상이 맞았다. 그래도 명색이 루비코믹스이니 정사 장면이 없는 건 아닌데, 1권에선 뭐 좀 해보려고 하면 방해받고(왜 자꾸 부모님 계신 집에서 하려는 거야 ㅋㅋㅋ) 2권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하는데 수위가 높지는 않다. 총 10권인 걸 보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전개가 있을지도...? (아직 잘 모름) 


주인공은 유우지와 사부로이지만, 유우지의 형 켄지의 서사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유우지와 사부로는 둘 다 착하고 성실한 데 반해 유우지의 형 켄지는 성격도 더럽고(ㅋㅋㅋ) 연애 관계도 복잡해서 재미는 이쪽이 더 있다. 서로 다른 타입의 꽃미남 스님 형제가 둘 다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동네 청년들도 전부 이 형제한테 반해 있는 게 재밌다. 마을의 아이돌인 스님 형제의 비밀이 밝혀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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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준교수 타카츠키 아키라의 짐작 (총5권/미완결)
아이오 토지 / 시프트코믹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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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마치 나오야는 열 살 때 나가노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이상한 꿈을 꾼 후로 타인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에 진학한 후카마치는 학교의 괴담이나 도시 전설 등을 연구하는 민속학 강의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미남 준교수 타카츠키 아키라와 처음 만난다. 잘생겼지만 상식이 부족한 타카츠키는 자신의 '상식 담당'이 되어달라며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콤비를 이뤄 주변의 괴이한 사건들을 조사하러 다닌다. 


작화가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도 무척 마음에 든다. 장르는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이고, BL은 아니지만 비슷한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미청년의 케미스트리가 좋다. 드라마화하기에 딱 좋은 소재와 형식이라서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2021년 3분기와 4분기에 일본 도카이 테레비, WOWOW 공동 제작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주연은 '헤이세이점프'의 이노오 케이, '킹 앤 프린스'의 전 멤버 진구지 유타. 조만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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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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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내가 한두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대신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장진영 작가의 장편 <취미는 사생활>은 내가 나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해주는 유쾌하고도 심오한 소설이다. 


자식 넷을 둔 엄마 은협은 위층에 혼자 사는 '나'와 막역한 사이다. 하루 종일 네 아이를 돌보느라 바쁜 은협에게 '나'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다. '나'는 은협이 바쁠 때 은협을 대신해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큰 아이 둘을 데리러 가고, 피부병에 걸린 딸을 돌보고, 막내인 갓난 아기를 챙겨준다. 그런 '나'를 은협은 언니처럼 따르고 아이들도 '이모'라고 부르며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상이변으로 인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 겨울용 이불을 찾기 위해 옷장을 살피던 은협은 결코 자신의 것일 리 없는 고가의 명품 구두를 발견한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게 분명하다고 확신한 은협은 '나'에게 함께 남편을 미행해 달라고 부탁한다. 전보다 더 바빠진 은협은 전보다 더 자신의 일상을 '나'에게 맡기기 시작한다. 


'나'는 은협인 척하고 아이의 학교를 찾아가 담임 선생님과 친해진다. '나'는 은협인 척하고 전셋집 주인을 상대하고, 동대표 아주머니를 만나서 입주민의 권리를 논한다. 사람들은 은협과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만난 사람은 은협이 아니라 '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행위를 은협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고, 그 결과 은협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 소설은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다룬 소설 같기도 하고, 독박 육아 문제를 다룬 소설 같기도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리플리>나 <마르탱 게르의 귀향>처럼 타인을 가장하는 삶에 대한 소설이라고 느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은 사람의 공급과 내가 아닌 존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 관한 소설이랄까.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고, 내가 아닌 존재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에 관한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사회적 조건으로 한국의 부동산 문제와 독박 육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크게 새롭지 않은데, 남성의 아이덴티티 내지는 남성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새롭고 재미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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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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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집'에 대한 욕망을 그린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일단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떠오르고, 작년에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생각난다. 이런 콘텐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에게 집은 단순히 먹고 자고 쉬는 곳 이상의 개념이다. 어떤 동네,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그 사람의 경제적 자산의 기반이 되고, 정치적 입장을 정하며,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고, 개인적 욕망을 좌우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가 2022년 발표한 연작 소설집 <서영동 이야기> 역시 한국인들의 집을 둘러싼 욕망을 다룬다. 


서영동 주민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카페 '서사사(서영동 사는 사람들)'에 어느 날 '봄날아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인물이 글을 올린다. 육아를 위해 영끌을 해서 아내의 부모님이 사는 서영동의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밝힌 그는 그동안 서영동 옆동네는 매매가가 1억이나 오른 반면 서영동은 그대로라며 중개업소의 가격 담합을 의심했다. 이 글은 곧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사람들은 논란의 제공자인 봄날아빠의 정체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대체 누가 집값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대놓고 건드린 걸까. 


여기까지만 보면 집값을 둘러싼 사람들 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일 것 같은데, 소설은 '집값'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주목한다. 가정의 실질적인 가장은 자신인데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준 남편의 눈치를 보고 사는 유정, 겉보기에는 자수성가한 가장이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모은 아버지를 어떻게 봐야 할지 갈등하는 보미, 자신의 학원 옆에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다가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경화, 힘들게 자가를 마련했는데 윗집의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희진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읽는 내내 몰입이 잘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결혼 후 아버지 소유의 집에 사는 걸 내내 죄스러워 했던 보미가, 알고 보니 그 집이 아버지 소유가 아니라 남동생 소유인 걸 알고 대분노하는 장면이다.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남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의 차이가 가족 내 남녀의 지위 차이를 만들고 가족 간 불화를 야기하는 이야기가 보미의 이야기라면, 결혼 생활을 망치는 이야기는 유정의 이야기이다. 둘 다 <82년생 김지영>의 연장선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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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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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애자 시스젠더 여성이지만 성소수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많다. 비장애인이지만 장애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나를 소개하면 어떤 사람들은 "당사자성도 없으면서 왜 그런 걸 공부하느냐"라고 묻는다. 대답할 말이 궁했는데, 김승섭 교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읽고 답을 찾았다. 당사자성이 없으니까(모르니까) 알고 싶고, 알고 싶으니까 공부하는 거라고.


김승섭 교수는 주로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자는 비장애인 이성애자 기혼 유자녀 남성으로, 자신이 연구하는 문제에 대한 당사자성이 없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인 이력 등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도 특권층에 해당한다.


저자 역시 당사자성이 없는 문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과 회의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런 저자가 임상의사가 아닌 보건학자의 삶을 택한 건,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 게 분명한데 약으로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처했던 사건에 대해 말하는 데 필요한 언어를 가지지 못한 걸 보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이야기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했고, 자신이 그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아픔을 겪고도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존재들에게 응답하고 그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겪은 문제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연구는 샘플 확보부터 어렵다. 힘들게 샘플을 확보해도 샘플 수 부족을 사유로 다른 연구에 밀려 지원이나 정당한 평가를 못 받을 확률이 높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문제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심사자가 비장애인, 비성소수자, 남성이라면 적확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고통을 상기하는 일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사 항목에서 어떤 내용을 삭제한 적도 있다. 윤리적으로는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학문적으로는 그것이 잘한 결정이었는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으로서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함부로 묻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지만, 학자로서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가 주로 '비참함의 언어', '슬픔의 언어'로만 공유되는 것을 경계한다. 비참하고 슬픈 면이 있는 건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 책도 다루는 문제는 복잡하고 심각한 것이 많지만, 책 자체는 (저자가 오랫동안 공부한 내용을 몇 시간만에 읽어버린 게 미안할 정도로) 어렵지 않고, 다 읽고 나서 뭐라도 해보고 싶어진다. 지금의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올해의 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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