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구와 노래한다 1 - 나의 지구 차세대편 2
히와타리 사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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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와타리 사키의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는 연재 당시 일본 열도가 열광한 만화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의 만화 잡지 '하나토유메'에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은 21권까지 나왔고 애니메이션은 OVA 형식으로 6편까지 제작되었다.


일본의 평범한 여고생 '앨리스'는 옆집에 이사 온 아홉 살 연하의 소년 '링'을 돌봐주다가 아파트 발코니에서 떨어뜨리게 되고, 이로 인해 링은 자신의 전생을 자각하고 전생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들을 찾아가 복수를 시작한다. 앨리스 또한 자신의 전생을 조금씩 자각하게 되고 우연히 자신과 같은 전생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전생이란 다름 아닌 달에서 지구를 관찰하도록 파견된 특별한 존재들이었던 것.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으로 시작해 지구와 달, 현생과 전생을 연결하는 거대한 줄거리로 확장하는 전개는 당시 일본의 독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로 인해 일부 독자들이 자신과 전생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전생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작가가 '이 만화는 픽션이다'라고 선언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ㅎㅎ).


히와타리 사키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 완결 이후 '나의 지구 차세대 편'에 해당하는 <나를 감싸는 달빛>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나의 지구 차세대 편 2nd'에 해당하는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나의 지구를 지켜줘>-<나를 감싸는 달빛>-<나는 지구와 노래한다>' 순서다. 


나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애니메이션 OVA로 먼저 본 다음 단행본으로 완결까지 봤다. 후속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의 지구를 지켜줘>에 훨씬 못 미친다는 말이 있어서 차마 못 보고 있었는데, 최근 출간된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 1권을 읽고 나니 <나를 감싸는 달빛>을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가 있는 것 같고('생사의 경계'가 대체 뭐람?)...





오랜만에 만나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주인공들. 여고생이었던 앨리스는 현재 링과 결혼해 성악가로 활약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사카구치 앨리스'였지만 결혼 후에는 링의 성을 따라 '고바야시 앨리스'가 되었다. 링은 현재 앨리스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작곡가 겸 프리터로 지내고 있다. 


예전에는 앨리스가 아홉 살 어린 꼬마랑 결혼해야 한다는 게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불쌍했는데, 삼십 대인 지금 서른일곱 살인 앨리스가 스물여덟 살인 링과 결혼해 애 낳고 살고 있는 걸 보니 앨리스 엄청 능력자 ㄷㄷㄷ 아 참, 앨리스와 링 사이에는 렌이라는 아들과 치마코라는 딸이 있다. 렌은 외모만 보면 어릴 적 링을 닮은 듯하지만 성격은 앨리스를 닮아서 착하고 여리다.





앨리스, 링과 같은 전생을 공유하는 달기지 동료들의 현재 소식도 반갑다. 달기지 동료들 7인 중에 커플이 된 사람은 모쿠렌(앨리스)-시온(링) 말고도 엔쥬(잇세이)-슈스란(사쿠라) 커플이 더 있다. 교쿠란(진파치), 슈카이도(하루히코), 히이라기(다이스케)는 서른일곱 살인 지금도 싱글이다. 이들이 싱글인 이유가 1권에 나온다. 


앨리스와 링의 집에는 렌과 치마코 말고도 야쿠시마루 카치코라는 소녀가 함께 살고 있다. 카치코의 아빠는 다름 아닌 미쿠로! (미쿠로는 대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결혼해 살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나를 감싸는 달빛>을 읽어야겠다.) 카치코 역시 아빠 미쿠로에게 물려받은 ESP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는 '생사의 경계' 사건이 있고 나서 4년 후. 엄마 앨리스의 광고 촬영 현장에 따라온 렌은 지루해진 나머지 현장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던 '도쿄타워' 주변을 어슬렁거린다(<나의 지구를 지켜줘>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 도쿄타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물인지 알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던 렌은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때가 이르지 않나?"라고 중얼거린다. 


그 순간 어디선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렌은 자신의 눈앞에 '엄청난 미소녀'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순식간에 미소녀는 사라지고 웬 거대한 고양이만 남아 렌은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발휘했나 하고 생각한다.





한편, 집에 돌아온 링은 치마코를 안은 채 소파 위에서 잠이 들고, 꿈속에서 오랜만에 모쿠렌을 만난다. 꿈속에서 만난 모쿠렌은 시온(링)에게 '패스워드'에 대해 묻고 시온은 모쿠렌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결국 시온은 모쿠렌에게 "너 누구야?"라고 묻고, 모쿠렌은 그 순간 얼굴이 바뀐다. 그날 낮에 렌이 도쿄타워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미소녀의 얼굴로. 


묘령의 미소녀가 "나한테 넘겨. 그거 말이야. 도쿄 타워"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지구를 지켜줘> 1권이 오버랩 되면서 소름이 돋은 것은 나뿐일까. (보진 못했지만) <나를 감싸는 달빛>은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달리 편안한 가족 드라마 같은 느낌이라던데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마찬가지로 SF와 미스터리가 결합된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렌은 모쿠렌의 아버지 로지온의 환생이며, 키사나드의 노래 관리자였던 로지온의 전생을 이어받아 키사나드에 저장된 노래를 모두 부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자세한 이야기는 <나를 감싸는 달빛>에 나온다고). 제목에 '노래'가 들어가는 만큼 렌의 노래 능력이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듯하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읽을 때 작가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 역시 작가 코멘트가 상당히 재미있다. 무려 30여 년에 걸쳐 '나의 지구' 시리즈를 연재하게 된 감회, 할머니나 어머니가 소장하던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읽고 새로 유입된 젊은 독자들에 대한 감사 등 오랫동안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가 연재되고 있는 '하나토유메'에 실린 스페셜 예고 만화와 '달과 지구를 잇는 15개의 퀴즈' 등이 실린 것도 반갑다. 스페셜 예고 만화에 따르면 <나는 지구와 노래한다>의 주요 상징은 후지산이라고. '달과 지구를 잇는 15개의 퀴즈'에서 내가 맞춘 문제 수는 5개뿐이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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