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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8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8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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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상이 지옥이라면 이를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스스로 지옥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길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하고 고통스런 방법으로, 지옥의 한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p.25)


절대적 다수가 지옥의 일부가 되기 위해 기를 쓰는 세상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과 책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EBS의 5분짜리 다큐멘터리 방송 <지식채널e>와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은 <지식e> 시리즈다. 지난 4월 30일 <지식채널e>가 방송 1000회 째를 맞이했다. 2005년 9월 처음 기획, 편성되어 일주일에 두 편씩 방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자연, 과학, 사회, 인물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교양 및 당대의 시사쟁점을 단 5분짜리 영상으로 전달하며 짧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식e>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만들어져 무려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얼마 전 <지식e 시즌8>이 발행되었는데, 이번 시즌8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그 유명한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나온 문구를 주제로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사면권, 빅 데이터, 매니페스토, 무연사회 같은 익숙한 이슈들도 있지만, 최초 한글 전용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화가 김환기, 건축가 정기용, 친일인명카드를 만든 임종국,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등 사회 부조리와 독재 정권의 폭력에 맞서 싸웠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선생은 긴급조치가 맹위를 떨치던 1976년에 잡지를 창간하여 토박이 민중문화를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뿌리깊은 나무>는 결국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고 말았지만,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p.95)던 그의 꼿꼿한 정신은 아직까지도 남아 독립잡지, 독립언론을 만드는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리처드 파인만, 펄 벅, 파브르, 나혜석 등 유명한 사람의 숨겨진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펄 벅은 1962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자료조사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버려진 미국계 혼혈아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0여 개 국에 기관을 세워 혼혈아동을 양육하고 지원하였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기에 절정에 달했는데, 그 수만 연 9,000명에 달했고 당시 한국이 해외입양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은 매해 2,000-4,000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업이 100만 달러 수출만 해도 훈장을 받던 시절에 정부는 소외계층 자녀를 해외입양 보냄으로써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고, 벌어들인 돈은 경제에 재투자하며 경기를 부양했다. 펄 벅을 그저 <대지>의 작가로만 알았는데, 그녀를 통해 해외입양의 어두운 역사와 이면을 알 수 있었다.


총 서른 개의 토픽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고 마음이 아팠던 내용은 친일인명카드 작성자인 임종국 선생에 관한 것이었다. 임종국 선생은 정부수립 당시 친일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개탄하며 평생을 친일인사 조사와 친일행적기록에 바쳤다. 친일청산이라는 국가적, 민족적 과업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정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자비로 활동하는 연구자를 오히려 냉대하고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기까지 하며 탄압했다는 사실이 충격스럽기 그지 없었다. 4년여 동안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는 종전 후 약 10만 명의 나치협력자를 처벌했다고 하니, 무려 36년 동안이나 일제의 지배하에 있었던 우리나라는 친일인사의 수가 수십배, 수백배는 많았을 것이다. 그들의 유령이 아직도 이 땅에 살고있는 한, 아무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문화적으로 발달한다 한들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저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랐던 역사를 알게 하고,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즉 시대 정신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 <지식e>.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서 일상에 지치고 생계에 쫓겨 잊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 환기해주고, 사람들의 가슴 속의 꺼진 불씨를 되살려주길 바란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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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이 결국 '돈 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기까지 몇 억원이 든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그만한 돈을 벌어야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써야 하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지출이 덜한 것은 아니다. 그야 벌기도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을 쓰게 된다. 차 타고 밥 먹고 사람 만나고 옷 사입고 물건 사는 모든 일이 다 돈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살려면 돈을 써야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이다.


그런데 돈 한푼 안 쓰고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저자 마크 보일이다. 마크 보일은 아일랜드 태생으로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뒤 영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에서 일했다. 지금은 돈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자는 취지에서 '프리코노미(freeconomy)'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프리코노미 센터 운영자이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8년 그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대안 경제학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라고 해서 돈만 안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소유하고 있던 의, 식, 주를 모두 포기하고 말 그대로 '0'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먹을 것을 가지고 이동식 집에서 살면서 그는 물물교환 또는 버려진 음식과 물건에 의존하여 1년을 살았다. 이 책은 바로 그 1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먼저 돈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보자고 촉구한다. 돈이란 무엇인가? 오래전 인류는 물물교환을 했고 그 후엔 쌀이나 베 등으로 거래를 했으며, 그에 비하면 돈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교환의 수단으로서 탄생한 돈은 그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해악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돈을 저장 수단으로 생각하고 더 많이 가지고 모으려고 하면서 돈의 본래 기능이 훼손되고 말았다. 저자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1년 동안 돈 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얻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물물교환을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니 의외로 많았고, 쓸만한데 버려지는 물건도 수없이 많았다. 전화, 인터넷, 교통 등 서비스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의 도전이 성공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풍족한 음식과 물건이라든가 전화, 인터넷, 교통 서비스 같은 인프라는 결국 그가 영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 안에 있었기 때문에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그가 혼자였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물물교환을 하고 버려진 음식이나 물건을 주울 수 있었던 것이지, 돈 없이 사는 사람이 다수였다면 경쟁을 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배금주의와 소비지상주의, 규정을 지킨답시고 자원을 낭비하는 유통업체의 폐단 등 자본주의 체제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기업들이 마치 공짜인양 사용하고 낭비하는 환경 자원에 대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턱대고 돈을 쓰는 것과 아예 쓰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모두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파리에서 온 낱말 - 크루아상, 톨레랑스, 앙가주망 우리 옆에 숨쉬는 프랑스와의 지적 조우
최연구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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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중에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 수야 많겠지만 영어나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의 수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생활 속에 프랑스어의 흔적은 의외로 많다. '모나미(프랑스어로 '친구'라는 뜻)' 펜부터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눈)', '마몽드(나의 세상)', 과자 이름 '몽쉘통통(나의 친애하는 아저씨)', '뽀또(단짝)',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주르(매일매일)' 등 누구나 알 만한 이름들의 어원이 프랑스어다. 뿐만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메세나, 방카쉬랑스, 데탕트, 톨레랑스 등 방송이나 언론 등을 통해서 접하는 용어 중에도 프랑스어가 참으로 많다. 가히 프랑스어는 이제 일상이라고 해도 좋겠다.


<파리에서 온 낱말>은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프랑스어 낱말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와 예술, 문화 등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최연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후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정치사회학 학위, 마르느 라 발레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다. 2000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외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거쳐 현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미래융합기획 실장으로 있다. 프랑스 유학파답게 프랑스어는 물론 문화, 역사, 정치 등에 정통한 저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에 깊이가 있고 화제도 다양했다. 프랑스어를 알기는커녕 프랑스에 대해서도 관심만 있지 아는 것은 별로 없는 나조차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저자는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술 와인을 비롯하여 카페, 바게트, 미식 문화, 뮤지컬, 샹송 등 비교적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프랑스 스타 셰프가 점수 하락을 비관하여 자살한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에서 식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고, 지역마다 음식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프랑스인들은 매일 어떤 음식을 먹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특히 <그리스인 조르바>의 명대사 '네가 뭘 먹는지를 말해주면 네가 누군지 말해주겠다'가 다름아닌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 프리야 사바랭의 책 <맛의 생리학>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조르바가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긴 역사(?)와 깊은 뜻이 담겨 있었을 줄이야!


후반부는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에 관한 묵직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즈, 톨레랑스 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몇 년 전 한국어판을 낸 프랑스 언론을 대표하는 일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창립 배경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신문은 신문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국제문제에 큰 비중을 둔다. ('디플로마티크'는 'diplomacy(외교)'를 뜻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독일에 패한 이유를 이웃나라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몰랐던 '프랑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166) 우리나라 역시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경험이 있는데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신문만 보아도 국제면은 늘 정치, 경제, 사회면보다 뒤에 있다. 반성할 일이 아닌가 싶다.

 
 
 

 



 
 
 
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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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통섭'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통섭을 직접 실천하는 지식인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96년에 출범한 비공식 모임 '엣지 재단'이다. 엣지 재단은 오늘날 지적, 기술적, 과학적 경관의 핵심에 있는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기술자, 사업가들로 이루어진 모임으로, 과학과 인문의 단절을 지양하고 여러 분야를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회원으로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언어 본능>의 스티븐 핑커, <총, 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등 저서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엣지 재단은 출판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스티븐 핑커 등이 참여한 <마음의 과학>에 이어 제레드 다이아몬드, 대니얼 데닛 등이 참여한 <컬처 쇼크>가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신간 <컬처 쇼크>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 등 인문학적 주제들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탐색한 신선한 내용의 책이다. 주제 자체는 의사 결정 방식, 예술의 성격, 문화 이론, 디지털 파워 등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각 주제를 자연과학, 수학, 공학 등으로 분석하는 방식은 확실히 신선했다. 사회과학 분야에 종사하면서 사회과학적 연구 방식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는 말 그대로 '컬처 쇼크'였다.


가령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글에서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루는 전통적인 문제 중 하나인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또한 예술철학자 데니스 더턴은 인간의 예술적 본능과 예술의 보편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심리학자 칼 융,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견해를 부정하고 진화생물학자인 다윈의 견해를 인용하여 주장을 펼쳤다. 예술철학 하면 보통 철학이나 심리학, 인류학 등 문과 계통의 학문 내에서 논의를 진행하는데, 진화생물학자인 다윈을 인용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렇다면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다윈을 비롯하여 자연과학 내 이론을 도입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접근법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의 '사회 연결망 이론'도 흥미로웠다. 사회 연결망 이론은 "시야 밖에 존재하는 사회적 공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의식적으로나 잠재의식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가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다"(pp.148-9)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친구나 배우자, 형제자매 등의 체중 증가가 나의 체중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달리면 나도 달리고 싶어지고, 그들이 담배를 끊으면 나도 끊게 되는 식으로 영향을 받는다. 가족이나 연인의 얼굴이나 체형,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건 그렇다 쳐도, 친구나 동료끼리  무의식적으로 닮아가는 현상은 놀라울 따름이다. 쉬운 예로 친구들을 만나면 약속한 것도 아니고 같이 산 것도 아닌데 옷이 비슷한 때가 종종 있다. TV, 인터넷 등 대중매체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지만, 다른 집단에 비해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경우 비슷한 정도가 더 높은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 인터넷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 디지털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다수 제시되어 있다. 학술적인 논의가 대부분이라서 다소 어려운 감이 없지 않지만, 학계의 최전방에 있는 학자들이 현재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등을 관찰하면서 읽는다면 유익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학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학문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다른 학문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한다.

 



 
 
 
부모인문학 - 교양 있는 아이로 키우는 2500년 전통의 고전공부법
리 보틴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유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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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근래에 드물게 인문학 고전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하여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 그 책을 읽고 어렵고 재미없는 책으로만 여겼던 인문학 고전들을 들춰보았으니 저자의 주장이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미국의 교육전문가이자 대안교육 커뮤니티 전문가 리 보틴스가 쓴 <부모 인문학> 역시 고전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저자는 교육전문가이면서 그 자신이 아들 넷을 홈스쿨링으로 키운 바 있는데, 홈스쿨링 내용이 기존의 학교 교육제도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한 고전공부법을 활용한 것이어서 미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고전 공부가 효과가 있을까, 효과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을 안고 읽어 보았다.


먼저 저자는 고전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책을 읽고 암기하고 글을 씀으로서 학습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배우고 문제 해결력을 익힌다. 그러나 현대의 교육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측정하는 데 그친다. "우리는 학기마다 단계별로 나누고 따로 떼어내어 요약한 정보를 읽고 선다형 시험에 나오는 기초적인 문제에 답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이 '합격' 판정을 받고 출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p.55) 저자는 고전공부를 함으로써 교과과정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공부습관을 함양하고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전공부법은 한 가지 직업 기술을 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생이 빈틈없고 능력 있는 학습자가 되도록 훈련시킨다. ... 공부 기술을 훈련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들이 늘 변화하는 세상에 쉽게 적응하도록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p.89) 고전공부의 필요성뿐 아니라 공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제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아울러 저자는 읽기, 쓰기부터 수학, 과학, 예술 등에 이르는 고전공부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미국의 교과제도와 영어 학습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 부모의 능력과 높은 관심을 요구한다는 점, 미국에서는 일반화되었으나 아직 한국에는 확산이 덜 된 홈스쿨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등 당장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하기 힘든 요인들이 다수 엿보였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고전공부법, 홈스쿨링법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과외와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가정 내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부모들 스스로가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해결할 노력을 해야 자식들도 그런 모습을 본받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을까? 책에도 저자가 자식들과 함께 공부했다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최고의 교훈이자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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