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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 10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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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를 대신해 '친구'의 가면을 쓰고 자리에 앉아 있는 자는 대체 누구일까. <20세기 소년 완전판> 제9권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끝이 났다. 9권에서 무장봉기를 포기한 칸나는 오쵸와 함께 친우대에 끌려간다. 그곳에는 오랫동안 '친구'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했던 만죠메가 있었다. 만죠메는 오래전 '친구'를 만나 어울리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핫토리가 사망한 후 현재 '친구'인 척하고 있는 자의 정체를 밝혀내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10권에선 '친구'가 준비한 '인류멸망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최후의 노력이 그려진다. 9권에서 북쪽 국경을 지키는 경찰관으로 일했던 '쵸노'는 자신이 '야부키 죠'라고 주장하는 수수께끼의 남자와 함께 도쿄로 향하다 '그레이트 월'이라는 벽을 만난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통행증이 필요한데, 수배 대상인 쵸노와 야부키 죠에게 적법한 통행증이 있을 리 없다. 결국 두 사람은 우지키라는 만화가에게 위조 통행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우지키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한다. 


한편 칸나는 '친구'를 위해 바이러스 병기를 개발한 과학자이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인 키리코를 만나러 간다. 키리코는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서 바이러스를 개발했으나, 정작 그것이 인류를 절멸하는 데 쓰이는 것을 눈으로 보고 은둔하는 편을 택했다. 키리코는 속죄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몸을 이용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다. 과연 이 백신이 인류 전체를 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얀보와 만보가 등장해 반가웠다. 아버지는 '친구'이고, 어머니는 '친구'를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고 백신도 만든 과학자인 칸나의 처지가 참 기구하고 불쌍하다.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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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 - 행복한 우리 가족 밥상 레시피 330
문성실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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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요즘, 가족들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요리로는 무엇이 있을까. 16년 차 요리 연구가이자 원조 파워블로거이자 두 아이들의 엄마인 문성실의 신간 <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에 그 답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에는 지난 4년 동안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수많은 레시피들 중에서 선별한 330가지가 담겨 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지향하는 저자답게, 이번 책도 남녀노소 모두가 친근하고, 쉽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서 음식을 만들다가 혹시라도 어려움을 느끼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저자의 블로그(www.moonsungsil.com)에 접속해 상세한 내용을 참고하거나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점도 좋다. 


본문에는 뚝딱 만들어서 가볍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밥과 면 요리를 비롯해 냉장고에 늘 있는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국물 요리, 메인 요리는 아니지만 없으면 서운한 반찬, 한 번 만들면 두고두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치, 장아찌, 피클 등의 저장식,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샐러드, 주말과 휴일 또는 특별한 날을 위한 별미 요리, 밥보다 맛있는 간식 등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레시피에는 음식을 조리하는 기본적인 순서 외에도 '양배추는 올리브오일에 볶아야 가장 맛있어요', '볶음밥을 할 때 찬밥을 넣으면 밥알이 잘 안 풀려 시간도 걸리고 맛도 없어요.' 등의 팁도 나온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독자를 위해 화학조미료 없이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천연 육수 만드는 방법, 볶은 소금 만드는 방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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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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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드레스 한 벌 때문에 전 세계 누리꾼들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른바 '흰색-금색 드레스 VS 파란색-검은색 드레스' 사건이다. 사건은 한 여성이 딸과 예비 사위에게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 사진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딸은 그 옷을 흰색 바탕에 금색 띠가 있는 드레스라고 본 반면, 예비 사위는 파란색 바탕에 검은 띠가 있는 드레스라고 봤다. 문제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자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온갖 곳에서 색깔 논쟁이 벌어졌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걸까. 


답은 뇌의 차이에 있다. 인간은 색깔을 휘도, 즉 망막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토대로 지각한다. 지각하는 빛의 양은 조명에 관한 경험과 기댓값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의 사진에서 드레스의 뒤편에는 환하게 밝혀진 조명이 있다. 이를 감안한 사람들은 드레스의 색상이 눈에 보이는 색상보다 진한 파란색-검은색이라고 본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늘 속에 있는 대상들은 사실 파란빛을 지나치게 많이 반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런 사람들은 드레스의 파란빛을 무시하고 흰색-금색이라고 판단한다. (참고로 정답은 파란색-검은색 드레스이다) 


이 사건은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에릭 캔델의 책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에도 나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주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는 과학과 인간 경험의 특성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접점으로서 뇌과학과 현대미술의 관련성을 소개한다. 참고로 여기서 현대미술이란 화가들의 관심이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구상미술에서 추상미술로 옮겨간 이후의 시기를 일컫는다. 


추상화가들은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그리는 대신, 점, 선, 면 등 본질적인 요소로 환원하여 시각적 재현을 하는 데 집중했다. 놀랍게도 이는 감상자의 머릿속에 작가가 의도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심상을 만들었는데, 이는 인간의 뇌의 경이로운 능력 덕분이다. 인간의 뇌는 바깥 세계로부터 불완전한 정보를 취해 그것을 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학습 및 진화해 왔다. 따라서 미술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지 않아도, 일종의 연상적 회상을 촉발할 만한 '불꽃'이 될 인상을 제시함으로써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한 것 또는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추상미술은 필연적으로 감상자의 참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영국의 유명한 미술사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감상자의 몫'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감상자는 추상미술 작품을 볼 때 자신이 그동안 물리적 세계에서 경험한 것들과 연관 짓는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 살아온 환경, 그동안 마주쳤던 모든 미술 작품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러므로 감상자의 생애 경험 또는 지식수준에 따라서 추상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감동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책에는 뉴욕 추상미술학파의 출현을 비롯해 터너, 모네, 쇤베르크, 칸딘스키, 몬드리안, 데 쿠닝,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모리스 로이스, 앤디 워홀 등 추상미술의 발전을 이끈 작가들의 이력과 주요 작품 및 특징 등이 자세히 나온다. 이 책 덕분에 그동안 난해하게만 느꼈던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아울러 앞으로 현대 미술 작품을 볼 때 어떤 식으로 인지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 감상자의 몫을 충분히 누릴 것! -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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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아이였기에,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순수하거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아이라서, 아직은 성인보다 미숙하고 서툴러서, 결과를 미처 상상하지 못한 채 잘못된 판단 또는 행동을 하거나 특별한 목적이나 대단한 악의 없이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런 아이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박윤선의 <수영장의 냄새>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경의 서울이다. 교육열 높고 재테크에 관심 많은 엄마를 둔 여덟 살 민선은 언니 민진과 함께 동네 스포츠센터의 수영반에 다닌다. 민선은 공부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는 언니 민진과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이들도 민선을 은근히 따돌린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민선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종의 '살아갈 낙'을 만든다. 아이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일탈 행동을 하거나,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한 행동들이 점점 감당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스스로를 약자라고 여겼던 민선이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고백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음으로써 민선은 어른들에게 혼나거나 아이들로부터 비난받는 일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자기 자신과는 영영 화해할 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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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박찬욱 감독이 추천했다고 해서 읽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무서워서 혼났다. 다 읽고 나서야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를 읽었는데 이랬다. "당신이 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거나 지금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면 <사브리나>를 읽지 마시라. 이 그래픽 노블은 사람을 천천히 미치게 만드는 전염병 또는 고주파가 포함된 백색소음, 독가스나 방사능 비슷한 것이다. (후략)" ... 이것은 정녕 '추천'사인가... 


작품 자체는 차분하고 그림도 단정하다. 책을 펼치면 한 자매가 등장한다. 동생은 언니에게 내년 봄에 자전거를 타고 오대호를 도는 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걱정하는 언니에게 동생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얼마 후 장면이 바뀐다. 캘빈이라는 사내가 공항 대기실에 무력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데려간다. 캘빈과 남자의 대화를 통해 둘이 오랜 친구 사이이며, 남자가 실종된 '사브리나'라는 여자의 애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캘빈은 여자친구가 실종되어 패닉 상태에 빠진 친구를 정성껏 돌본다. 하지만 캘빈이 사브리나의 애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캘빈의 얼굴과 집,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급기야 '사브리나 사건'이 시민을 조종하려는 정부의 사기극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는다. 사브리나의 동생 산드라 또한 피해자인 척 연기하지 말라는 비난을 받는다. 


한국에도 이런 식으로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가해자 또는 제3자들로부터 문제가 된 가해 행위와는 또 다른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공포스럽고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면 하루라도 빨리 가해자를 찾아내 처벌하기는커녕 피해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2차, 3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 대체 뭘까. 악마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실감하는 요즘이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욱 무겁게 또 무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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