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장腸 여행 -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질 엔더스 삽화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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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해야 구하는 법. <매력적인 장 여행>의 저자 기울리아 앤더스가 그랬다. 열일곱 살 때 의사도 못 고치는 피부염으로 고생하면서 내 병은 내가 다스리겠다고 결심했고 의대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알게된 사실은 장이 건강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 어려서 앓은 유당 불내증(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과 피부염이 관계가 있고 둘 다 장 질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한 저자는 의대와 미생물학연구소를 거치며 장에 대해 연구, 평범한 소녀에서 촉망받는 의학자로 거듭났다.



이런 감상돋는 소개를 차치하더라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첫째는 면역이 중요하다는 것. 내가 자주 앓는 편도선염, 인후통, 충치, 건선 등의 원인이 편도에 숨어있는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편도절제수술을 받고 싶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 고민해봐야겠다. 둘째는 좌변기가 변비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 호스가 꺾이면 물이 안 나오는 것처럼 좌변기에 꼿꼿히 앉은 자세보다는 웅크리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가 낫다. 좌변기에서 변을 볼 경우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양발을 작은 받침대 위에 올리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는 변의 성분이 물이라는 것. 흔히 음식물찌꺼기가 변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4분의 3이 물이다. 변을 볼 때마다 평균 약 100밀리리터의 수분을 잃는다고 하니 변을 본 후에는 반드시 물을 마셔서 수분을 보충해야한다. 



생물을 비롯한 과학 전반에 문외한이라 어려운 부분도 다소 있었지만, 건강에 직결되는 실용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 읽기가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면역세포의 80퍼센트를 관할하며 세로토닌을 비롯해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하는 등 뇌 다음으로 신경체계가 발달한 기관, 장. 앞으로는 요구르트와 야채, 과일을 틈틈이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장 건강에 더 신경써야겠다.




 
 
 
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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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어젯밤 라디오로 며칠 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故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었다. 전부터 수십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도 어제는 마치 잘 아는 사람이 멀리 떠나면서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처연하고 쓸쓸했다. 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그건 내가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80년에 사망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만 해도 그렇다. 나는 비틀즈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의 생애도 잘 모르지만, 이제껏 노래로 그의 목소리를 수백 번은 들은 탓인지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이 짠했다. 이제 그 흥겨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들을 때에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괴롭다.

 

 

존 레논이 생전에 남긴 편지와 메모, 노트 등을 모은 최초의 책 <존 레논 레터스>

<존 레논 레터스>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의 느낌도 그랬다. <존 레논 레터스>는 비틀즈 공식 전기를 집필한 작가 헌터 데이비스가 존 레논이 가족, 연인, 친구, 동료, 팬, 심지어는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등 300점을 추적하고 시기별로 분류해 만든 책이다. 편지의 사연과 당시 그의 상황, 심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료를 일일이 사진으로 첨부해 두께와 분량이 상당하지만, 팬이 아닌 나조차도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었을 만큼 읽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존 레논의 생애

존 레논의 생애는 평탄치 않았다. 부모 없이 이모 손에 자란 그는 공부보다 록 음악을 더 좋아했고, 학교에서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을 만나 졸업 전에 밴드를 결성했지만 무명 시절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마침내 스물네 살 때 비틀즈로 '예수보다 높은 인기'를 얻게 되지만, 술과 유흥, 약물에 빠져 지내는 날이 더 많았고, 멤버들이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비틀즈는 해체했다. 해체 이후에는 오노 요코와의 스캔들, 반전 운동 등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1980년 12월 마흔 살을 일기로 눈을 감았다.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이 책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많은 양의 편지와 엽서, 그림, 메모 등을 남겼다. 글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편지와 엽서가 보편적인 통신 수단이었던 탓이 크다. 선물을 보내줘서 고맙다, 멀리서 잘 지내고 있다 같은 짧은 인사를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몇 분 안에 전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전화 요금조차 비싸서 편지나 엽서로 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때는 번거롭고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후세 사람들이 삼십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뮤지션의 친필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요즘 인기 있는 뮤지션의 팬들은 누리기 힘든 호사다.


 

이제 글씨로 그를 기억하리라

돌이켜보니 중, 고등학교 때만 해도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친구들끼리 편지나 쪽지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잦았다. 그 때 받은 편지나 쪽지는 이사를 하면서 거의 다 잃어버렸지만, 어떤 친구들의 글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존 레논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들도 그러할 터. 비록 나는 그에게 직접 편지 한 장 받은 일이 없지만, <존 레논 레터스>라는 소중한 책을 읽은 지금부터는 그의 노래와 목소리, 글씨로 그를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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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날이 왔다. 타카기 나오코의 책을 소개하는 날이! 타카기 나오코는 마스다 미리 같은 비슷한 계열의 일본 여성 만화가에 비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화가인 내 동생은 진작에 타카기 나오코의 매력에 빠져 비싼 원서를 국내외에서 사들여 왔었다. 그 결과 동생은 타카기 나오코의 책을 현재 열여섯 권 소장 중이며, 그 중 <나홀로 여행 1,2> 두 권만 우리말 번역본이고 나머지는 모두 원서다. 동생이 하도 좋아하고 책을 사들여서 동생 책장에서 몇 권 빌려 읽은 적이 있는데, 만화를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 나도 백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 그림체까지 귀여워 금세 팬이 되었다. 만화책 치고는 종이질이 다소 두툼하고 올컬러로 인쇄한 점이 좋아서 언젠가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면 반드시 원서와 동일한 사양으로 제작되길 바랬는데 <나홀로 여행 1,2>에 이어 <마라톤 1년차>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아 대만족! 갱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만화에 익숙한 독자라면 가히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타카기 나오코는 1974년생 미혼으로 3,40대 싱글녀의 감성을 대변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으며, 일본 외에도 한국, 대만, 중국, 홍콩, 태국 등 여러 나라에 수많은 고정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150cm 작은 키로 인해 벌어진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150cm 라이프>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으며, <독립생활 다이어리>, <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9년차> 등 자취 생활을 그린 만화와 <나홀로 여행>, <배빵빵 일본식탐 여행> 등 소위 '구루메 타비'라고 불리는 먹방 여행 시리즈가 유명하다. 몇 년 전에는 마라톤에 도전, <마라톤 1년차>와 <마라톤 2년차> 두 권의 책을 냈는데, 덕분에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로 거듭났다고 한다. <마라톤 1년차>는 타고난 몸치에 운동 부족인 저자가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 마라톤 중계를 보고 마라톤을 시작해 국내외 다수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며 왕초보 마라토너로서의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마라톤을 한답시고 맨처음 한 일은 새 운동화와 운동복을 장만하는 일. 동네 주변을 달리는 것도 역부족이었던 저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입문서를 사서 마라톤의 기초를 공부하고,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며 체력을 키운 끝에 마침내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학교 다닐 때 단거리 달리기는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잘 했지만 오래 달리기는 끝까지 달려 본 적이 거의 없고, 지금은 매일 밤마다 30분 정도 동네 산책하는 게 운동의 전부일 정도로 저자 못지 않은 운동부족인 나. 저자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대회에서 같이 달리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회에 참가하며 도전하는 즐거움과 완주하는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달리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든 몸매 관리를 위해서든 달리기란 운동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타카기 나오코마저 나를 유혹하는구나...! 



저자가 한 대로 일단 새 운동복과 운동화를 장만해 동네 주변부터 달려봐야지. 그냥 달리면 재미없으니까 저자처럼 친구랑 같이 달리고 운동 끝나면 동네 맛집에서 맛있는 걸 사먹기로 해야겠다. 익숙해지면 그 때는 대회에도 나가고 기록도 점점 갱신해보는 걸로...! 사실 마라톤보다 나를 더 유혹하는 건 바로 먹방이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그 지방의 맛있는 음식도 먹고 명소를 관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대회가 보통 주말이나 휴일에 있을 텐데, 집에서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때우지 말고 이렇게 대회에 출전해 새로운 추억도 쌓고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거나 관광지에 들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멀리갈 것 없이 우리동네 송파구에서도 마라톤 대회가 자주 열리는데 언제 한 번 꼭 참여해봐야겠다.




 
 
 
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 - 거실, 자동차, 기저귀 가방, 지갑, 인간관계, 시간, 남편까지 당신이 찾는 모든 정리법
저스틴 클로스키 지음, 조민정 옮김 / 처음북스(구 빅슨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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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의 저자 저스틴 클로스키는 정리에 대한 강박장애(OCD)를 가지고 있다. 장애라고 하면 보통 콤플렉스라고 여기고 숨기거나 고치려고 노력할 법한데, 저자는 오히려 정리 기술을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정리와 창조, 훈련을 뜻하는 영단어의 앞글자를 딴 OCD(Organization & Creation Discipline) 익스페리언스라는 회사를 설립,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과 기업을 돕고 있다. 정리 강박이라는 병이 재능으로 승화된 것이다.


강박장애 성향은 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리 방법이 대상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데다가, 정리하는 대상도 공부방, 침실, 욕실, 부엌 이런 수준이 아니라 각종 문서를 스캔해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비전보드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인간관계와 기념일, 취미 생활 등 보이지 않는 것까지 정리하는 등 다양하다(심지어는 남편까지!).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책 순서대로 하나씩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하도 많아서 결국 포기. 나도 나름 정리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 편인데, 저자에 비하면 그저 취미 수준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컴퓨터는 제법 깨끗하게 정리했다. 바탕화면부터 폴더마다 들어있던 필요없는 파일과 프로그램, 각종 북마크까지,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컴퓨터를 정리하니 컴퓨터 속도도 조금 빨라진 것 같고 속이 다 개운하다. 시간이 생기면 사진도 정리해야지. 컴퓨터에 있는 사진은 잘 나온 것만 골라서 인화하고, 내친 김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앨범에 정리해둔 사진도 다시 정리하고 싶다. 근데 그게 언제가 되려나. 역시 저자에 비하면 나는 정리 애호가도 뭣도 아니다.



 
 
 
투룸 수납 인테리어 - 수납의 달인 ‘사오리’의 작은집 완벽 정리술
혼다 사오리 지음, 박재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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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앤틱 가구로 고풍스럽게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즘에는 이케아 가구로 심플하게 꾸미는 북유럽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본 스타일을 좋아해서 틈틈이 일본 인테리어 책을 참고해 내 방을 직접 꾸미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 인테리어의 특징은 기능적으로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미적으로는 무채색과 원목을 베이스로 최대한 심플하고 조화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책 <투룸 수납 인테리어>의 저자 혼다 사오리도 복잡한 건 질색이라고 한다. 정리수납 컨설턴트인 저자는 남편과 살고 있는 43년 된 투룸을 직접 개조, 정리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거실과 침실, 주방, 화장실로만 이루어진 10평 안팎의 좁은 투룸. 아무리 직업이 정리수납 컨설턴트라도 43년 된 낡고 좁은 집을 새 집처럼 꾸민다는 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열심히 청소하고 개조하고 짐을 줄여 3년 만에 멋진 공간으로 대변신시켰다. 


케이블에서 일본의 낡은 집을 새 집처럼 리모델링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방송의 미니 버전이랄까. 인테리어부터 수납, 정리, 청소, 생활 팁까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얇은 책인데도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