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무민원화전'에 다녀왔다. 


며칠 전 토베 얀손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다룬 책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을 읽고 엄청 감동받아 '충동적으로' 무민원화전 티켓 두 장을 구입해 친구와 다녀왔다. 


알고 보니 올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바람에 무민원화전도 일주일 연장되었고,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무민원화전이 끝나는 날 예매를 한 나도 운 좋게 무민원화전을 볼 수 있었다고. 티켓은 티몬에서 1+1로 구입했다 ㅎㅎ


***<토베 얀손, 일과 사랑> 리뷰 http://blog.aladin.co.kr/779636164/9738940








무민원화전은 토베 얀손의 고국인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있는 평화로운 나라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한국 못지않게 잦은 외침과 전쟁, 내전 등을 겪었다. 


토베 얀손의 생애에도 전쟁과 내전의 상흔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애초에 무민 동화는 전쟁 같은 갈등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한 토베 얀손의 사상이 반영된 작품이며, 이 때문에 한동안 핀란드에서는 토베 얀손을 가리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작가', '현실 도피 성향이 짙은 작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 핀란드가 현재는 토베 얀손으로 관광수입을 올리는 아이러니...) 사실 토베 얀손의 작품 안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가 농도 짙게 반영되어 있는데 당시 핀란드 독자들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나 보다.





전시회장 곳곳에 촬영을 할 수 있는 스팟이 있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입구에 있었던 거대한 무민 인형 사진뿐... ㅠㅠ 전시 내용이 기대한 것보다 알차서 전시회 보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친구한테 설명해주랴 사진 찍고 있을 정신이 없었다... 라고 이제 와 변명해 본들 소용 없다. 부지런히 사진 찍을 걸(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야). 





전시장은 무민 동화를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무민 월드의 주요 캐릭터인 무민과 무민 파파, 무민 마마를 비롯해 무민의 친구인 스너프킨, 스노크메이든, 미이 등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이어서 토베 얀손이 작업한 순서대로 무민 동화, 무민 신문 연재만화, 무민 뮤지컬, 무민 오브제 등을 소개하여 무민 관련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되어 있었다. 


각각의 작품을 작업할 때의 에피소드가 <토베 얀손, 일과 사랑>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이번 무민원화전에서 무민 뮤지컬 공연 당시 배우들이 직접 입은 의상, 토베 얀손이 손수 만든 무민 인형 등을 실제로 보니 매우 감동적이었다. 무민 집은 운반하다가 망가질 염려가 있어서 한국에 가져오지 못했다는데 언젠가 핀란드에 직접 가서 보고 싶다.



무민의 원작자 토베 얀손의 생애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다(사진에서 토베 얀손 옆에 있는 사람은 토베 얀손을 대신해 무민 신문 연재만화를 작업한 남동생이 아닌가 짐작된다). 


전부터 무민이란 캐릭터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을 읽고 토베 얀손이라는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그 결과를 작품에 반영하고 죽을 때까지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길 멈추지 않았고, 살아있는 동안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는 점(이게 가장 중요)이 멋있고 귀감이 된다. 토베 얀손 또한 현대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가로 거론될 만한데 거론되지 않는 점이 아쉬울 따름...



전시회 내용 자체도 알차고 좋았지만, 전시회를 보기 직전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을 읽고 가서 전시회를 보는 내내 대단한 감동을 느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눈앞에 있는 작품으로 다시 다가오는 느낌이었달까. 


현재 무민원화전 서울 전시는 끝났지만 대구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전시회를 보러 갈 계획인 분은 반드시 <토베 얀손, 일과 사랑> (아니면 토베 얀손에 관한 다른 책이라도)을 읽고 가시길 권한다. (기승전 <토베 얀손, 일과 사랑> 홍보 글처럼 되었지만 해당 도서 및 출판사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


아트샵도 알찼고 무민 동화를 구입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역시 무민 동화, 토베 얀손 책은 전시회를 보기 전에 읽고 가야 전시회의 감동이 더할 듯. 무민 동화는 언젠가 어린이 도서관에서 한 번 쭉 본 적이 있는데 무민 스트립 만화 시리즈는 아직 못 봤다. 조만간 구입해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게 힘들 때면 가족 모두 건강하고 삼시 세 끼 먹을 수 있으니 감사히 여기자고 생각한다. 사는 게 괴로울 때면 이제껏 살면서 큰 사고나 자연재해 한 번 겪은 적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는 게 비참하고 끔찍하게 느껴질 때면 적어도 지금이 전쟁 중이거나 당장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마음을 다잡는다. 


코노 후미요 원작,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영화 <이 세상의 한구석에>의 주인공 '스즈'도 매번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히로시마의 어촌에서 태어난 스즈는 부모님이 하는 김 양식을 거드느라 손이 마를 새가 없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리고, 그러다 보니 연필심이 늘 빨리 닳는다. 그래서 연필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르면 오빠에게 머리를 쥐어 박히기 일쑤다. 


열여덟 살이 된 스즈는 이웃 마을 쿠레에 사는 호조 슌사쿠와 혼인을 치른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한 스즈는 이튿날부터 다리가 불편한 시어머니를 대신해 시댁 살림을 도맡게 된다. 새벽부터 동네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오고 식구들의 밥을 지어야 하는 생활. 시누이와 그 딸까지 집에 들어오면서 스즈의 부담은 커지지만 그래도 스즈는 불평하지 않고 사람 좋게 웃으며 넘긴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은 점점 심화되고, 해군 기지가 위치한 쿠레에도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스즈의 생활도 전쟁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안 그래도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데 배급받는 식재료의 양은 갈수록 줄어들고, 암시장 물가는 천정부지로 높아져 설탕 같은 필수 조미료를 구하려면 온 식구의 생활비를 전부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뿐인데 헌병한테 간첩으로 몰려서 곤욕을 치르고, 해군이 되어 돌아온 첫사랑이 사지로 끌려가고, 걸핏하면 머리를 쥐어박아서 무서워만 했던 오빠가 유골이 되어 돌아와도 스즈는 참는다. 그래도 아직은 가족들이 멀쩡하게 살아 있고, 이따금 끼니를 거르기는 해도 먹을 게 전혀 없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전세가 점점 일본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고 연합군의 공격이 스즈가 살고 있는 쿠레에 집중되면서 스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여겼던 죽음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것을 느낀다. 머리 위로 폭탄을 실은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불바다가 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스즈는 점점 불안해진다. 


급기야 스즈의 가까운 식구가 스즈의 곁에서 목숨을 잃고 스즈 또한 예전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치면서 스즈는 버틸 힘을 잃는다. 친정이 있는 히로시마 상공 위로 생전 처음 보는 희고 큰 구름이 떠오르자 스즈는 그저 큰 소나기가 내릴 징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이 조만간 친정 식구들의 목숨을 앗아갈 원자폭탄인지도 모르고.






1945년 8월 15일, 일왕이 항복을 선언하자 사람들은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스즈는 억울하다. 화가 치민다. 집 밖으로 뛰쳐나간 스즈는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고 생각한다. "나는 바다 건너 넘어온 쌀과 콩으로 이루어졌지. 폭력으로 복종시켜서 결국 폭력에 굴복하는거구나. 이게 이 나라의 정체인가. 이걸 모른 채 죽었으면 좋았을걸." 


스즈는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며 대체 이제껏 무엇을 위해 참고 견뎌야 했느냐고 울부짖는다. 이 장면이 원작 만화에만 있고 영화에는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직접 영화를 보니 스즈의 대사도 태극기도 분명히 나온다(한국에서만일지도).


이 영화를 가리켜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스즈 개인의 삶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연민을 느낄 것이다.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서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며, 원자 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사람의 뼈가 녹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돈다는 이야기도 한다. 폭력을 휘두른 일본이 폭력 앞에 망하는 건 당연하다는 대사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일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나아진 의식을 보인다.





<이 세상의 한구석에> 원작 만화에는 작가의 문제의식과 강조하고 싶은 점이 보다 분명하게 나온다. 만화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히로시마 출신인 작가가 쿠레로 시집 간 외할머니를 모델로 그린 작품으로, 외할머니가 실제로 체험했음직한 당시 사정을 치밀하게 조사해 작품에 반영했다. 전쟁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에 대한 고증이 영화보다 자세하게 나온다. 


영화에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에서 길을 잃고 자기도 모르게 유곽에 들어간 스즈가 린이라는 아가씨를 만나는데, 만화에는 스즈와 린의 관계, 스즈의 남편과 린의 관계도 자세히 나온다. 전쟁 당시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식지 않은 여성들 간의 연대와 우정도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스즈 넨도로이드가 있을 줄이야 ㄷㄷㄷ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좋아하다 보니 영화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주로 보는 편이다. 11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마찬가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소설을 워낙 좋아해 리메이크 영화와 드라마라면 죄다 찾아본 만큼 이번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개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수능 시험일이었던 지난 목요일, 개봉되기 전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먼저 감상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시사회가 아니라 GV 시사회,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님이 게스트로 참석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일단 영화 이야기부터. 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줄거리를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 세계 최고의 명탐정 '에르큘 포아로(케네스 브래너)'는 예루살렘에서 사건 하나를 해결하자마자 곧바로 다른 사건을 의뢰받아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런던으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포아로가 타게 된 열차는 겨울인데도 만원인 데다가 포아로와 같은 객차에 탄 승객 13명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열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아로는 옆 객실에 탄 미국인 사업가 라쳇(조니 뎁)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모처럼 푹 쉴 생각이었던 포아로는 라쳇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는데, 이튿날 라쳇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포아로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게 된다.


폭설 때문에 멈춰버린 열차 안에서 포아로는 승객 13명을 한 사람씩 탐문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 날 한 시 같은 열차에 탔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승객 13명은 나이도 국적도 계급도 직업도 저마다 다르다. 13명 모두 범인이 아님을 증명할 만한 알리바이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포아로는 13명 모두 용의자 선상에서 배제하기엔 석연찮은 이유 또한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포아로는 이 중에 범인이 누구인지 추려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탐정 포아로는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려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는 과연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할까.





유명한 작품을 영화로 각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원작을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해 각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작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획기적인 방식으로 각색하는 것이다. 전자인 경우, (원작을 안다면) 줄거리를 즐기거나 결말을 기대하는 재미는 덜한 반면, 영화의 연출이나 미술, 의상, 배우들의 연기에 훨씬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케네스 브래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전자이며, 원작을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한 영화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추리 스릴러 영화를 볼 때 흔히 그러듯이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거나 트릭을 찾아내거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반전을 기대하는 재미는 덜하지만,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영화 상의 연출이나 미술, 의상,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1930년대 유럽의 건축 양식과 거리 풍경은 물론, 이제는 운행이 중단된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위용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열차 안의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 연이어 등장하는 고급 요리 또한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영화를 보고 유럽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을 품는 사람도 제법 많을 것 같다. 포아로와 승객 13명의 캐릭터가 원작과 다르게 각색된 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고로 영화 속 포아로는 원작에는 없는 액션을 펼치고 괴짜 같은 성미를 더욱 자주 내보이는 등 원작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로 승화되었다. 승객 13명도 원작에선 전원 백인인 데 반해 영화에선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가 추가되는 등 세부적인 변화가 적지 않다.





케네스 브래너, 조니 뎁,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윌럼 더포, 주디 덴치 등 세계 정상급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연기 경연을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조니 뎁은 분량이 많지 않은 데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 영화에서 주연은 물론 연출까지 담당했다. 셰익스피어 등 고전을 각색한 작품에 주로 출연해온 배우인 만큼 이 영화 또한 추리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릭에 집중하기보다는 원작을 보다 풍성하게 해석하는 데 주목한다. 이를테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드라마와 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사적 제재를 실현하고자 결의한 사람들과 사적 제재의 한계 등.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었는데, 케네스 브래너가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되 디테일을 풍성하게 덧붙이는 방식으로 리메이크를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후속편을 제작하고 있다고 하니 이참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아로 시리즈를 전부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이번 겨울을 아예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함께 20세기 초 미스터리 소설을 독파하는 계절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ipful 트립풀 블라디보스톡 - 루스키섬.샤마라, Issue No.03 트립풀 Tripful 3
서진영 지음 / 이지앤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블라디보스톡 현지 풍광을 담은 멋진 사진이 여행의 설렘을 돋운다. 러시아 문화와 예술, 음식, 관광 정보가 다채롭게 실려 있어 여행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행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제는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9월 10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저수지 게임> GV에서 제작자 김어준이 한 말이다. 



<저수지 게임>.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프로젝트 부(不)'에 참여한 사람, <더 플랜>을 본 사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 사람, '시사인'을 구독하는 사람, '파파이스'를 보는 사람, 팟빵 순위 상위권에 있는 정치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나는 꼼수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봤거나, 볼 예정이거나, 보지는 않아도 알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왜냐. 언론에 안 나오거든.







<저수지 게임>에는 주진우가 지난 5년간 국내외를 넘나들며 이명박의 비자금의 행적을 추적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주진우는 캐나다 노스욕 부동산 사기 사건을 계기로 농협의 대출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천년회, 영포라인, MB 친인척 같은 단어가 등장해 그 끝에 MB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심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심증은 심증일 뿐.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실패'에 가깝다.


결국 '실패'에 이르는 이야기를 뭐 하러 봐야 할까. 더군다나 <저수지 게임>의 내용은 주진우가 최근에 낸 책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첫째,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오는 MB 추적 관련 내용은 <저수지 게임>에 나오는 내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책에는 이름이나 직책으로만 등장하는 인물이 영화에는 실제 인물 또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점도 영화를 볼 만한 이유다.







둘째, 귀로만 들었던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주진우 기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힘들게 취재를 하는지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통해 자주 전해 들었다. 영화에는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의 모습, 만나서 취재할 때의 모습,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만 <저수지 게임>은 실제 상황이라는 것. 그것도 기자와 취재원 모두 '목숨 걸고' 통화를 하고 만남을 가진다는 점에서 (가상의)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기 힘든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이 영화의 내용은 결국 내 문제다. 

이 영화는 어떤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기자가 목숨 걸고 밝히려고 하는 진실은 내가 알아야 하는 진실이고, 전직 대통령이 숨기고 있는 돈은 원래 국민의 돈이다. 은행 수수료 500원은 아끼려고 노력하면서, 은행이 전직 대통령을 위해 날린 몇백억의 돈에는 왜 관심이 없을까. 세금 낼 때 어떻게 하면 덜 낼까 온갖 팁을 알아보면서, 공기업이 부실 투자하고 빚더미에 앉는 건 가만히 지켜볼까. 은행이 날린 돈, 공기업이 날린 돈, 권력자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 모두 실은 국민들의 몫, 내 몫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친일파 청산 못 했다고, 전직 대통령들 감옥까지 보내놓고 석방, 사면해서 지금 그 자손들까지 떵떵거리며 잘 산다고 윗세대를 욕하는 건 쉽다. 하지만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근혜) 문제를 해결 못하면 우리가 아래 세대에게 욕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지금의 내가 5년 전의 나에게 박근혜가 탄핵될 거라고 말하면 믿을까.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명박의 전 재산이 국고에 환수되고 이명박은 급식 먹고 있다고 말하면 믿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보면 참 아쉬울 영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holic 2017-09-1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키치 2017-09-11 08:17   좋아요 0 | URL
오! 배우신 분 ^^ 반갑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자리에서 영화 봤는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