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사랑, 가족
최석태.최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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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처럼 뜨겁게 살다 간 화가 이중섭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이중섭의 사랑, 가족>. 서점에서 보고 한 눈에 반해 구입해 아끼고 또 아껴 읽다 마침내 다 읽었다. 


일반적인 화첩이나 그림 에세이와 달리 이중섭이 1940년 말부터 1943년까지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와 연애할 때 쓴 100여 점의 엽서와 결혼 후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일본에 있던 아내와 두 아들에게 쓴 편지글과 그림을 모은 귀중한 이 책. 돈도 명예도 이념도 국경도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사랑하다 떠난 그의 이야기와, 그런 그의 삶과 사랑을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며 여러 번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어릴 때부터 그리기와 만들기에 관심과 재능을 보인 천부적인 화가인 동시에 오산학교 재학 시절 일제에 저항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려 그해 학교 사진첩이 발행되지 못하게 할 정도로 민족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스물다섯 분카가쿠인 유화과 연구생 시절 사랑에 빠진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야마모토 마사코. 식민지 출신의 가난한 남자가 식민지를 지배하는 나라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얄궂은 운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섭은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마사코에게 글 없는 그림엽서를 3년이나 보냈고, 마사코는 그가 보내주는 비밀스런 러브레터에 감동해 이 순탄치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사랑을 받아들였다.






이들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비참했고 풍요롭지만 가난했다.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결혼했지만 징병을 피하기 위해 이중섭은 마사코의 곁을 떠나 고향으로 피신해야 했고, 광복 직전 마사코를 조선으로 불러 겨우 신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가난과 첫 아이의 죽음 등으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으나, 그런 중에도 마사코의 이름을 이남덕(남남북녀 대신 남녀북남이라며 '남', 더덕더덕 아들딸 많이 낳아서 한오백년 후엔 대향남덕국을 만들자며 '덕'이라 붙인 이름이었다)이라 바꾸고, 닭과 소를 그리며 사랑과 예술의 힘으로 버텼다(아내를 "나의 소중한 특등으로 귀여운 남덕"이라고 칭하는 남편이라니. 이보다 더한 사랑꾼은 오늘날에도 없다!). 


그런 그들 앞에 또 한번의 시련이 닥쳤으니 그것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어머니와 형수, 조카들과 생이별하고 겨우겨우 원산을 떠나 부산의 피란민 수용소에 도착했으나, 수용소에서 번 돈을 어린 소년에게 고스란히 줘버리거나 헌병들에게 몰매를 맞아 몸져눕는 등 고난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의해 제주도로 보내진 가족은 먹을 것이 없어 바다에서 게를 잡거나 해초를 뜯어먹는 생활을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가 이 가족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1952년, 극도의 생활난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남덕과 두 아들이 일본인 송환선을 타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이중섭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졌다.







가족과 헤어진 이중섭은 1952년 말 또는 이듬해 초부터 1955년까지 아내와 두 아들에게 부지런히 편지를 썼다. 

아내 남덕에게는 '나의 살뜰한 사람. 나 혼자만의 기차게 어여쁜 남덕군. 이상하리만큼 당신은 나의 모든 점에 들어맞는 훌륭한 미와 진을 간직한 천사요.' 같은 찬사를 남발하고, 두 아들에게는 '호걸 씨 태성아! 잘 있었니? 아빠도 몸 성히 그림을 그리고 있단다. 태성이는 늘 엄마의 어깨를 두드려드린다고? 정말 착하구나. 한 달 후면 아빠가 도쿄 가서 자전거 사주마. 잘 있어라. 엄마와 태현이 형하고 사이 좋게 기다려다오.' 같은 애정 어린 응원과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이중섭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평생의 소원인 소박한 남자. 이 소박한 남자의 꿈을 야만적인 세상이 민족이니 이념이니 전쟁이니 권력이니 제도니 하는 이름으르 짓밟는다. 그럼에도 남자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고 가까스로 웃어보인다. 단 하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다. 결국 그는 평생 자신을 괴롭힌 시대와 사회라는 괴물 앞에 스러지지만, 그가 해준 이야기와 그가 웃어보인 미소를 기억하는 가족은 꿋꿋이 삶을 이어간다. 어떤가. 비슷하지 않은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중섭이 가족들을 생각하며 엽서며 담배갑에 그렸던 그림이 고스란히 그의 화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내 남덕과의 연애시절 그녀를 생각하며 그린 꽃이며 풀이며 때로는 그녀의 몸이며 손이며 발 같은 것, 제주도로 피란 갔을 때 바닷가에서 어린 두 아들이 벌거벗고 게를 잡던 모습, 좁은 방에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주린 배를 채우던 것이나 몸을 겹쳐가며 잠을 청하던 모습이 그의 그림과 겹쳐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최고의 예술은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것이라고 배웠다. 아내와 두 아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 사랑을 화폭 위에 펼치다 삶을 마친 화가 이중섭. 아름다운 그의 삶과 예술을 보며 내 마음에도 무한한 송이의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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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freyja 2015-07-05 15:15   댓글달기 | URL
제주의 이중섭미술관에 그의 손편지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요.

라젠카 2015-07-05 16:27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 겠네요
 
날씬미녀를 따라했더니 5kg 더 빠졌어요
와타나베 폰 글.그림,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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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 미녀를 따라 했더니 5kg 더 빠졌어요>는 와타나베 폰의 만화 <너, 살 빠졌지?>의 후속편이다. <너, 살 빠졌지?> 이후의 일을 그리지만 다이어트 방법 자체는 바뀌지 않으므로 한 권만 읽든 두 권 다 읽든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나는 <날씬 미녀를 따라 했더니 5kg 더 빠졌어요>를 먼저 읽고 재미있어서 <너, 살 빠졌지?>를 뒤늦게 구입해 읽었는데 둘 다 좋았다. <너, 살 빠졌지?>가 다이어트 자체에 중점을 둔다면 <날씬 미녀를 따라 했더니 5kg 더 빠졌어요>는 다이어트를 하는 도중에 자신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고 인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을 그린 점이 흥미로웠다.


 


전편에서 95kg에서 65kg으로, 총 30kg 감량에 성공한 저자는 여전히 '약간 뚱뚱한' 상태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초 목표인 60kg 달성을 위해 다시 한번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다이어트 방법은 전과 같이 '날씬 미녀의 생활 습관 따라하기'! 30kg 감량에 성공하고 사람들로부터 살 빠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예쁘다, 미인이다 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던 저자는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고 당당한 날씬 미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감추는 것 없애기, 먹은 음식 사진으로 찍기, 아침형 인간 되기, 워킹 재점검 등 이전 다이어트에서 미처 실천하지 못한 날씬 미녀의 습관을 하나씩 터득하면서 정체기를 극복하고 체중을 감량해가는 저자. 마지막에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보컬레슨 받기, 나 홀로 해외여행 등을 다이어트 보상으로 정하고 성공함으로써 50kg대 몸무게 진입을 달성한다.




전편의 장점으로 다이어트라고 해서 살만 빼면 다가 아니다, 다이어트의 '진짜' 목적은 미인이 되는 것이다 라는 점을 강조한 걸 들었다면, <날씬 미녀를 따라 했더니 5kg 더 빠졌어요>의 장점은 다이어트의 또 다른 '진짜' 목적은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에게 보컬레슨이나 해외여행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생각만 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나 도전 과제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이어트와 연결해 목표한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보컬레슨을 받고 해외여행을 가는 식으로 다이어트와 삶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 나도 살 빼면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운전을 배우든 여행을 가든 뭐라도 해볼까? 살 빼기 전부터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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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필기시험문제 (8절) - 2015년 4월 1일 최신개정판
도로교통공단 엮음 / 크라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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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이동이 잦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 이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따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런데 요즘들어 일이든 가족 때문이든 필요한 일이 종종 생긴다. 며칠 전에는 부모님이 공항에 가실 일이 있어서 공항버스를 타는 곳까지 택시로 배웅해드렸는데 내가 운전을 할 줄 알면 택시를 타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부모님이 연세를 드시고 거동이 불편해지시면 나에게 의지하실 일이 늘어날 텐데 운전면허가 없으면 여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운전면허를 따볼까 생각 중이다.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당장 따긴 힘든데 뭐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일단 필기시험 교재부터 마련했다. 40년 전통의 크라운출판사가 만든 <운전면허 필기시험문제>라는 교재다. '2015년 4월 1일 최신개정판'이라고.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므로 <운전면허시험 관리체계도>부터 읽어보았다. 운전면허시험은 <자동차운전전문학원>과 <일반자동차학원>에서 교습을 받을 수 있는데, 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는 <학과교육과 기능교육, 도로주행교육>을 하고, 일반자동차학원은 전문학원에 준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을 받은 후에는 <응시원서 접수, 적성검사, 교통안전교육, 법령 및 점검 학과시험, 장내기능검정, 도로주행 검정> 등을 거쳐 운전면허증을 교부받게 된다. 



면허 취득 전에 예상외로 많은 교육을 받고 교육 시간도 길어서 겁먹은 것도 잠시. 다행히 책에 <자동차 운전면허시험 응시 및 합격요령>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운전면허시험에 있어 중요한 과정으로 <학과시험,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들 수 있다. 학과시험을 OMR 카드 작성방식으로 채점할 줄 알았는데 새롭게 도입된 개인용 컴퓨터인 PC화면 조작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시험보는 방식으로 정답을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스크린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고 하니 편리할 것 같다.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 또한 전자채점방식이다. 책에 <PC필기시험 조작요령>도 자세히 나와 있어 PC 이용이나 시험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제풀이로 들어가기 전에 <운전면허 학과시험 요점정리>도 나와 있다. 도로교통법의 목적 및 용어, 신호기 교통안전표지, 도로(안내) 표지, 차마의 통행 방법, 교차로 통행방법, 안전한 속도와 보행자 등의 보호, 정차 및 주차, 건널목, 등화, 승차, 적재, 운전자의 의무 및 준수사항, 고속도로에서의 운전, 운전면허제도, 교통사고 처리특례, 사람의 감각과 판단능력, 차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 특별한 상황에서의 운전, 자동차 등록 및 관리, 자동차의 점검 및 고장 분별 등 시험에 나오는 사항의 요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간략하고 쉽게 핵심만 요약되어 나와 있어 시험 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학과시험이라고 해서 운전에 관한 문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람의 감각과 판단능력, 차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 등 다양한 문제가 나오는 걸 알고 놀랐다. 나 정말 운전면허 딸 수 있을까? ㅠㅠ



문제풀이편은 주제별로 총 2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험을 주관하는 도로교통공단 지정 출제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정답은 문제지 하단에, 해설은 문제 하단에 나와 있다. 운전에 관한 지식이 하나도 없고 한 번도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인데도 대충 풀어서 절반 정도 맞혔다. 처음 보는 용어나 아예 모르는 사항이 나오지 않는 한 대체로 상식 수준에서 나오는 듯하다. PC화면을 이용한 사진형, 일러스트형 출제문제도 나온다. 낯선 형식의 문제가 나와서 당황했는데 막상 문제를 풀어보니 이 또한 상식 수준이다. 오답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풀었을 뿐인데도 정답률이 꽤 높다. 운전면허 학과시험용 동영상 문제 풀이를 위한 CD도 수록되어 있다.



시험 초치기(?) 대비를 위한 <끝내기 핵심 요약 정리>도 나와 있다.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사항을 한 장으로 정리한 것으로 급할 때 이 장만 달달 외워서 시험을 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장에는 소방차에 길 터주는 요령이 나와 있다. 소방차, 응급차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차량에 대해 길 터주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시험에 자주 나오는 포인트인 모양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자가 되면 종종 겪게 될 상황이니 면허 취득 전에 확실하게 알아놓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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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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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다른 건 몰라도 영어만큼은 곧잘 하는 편이라서 살면서 영어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느낀 적은 없다. 비결은 없다. 학교 수업 충실히 받고 예습, 복습 열심히 한 게 전부다(초등학교 때부터 팝가수에 열광하고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 건 있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신작 <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를 읽기 시작했을 때 주어, 술어가 뭐고 be동사가 뭔지도 모르는 미치코 씨를 보며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영어를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십 년 이상 배운 사람인데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덮지 않고 계속 읽은 건, 미치코 씨가 영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마흔 살의 아오야마 미치코는 남편과 딸 하나를 두고 있으며 낮에는 쇼핑센터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살림하는 주부다. 영어에서 손 놓은 지 10년 이상 지났고, 입문만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뉴욕 여행을 목표로 영어 공부에 도전한 미치코 씨. 남편과 딸은 그녀가 늘 그랬듯 처음에만 열심히 하고 금방 식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주어, 술어부터 시작해 명사, 동사, be동사 등 영어의 기초를 하나씩 하나씩 섭렵하며 '영어 입문의 입문'을 훌륭하게 마친다.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든 '알려고' 했지만 어딘가에 '걸리는' 부분이 생기고 그래서 '알려고 하지 않는' 척을 하게 된 것입니다.

- 사에키 유타카 <'안다'는 것의 의미> 중에서 (p.23)



미치코 씨와 가정 교사가 함께 하는 수업은 진도가 잘 안 나간다. 남이 보기엔 미치코 씨가 주어, 술어도 모르고 am, are, is의 차이도 모르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미치코 씨가 모르는데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르는 게 있으면 숨김 없이 물어보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가 어렵고 지겨운 것도 영어가 어렵고 공부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실은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의 문제가 아닐까.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쳐 줬으니 알리라 지레짐작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모르는 게 있는지 신경쓰고 배려해야 한다. 배우는 사람은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묻고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건 영어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부, 모든 세상살이에 해당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일본어 공부가 그렇다. 중학교 때 일본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게 되면서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독학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일본어를 하루도 놓지 않았다. 정식으로 배운 건 대학교 때 교양 일본어 강의를 듣고 언어 교육원에 2개월 다닌 게 전부이지만 일본어 방송을 알아 듣는 데 어려움은 별로 없다. 일본어를 영어보다 훨씬 쉽게 배우고 더 잘하게 된 비결이 뭘까 생각해 보니 어차피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언어라 틀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공부한 게 아닐까 싶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찾아보고, 나보다 일본어 잘하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되었으니 실력이 늘 수밖에. 걸린다고 포기하지 않고 걸리는 데서 다시 출발하기. 이건 영어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부, 모든 세상살이에 해당되는 덕목이다.



미치코 씨가 영어를 배우면서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언어의 재미, 학습의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같은 뜻을 우리말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외국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가고 비교하면서 우리말과 외국어의 특징을 알 수 있으니 외국어 공부는 모국어를 다시 공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모국어뿐 아니라 언어의 아름다움, 말의 편리함, 공부의 재미를 깨닫고 궁극적으로는 삶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까지 되찾은 미치코 씨의 영어 공부. 이런 공부라면 안 해도 괜찮... 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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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크 옷걸이 통신
홍인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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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연재 당시 패션 말고 메이크업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어떻게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2권 내주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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