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아우의 남편 03 아우의 남편 3
타가메 겐고로 지음,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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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일본이 한 걸음 앞서가는구나.' 타가메 겐고로의 만화 <아우의 남편>이 일본의 국영방송국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2018년 3월 방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일본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기사 https://natalie.mu/comic/news/259588)


<아우의 남편>은 주인공 야이치가 죽은 쌍둥이 남동생의 동성 파트너와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를 그린 성소수자 만화다.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쉬쉬하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나로선 이런 만화가 버젓이 잡지에 연재되는 것부터가 신기한 일인데, 국영방송국이 나서서 인기 배우(사토 류타)를 등용해 드라마를 제작하다니. 이웃 나라 일이 아니라 머나먼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





내친김에 이북을 받아 놓고 읽지는 않았던 <아우의 남편> 3권을 읽었다. 야이치는 한 동네에 사는 소년 카즈야가 마이크가 게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펑펑 울던 모습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긴다.


이성애자는 자신이 이성애자임을 일부러 깨달을 필요도 없고 깨달았다고 괴로워할 것도 없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학교와 직장에서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일은 예사요,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도 배척당할 수 있다. 야이치는 료우지가 동성애자임을 고백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았고 응원해주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면 료우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데. 료우지가 살아있을 때 자신이 먼저 손 내밀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야이치는 이어서 딸 카나가 카즈야나 료우지처럼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한다. 카나가 동성애자로 태어났고 동성애자로 살아가길 선택했다면 부모로서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게 마땅하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뿌리 깊은 이 사회에서 사랑스러운 딸 카나가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기왕이면 사회의 주류인 이성애자로서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만약 사랑스러운 딸 카나가 동성애자라면, 바뀌어야 하는 건 동성애자인 카나가 아니라 동성애를 혐오하는 야이치 자신이다. 야이치는 딸인 카나에 대해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서 쌍둥이 동생인 료우지에게는 다정하게 굴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한다.





"동성애자가 자식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어른의 자식이 동성애자라고 한다면

그 아이가 부모에게 커밍아웃 한다면

그 아이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안 좋게 보는 인생의 첫 번째 적이 될지도 몰라."


마이크는 모든 부모가 자신의 부모나 료우지의 부모처럼 자신의 자식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을 때 너그럽게 받아주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식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모 자식의 인연을 끊고 평생 얼굴을 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야이치는 료우지가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을 때 겉으로 드러내놓고 반대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태도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형제인 야이치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료우지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이제 와 후회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순 없다.





야이치는 이제 전보다 한결 가벼운 태도로 마이크를 대한다. 카나와 마이크, 카나의 엄마를 데리고 온천 여행을 가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이 마이크와 온천을 즐긴다. 온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고교 동창 카토를 만났을 때도 - 예전 같으면 마이크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얼버무렸겠지만 - 야이치가 먼저 마이크가 료우지의 동성 파트너라고 소개하고 싶어 안달할 정도다. 


하지만 야이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자신이 아는 료우지가 료우지의 전부가 아니었듯이, 자신이 아는 세상도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언제쯤 야이치는 료우지에 대해, 마이크에 대해, 성소수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게 될까. 이 깊고도 진한 이야기를 일본의 드라마가 어떻게 묘사하고 전달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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