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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 3 : 기본 아이템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3
천계영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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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서 데뷔 15주년 차가 된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 여섯명 모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예능이면 예능 빠지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패션으로 따지면 옷을 잘 입는 멤버와 못 입는 멤버가 확연히 갈린다. 옷 잘 입는 멤버의 대표 주자는 단연 이민우. 그는 유행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링으로 작은 키를 보완하고 있다. 반면 얼굴로 보나 키로 보나 웬만한 모델과 배우가 부럽지 않은 멤버 에릭과 전진은 신화를 넘어 연예계 전체에서도 옷을 못 입는 남자 연예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진은 청자켓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거기에 명품벨트와 구두를 더한 패션을 선보이며 연예계 최고의 '패션 테러리스트'로 등극한 바 있다. 다들 매력있고 잘생겼는데, 왜 누구는 옷을 잘 입고, 누구는 못 입는 것일까?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의 작가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드레스 코드 3>을 읽으면서 과연 그 차이를 낳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드레스 코드>는 작가 천계영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 중인 웹툰 <드레스 코드>의 출판본이다. 1권에서는 현명하게 쇼핑하는 방법과 나에게 맞는 실루엣, 네크라인, 칼라, 소매 찾는 방법을, 2권에서는 허리 라인과 비율, 사이즈의 비밀, 옷장 정리 비법 등을 전수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3권에서 기본 아이템과 코디 아이템, 여름 코드, 브라, 청바지 고르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1,2권이 옷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한 책이라면, 이번 3권은 당장 필요한 코디 및 스타일링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훨씬 실용적이었다.


저자는 자기 체형과 취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옷을 잘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체형에 취향을 더하면 그게 바로 너의 '이미지'야." (p.28) 자기 체형의 장단점을 알고 취향과 목표하는 이미지를 이해한다면 옷을 고르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가령 신화의 이민우는 작은 키를 커버하면서 남성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는 스타일링을 하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고 옷 잘 입는 소리를 듣는다. 반면 전진은 키도 크고 몸도 좋지만, 자신의 남성적이고 터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붉은색 잠옷 바지, 늘어진 티셔츠 등을 입기 때문에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불명예를 얻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옷장에 옷이 가득 있는데도 매일 아침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이유, 계절에 맞는 코디 방법, 자기 몸에 딱 맞는 브라, 청바지 찾기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코디 및 스타일링 정보가 나와있다. 특히 수많은 여자들이 옷이 많은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나 역시 옷이 옷장 가득 있고 매 시즌마다 틈틈이 옷을 사는데도 늘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인 데다가, 심지어 주변 사람들한테 '너는 늘 똑같은 옷만 입는다'는 말까지 듣는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든 질 좋은 기본 아이템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지 그 위에 화려하게, 혹은 세련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멋진 그림처럼 그려낼 수 있다." (p.13) 이제까지 꼭 필요한 기본 티셔츠, 바지, 재킷은 마트나 인터넷 같은 데서 싼 걸 사고, 유행하는 아이템은 비싼 돈 주고 사서 몇 번 못 입고 버렸는데, 이제부터는 반대로 해야겠다. 필요하고 자주 입는 옷일 수록 비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사야한다는 진리 중의 진리......! 왜 이제 알았을까? 

 

패션에 관심도 많고 <드레스 코드>도 무척 좋아해서 작년에 출간된 1권과 2권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매주 업데이트 되는 웹툰도 체크하고 있다. 웹툰은 매주 새로운 회차를 볼 수 있고 다른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나름대로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출판본, 즉 종이책으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줄 한줄 차분히 읽으면서 패션에 대한 지식도 쌓고 나의 패션도 반성해보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천계영의 <드레스 코드>, 영원하라!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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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3부작 모두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라면 단연 이 책 <주말엔 숲으로>다. 이야기 흐름상 앞서 소개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처럼 이 책 역시 30대 중반의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프리랜서 번역가인 하아캬와가 도쿄 근교의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하야카와의 갑작스런 결정에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독신녀가 남자도 없고 일도 없는 시골로 왜 이사를 가느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주말만 되면 그녀의 집을 찾는다. 출판사 경리로 일하고 있는 마유미는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고, 여행사 직원 세스코는 마유미보다 소박한 성격이다. 분위기와 성격은 달라도 그녀들 모두 일에 치이고 도시 생활에 지쳐 있던 참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하야카와가 사는 시골 마을은 더없이 편한 휴식처가 되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하야카와는 그녀들을 숲으로 데리고 간다. 사박사박 소리가 나는 흙길을 걸으면서 하야카와는 친구들에게 도시에 살면 볼 수 없는 진기한 자연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호수에서 보트도 타고, 겨울에는 눈밭에서 소박한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숲속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친구들의 고민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하야카와는 "손끝만 보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p.49),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p.62)  같은 말을 들려주며 친구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요즘 힐링이나 치유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데, 사실 인간이 가장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자연이 아닌가 싶다. 산에 가면, 바다에 가면, 아니 그저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잊고 있던 자연성을 회복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주말엔 숲으로>는 바로 이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세 여자 친구들의 우정과 소소한 일상이 더해져 읽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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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빠, 어디 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 참 귀여운 데다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와 노는 게 어색하기만 했던 아빠들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와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단 이틀이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가 단 둘이서 생활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지지난주 방영분에 나온 김성주-민국 부자의 아침 풍경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엄마가 잠도 깨워주고, 짐도 챙겨주고, 아침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가고 없어서 아빠와 아이 단 둘이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는 물 온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 아이가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평소에 엄마 한 사람만의 몫을 사는 게 아니라 아빠, 아이들, 이렇게 식구들 전부의 몫을 사는 사람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더 피곤하고 더 힘들고 더 외로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 3부작 중 한 권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바로 엄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제 막 열 살이 된 초등학생 리나. 리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참 이상하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엄마(미나코)는 나이가 드는 게 싫다고 하지만 왜 싫은지 정작 그 이유는 모른다. 이웃에 사는 독신녀 고모(다에코)는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쉰다고 해도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 모순을 리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리나보다도 리나의 엄마인 미나코가 더 많이 나온다. 미나코는 젊었을 때는 은행에 다녔고, 리나를 임신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제 리나도 많이 커서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취직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되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과 '나는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며 미나코를 무시하는 듯한 다에코의 말에 기가 죽는다. 왜 사람들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의 인생은 결혼과 출산과 함께 끝나버리는 것일까? 미나코의 고민에 나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보다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도 미나코처럼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셨다. 중간에 일을 잠깐 하신 적도 있지만 집안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그만두셨다. 엄마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 했다. 물론 포기한 것마저 엄마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빠가 포기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엄마가 포기한 것이 훨씬 많은 느낌이 든다. 왜 여자는 취업이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더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일까? 해묵은 고민이지만 여전히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더 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미나코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지 더 구체적으로 그렸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 엄마들, 그리고 그녀들의 남편이거나 자식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이야기지만 분명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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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대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최고의 공감 만화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만화 세 편이 '마스다 미리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 중 한 권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수짱'이 등장하는 만화로, 지난해에는 무려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로 제작,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올해 3월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 데다가, 좋아하는 배우인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 만화라고 해서 이 책, 아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감상은, 역시 GOOD! 아, 정말 좋다.

 

* 참고로 '마스다 미리 3부작'은 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②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③ 주말엔 숲으로 의 순서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미혼 여성,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전업 주부에게 추천한다. <주말엔 숲으로>는 미혼 여성이 주로 등장하지만 결혼 여부, 연령에 관계 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35세의 독신녀 수짱.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적금은 고작 300만엔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성이다. 그녀는 퇴근길에 들른 요가 학원에서 예전 아르바이트 동료인 사와코를 만난다. 사와코는 40대의 독신 여성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수짱의 또다른 친구 마이코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버석버석해진 발 뒤꿈치, 더 이상 기름종이가 필요 없는 피부 고민을 하는 그녀들의 속마음은 사실 한없이 복잡하고 외롭다. 수짱은 임신을 한 친구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 유언장을 쓰려고 해도 쓸 말이 없다. 사와코는 밝고 싹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13년째 연애를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저물어버릴 내 젊음이, 내 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코는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행복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불만스런 마음이 든다. 아직 독신인 친구가 부럽다.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여성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여성이 원하는 것은 'sovereignty', 즉 주권이나 통치권 같은 권력 또는 힘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고로 여성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통해 힘을 얻는지, 그것이 사랑인지, 가족인지, 일인지, 취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수짱의 고민이 '결혼해야 할까?'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부정형인 것은, 결혼이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나 구속이 아니고,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여성에게도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이코가 출산을 앞두고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독신 여성에게는 애인도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안정된 노후도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어떤 인생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이것이 수천년 동안 갖은 사회적 굴레와 차별,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후대의 여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나의 고민과 외로움과 불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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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작품은 단연 <고독한 미식가>다.

 

원작을 먼저 읽고 본 <심야식당> 시리즈는 그저 그랬고,

역시 원작을 먼저 읽고 본 <하나씨의 간단 요리>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으나,

<고독한 미식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좋았다. 원작을 먼저 읽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매력은 한마디로 말해 '쇼와스럽다'는 점.

'쇼와스럽다'는 말은 현재 일본의 연호인 '헤이세이(평성)' 시대 이전의 '쇼와(소화)'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로,

'촌스럽다'는 뜻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기 멋을 지키는 것을 칭찬하는 숨은뜻도 있다.

 

<고독한 미식가>는 바로 이런 '촌스러움'과 '일본인 특유의 미의식'을 동시에 지닌 드라마다.

물론 음식 드라마인만큼 주인공 이노카시라 고로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지만,

속에서 어떤 감정의 동요가 있든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는 고로의 신사다운 면이라든가,

세련되고 화려한 '맛집'보다는 나름의 독특한 정취를 가진 '멋집'을 찾아내는 초이스.

이런 점들이 예스러우면서도,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들을 생각나게 해준다.

 

 

 

 

 

 

 

 

알려져 있다시피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구스미 마사유키가 줄거리를 쓰고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린 만화가 원작이다.

 

드라마 시즌1,2를 다 보고 적적하던 차에 원작 만화 생각이 나서 그날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시즌2까지 나와서 권수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 권짜리 만화였다.

(그것도 추가 에피소드 및 저자 대담이 수록된 증보판인데도 한 권이라니!)

만화를 먼저 본 동생이 '드라마와 만화가 다르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만화보다 드라마를 먼저 본 내 눈에는 드라마와 만화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이 보였다.

일단 잡화를 주로 취급하는 사업가인 주인공 이노카시라 고로가

업무차 들른 곳에서 한 끼를 때우는 이야기라는 기본 포맷이 똑같고,

매회 에피소드보다는 고로가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먹는 장면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도,

돼지고기 볶음, 타코야키, 야키니쿠, 덮밥, 오뎅 등 일본의 서민층이 즐겨 먹는 음식이 주로 나온다는 점도 똑같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드라마는 매회 앞부분의 에피소드가 만화에 비해 길다는 점,

서민 음식 외에도 오키나와 등 지방 요리나 중국, 브라질, 태국 등 다양한 외국요리에 도전하는 점 정도일까?

 

재미있는 점은 1994년에서 1996년까지 연재된 만화 원작과

2010년 이후에 방영된 드라마 시즌1,2 속 풍경이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구체적인 부분을 따지면 달라진 점이 많이 있겠지만,

고로가 주로 애용하는 마을 상점가는 90년대에 비해 쇠락하면 쇠락했지 더 좋아지지 않았고,

아키하바라, 아사쿠사, 시부야, 긴자, 이케부쿠로 등 도쿄의 주요 지역의 분위기도 비슷한 편이다.

이 만화와 드라마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십 여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만화로, 드라마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일본인만이 만들 수 있는 맛과 멋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주 값이 싸고, 특별한 재료나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라도

정성스럽게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본 요리사들의 자세,

그리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의 모습.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고 허기를 채우는 현대인들의 음식문화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고독한 미식가>는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음식의 소중함, 음식 문화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경기는 십 여 년째 침체되어 있고, 고령화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목을 잡고있지만,

언제까지나 일본인들이 간직해주었으면 하는 맛과 멋 - 그것을 보여주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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