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3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3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란 무엇인가>는 뉴욕에서 출판되는 유서 깊은 문예지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이다. 2014년 <작가란 무엇인가> 1권이 나왔을 때 읽고 이후에 나온 2권과 3권은 읽지 않았는데, 얼마 전 가즈오 이시구로의 전작을 읽고 나서 가즈오 이시구로에 관한 읽을거리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2015년 이 책이 나왔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단언하건대 지금보다 집중해서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가 실린 작가의 면면이 화려하다. 앨리스 먼로, 트루먼 커포티, 커트 보네거트, 어슐러 K. 르 귄, 줄리언 반스, 잭 케루악, 프리모 레비, 수전 손택, 돈 드릴로, 존 치버, 가즈오 이시구로, 프랑수아즈 사강 등 어느 하나 뒤처지는 작가가 없다(이 중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만 두 명이다 - 앨리스 먼로와 가즈오 이시구로). 


아무래도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 작가의 인터뷰가 잘 읽히기 마련일 터. 나로서는 줄리언 반스, 프리모 레비, 수전 손택, 가즈오 이시구로의 인터뷰가 그랬다. 이 책을 읽게 만든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여느 인터뷰보다 자신의 생애와 집필 방식과 추구하는 작품 세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이며, 작가가 되기 전에는 빈민 구호 등 사회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잭 케루악과 밥 딜런 등 미국 문화를 흠모해 따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민족적 배경인 일본과 문화적 배경인 영국 문화에 천착하게 되었다고. 


앨리스 먼로와 어슐러 K. 르 귄은 여성 작가가 겪는 물리적, 심리적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한다. 앨리스 먼로는 어린 두 딸이 낮잠을 자는 틈을 타서 글을 썼고, 오랫동안 글쓰기와 육아와 살림을 병행했다. 한창 글쓰기에 집중해 있는데 딸이 곁으로 다가와서 밀어낸 적이 있고 그 일이 엄마와 딸 모두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는 고백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남성 작가들이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뛰어나고 성실해서가 아니라 육아와 살림 부담을 아내에게 미룰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슐러 K. 르 귄은 슬럼프를 겪다가 페미니즘을 만났고,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남자들의 세계에 자신을 맞춘 채 남자처럼 글을 쓰고 남성의 관점만 표현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들에게는 남자들에게 없는 온전한 경험의 영역이 있고, 그런 글이 쓸 가치가 있고 읽을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그린 <어둠의 왼손>과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어스시> 시리즈 등이라니. 앞으로 어슐러 K. 르 귄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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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포근 2017-11-2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네요. 작가가 자신이 주로 쓰는 글의 성격을 정하게 된 사연이라니요. 저도 빨리 읽고 싶네요.^^

키치 2017-11-29 09:37   좋아요 0 | URL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창작 계기와 글쓰기 비법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시리즈 정말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