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마이 백 In My Bag - 148인의 가방 속 이야기
148인의 가방 주인 지음 / 루비박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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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의 가방 속을 궁금해하거나 들여다 본 적은 없지만, 어쩌다 잡지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가방 속을 공개하는 글을 보면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된다. ​​남들이 평소 애용하는 물건이 궁금해서인 경우가 가장 많고(여성인 경우 화장품), 책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요즘 어떤 책을 읽는지(또는 책을 읽기는 하나?) 알아보고 싶어서인 적도 많다. 이렇게 무심하게 말하면서도, 막상 가방 속 물건 중에 내가 쓰는 물건이나 읽은 책이 나오면 엄청 반가워한다. 내 선택, 내 취향이 그렇게 마이너는 아니라는 안도감? 뭐 그런 것 때문일까? (그런지도...)

 


그런 내 눈에 번쩍 뜨인 책이 있었으니, 바로 나이, 직업은 물론 관심사, 취향도 천차만별인​ ​​148인의 가방 속 물건들을 소개한 책 <인 마이 백 - 148인의 가방 속 이야기>이다. 이 중에 책을 읽기 전부터 알던 사람은 단 한 명('겟잇뷰티 남자 MC'로 유명한 <얼루어> 뷰티 에디터 황민영). 그외 147인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남이다. 그런데도 가방 주인 한명 한명이 마치 오랜 친구나 매일 얼굴을 맞대는 직장 동료라도 되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그건 다 그들의 머릿속, 마음속을 대변하는 가방 속 물건들 덕분이리라.



스마트폰, 지갑, 수첩, 펜, 파우치 등 가방에 든 물건만 보아도 가방 주인의 성별과 직업, 취미와 취향, 가치관 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그들이 소비하는 물건이 대기업에서 만든 대량 생산된 제품인 탓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어떤 브랜드의 어떤 기종을 사용하며, 커버나 이어캡을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주인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지갑도 장지갑을 쓰는지 반지갑을 쓰는지, 카드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는지, 아예 지갑 없이 지내는지 등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다. 겉보기엔 성냥갑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저마다 다른 인테리어로 자기 집만의 분위기를 내듯이, 가방을 비롯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도 기왕이면 나를 잘 표현하고 나와 어울리는 것을 찾는 것이 인간의 욕구이고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명함이나 이력서 대신 가방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가방이 직장이나 출신 학교 같은 간판보다도 나를 더 잘 설명하고 표현하는 매체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람은 일중독이라고 불릴 만큼 맡은 일을 열심히 하거나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고, 포인트 카드와 쿠폰으로 지갑이 배불뚝이가 되어간다는 사람은 알뜰함과 동시에 지구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며, 초콜릿이나 과자를 담는 파우치를 따로 챙기는 사람은 당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남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은 과연 맞을까, 틀릴까?



일상이 인생을, 개인이 사회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리폼이 좋아 - 재료비 0~5,000원
김문정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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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는 살림이나 정리, 수납 같은 걸 좋아했다. 어머니가 보는 잡지에서 살림 정보만 추려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정리와 수납에 관한 책을 빌려 읽기도 했다. 방은 물론 학교 책상, 사물함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거나 꾸미는 것도 좋아했고, 노트나 가방 속을 정돈하는 건 학생이 아닌 지금까지도 즐긴다. 비록 지금은 미혼이라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가정을 꾸민다면 아기자기 예쁘게 꾸미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인테리어를 비롯해 정리, 수납, 리폼의 달인인 몇몇 파워블로거 분들처럼.



<리폼이 좋아>는 최근에 읽은 살림 책 중에 가장 좋았다. 언젠가 읽은 <F.book 서른 넘어 옷 입기>라는 책에 이 책의 저자가 ​옷 잘 입는 엄마 중 한 명으로 ​소개되었지 싶어 찾아보았더니 역시 맞았다. 엄마는 물론 세 딸들까지 하나같이 예뻐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예뻤다. 게다가 살림은 또 얼마나 예쁘게 하시는지. 아이들 옷은 물론 액세서리, 가구, 소품, 침구 리폼에 인테리어까지 손수 척척 해내시는 걸 보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도 ​대량 생산된 공산품보다는 내 손길이 닿은 나만의 것이 좋다. 내 집이 생기면 꼭 이렇게 꾸미고 살아야지.



리폼은 장점이 아주 많다. 그저 물건을 예쁘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원래 있던 물건을 재활용하니 환경에 좋고, 만들어진 걸 사지 않고 직접 만드니 창의성과 독립성이 키워지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만들며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등등 좋은 점 투성이다. 게다가 전업주부가 리폼을 하면서 파워블로거로 이름이 나거나 사업가, 예술가로 제2의 삶을 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리폼을 통해 물건만이 아니라 내 생활, 인생까지도 새로 만드는(reform) 팁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여자에게 마음정리가 필요할 때 - 집정리가 마음정리 수납력이 인생 성공력
심현주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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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읽게 된 책이다. 저자 심현주가 누군가 했더니 알고보니 인테리어, 정리 수납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까사마미'님이시란다. 인테리어, 정리 수납을 퍽 좋아하는 터라 오래 전부터 까사마미 님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었고 책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이번 책은 성격이나 구성이 기존 책들과 사뭇 달라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다르냐면, 일단 이 책은 수납 정리 전문서라기보다는 저자의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파워블로거가 되기까지의 과정, 정리 수납을 실천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편안한 필체로 적어내린 형식이라서 읽기에도 쉽고 재미도 있었다. 저자는 결혼과 출산,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인테리어와 정리, 수납을 실천하면서 해소하는, 일종의 '마음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나를 포함해) 심란할 때마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온 집구석을 누비며 쓸고 닦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인테리어 및 수납 정리 팁을 조금 소개하기도 했는데, 기존의 전문서의 내용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분량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귀한 정보일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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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의 감성을 인도하는 것이 문명사회를 창조하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한다면, 문화는 정치와 더불어 그 주요한 메커니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듣는 음악, 우리가 보는 영화, 우리가 거주하는 건물,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 조각, 사진은 섬세한 길잡이이자 교육자 역할을 한다. (p.100)

진정으로 뛰어난 비평가는 우리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왜 개인적으로 그렇게 공명하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그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아주 이상한 사실을 진지하게 여긴다. 바로, 우리는 자신이 왜 어떤 것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지 자동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중략) 비평은 눈에 보이는 장면 뒤로 들어가 진정한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p.170)



대학교 때 교양 과목으로 미술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에도 그 때 생각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찾는다든지 미술 관련 책을 찾아 읽는 식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그 때마다 아쉬운 점은 기껏해야 작품이나 화가가 미술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작품의 어떤 부분이 특색있는 것인지 정도를 학문적으로 알 수 있을뿐이지, 그 작품이 왜 나와 공명하는지, 왜 나는 어떤 작품이나 작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같은, 나에게 필요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영혼의 미술관>을 쓴 알랭 드 보통도 같은 아쉬움을 느낀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을 잘 아는 평론가나 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고, 관람자의 입장에서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저자는 미술이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이렇게 일곱 가지의 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중에 희망과 균형회복을 위해 미술 작품을 찾는다는 설명에 크게 동의했는데, 이 둘은 현실에는 없는 감정이나 상태를 희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나는 현실에 없는 것을 찾기 위해 미술품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는 것인데,  치우친 생활, 편협한 감정을 어떻게라도 되돌려 균형을 찾기 위해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즐겁기보다는 애달픈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이밖에도 미술과 정치의 관계, 비평가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이 부분도 좋았다. 그림이 제시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전부터 써온 인문 에세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연애, 여행, 불안, 직업, 문학 등에 이어 이번엔 미술이라니. 그의 관심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그를 좋아하고 흠모하는 독자로서 자못 궁금하다.




 
 
 
기적의 수납법 - 시간은 절반으로 줄이고, 좁은 집은 두 배로 늘리는
카와카미 유키 지음, 김성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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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여러분 옷장을 '나만의 옷가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이 세상에 이렇게 멋지고 편리한 옷가게가 과연 있을까요? 옷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스커트도 팬츠도 딱 맞는 사이즈, 액세서리와 백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어느 것을 어떻게 조합해도 딱 내 마음에 들죠. 그게 전부 자신의 것이니까요! 이렇듯 옷장은 본래 나를 위해서 직접 사서 준비한, '나만의 옷가게'인 것입니다. 옷장을 열 때마다 어느 것을 입을지 고르는 것이 즐겁고, 이 조합은 어떨까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죠. 생각해둔 옷을 찾으려고 뒤죽박죽 엉망인 서랍을 뒤적여야 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는 패션에서도 일상에서도 즐거움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정리해"란 말을 들어도 정리할 의욕이 안 생기고, 바닥에 뒹구는 옷에 마음까지 침울해집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나만의 옷가게 만들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의욕이 솟지 않나요? (p.17)



'나만의 옷가게'라...... 사실 내가 패션, 아니 패션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옷 입는 데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의 일이다. 한창 멋부릴 대학교 때는 여대에 다닌다는 핑계로 백팩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을 고수했고, 사회인이 된 후에는 그 나이대에 맞는 복장보다는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입는 데에만 골몰했다. 그러다본니 어느덧 스물아홉. 더 이상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 보이시한 후드 점퍼나 야상이 거북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사회의 시선에 맞추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정장 차림에 구두, 때로는 하늘하늘한 여신 원피스같은 여성스러운 복장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카와카미 유키가 쓴 <기적의 수납법>에서 옷장을 '나만의 옷가게'로 꾸미라는 대목을 읽고 무릎을 쳤다. 사실 이 책은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책에 실린 일러스트와 편집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책인데(나는 이런 식으로 일러스트나 편집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는 책이 꽤 된다), 다른 내용보다도 옷장 정리를 다룬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나만의 옷가게'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먼저 집에 있는 옷을 모두 모으고 거는 옷, 개는 옷, 가방, 장신구 등으로 분류한다. 분류가 끝나면 거는 옷은 옷장에 걸지, 행거에 걸지, 개는 옷은 서랍에 담을지, 바구니에 담을지 등 수납 장소를 정한다. 장소를 정하면 그에 맞추어 옷을 수납한다. 구체적인 수납 방법(거는 방법, 옷 개는 방법, 장신구 정리 방법 등)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길.

 
이제까지 인테리어 서적을 꾸준히 읽으면서 느낀 점은, 좋아보인다고 무턱대고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나는 원목과 무채색을 베이스로 하는 일본 스타일 인테리어를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일러스트와 구성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화려함보다는 심플함, 복잡함보다는 깔끔함을 모토로 집 안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해서 좋았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비롯해 최근 발행된 일본의 정리, 수납 관련 책들에 비하면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실천하기 어렵거나 쓸데없어 보이는 내용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만의 옷가게'라는 아이디어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