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이 명제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너그러운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면 더 이상 너그러울 수 없고, 아무리 배려심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면 옹졸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이타적인 동물이다. 이 명제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든 인간이 이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MB라든가.. 503이라든가..)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 또는 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민족과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선 독립운동가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의 부정을 고발한 공익제보자를 들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타주의자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저자는 1996년 어느 날 밤에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 엔진이 고장 나는 사고를 당했다. 그대로 있으면 꼼짝없이 다가오는 대형 트레일러트럭에 부딪히는 상황이었는데 어디선가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 저자를 구해준 다음 아무런 댓가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그때까지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굳게 믿었던 저자로서는 놀랍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었다. 결국 저자는 전공을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바꿨고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왜 어떤 사람은 이기적이고 어떤 사람은 이타적인가. 이타적인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타적인 사람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가,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인가. 저자는 알고 싶었고, 알아냈다. 


모르는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을 가하는 행위를 멈춘 것은 크게 의미 없는 동정심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보다 지원자들이 월리스 씨를 위해 약속된 보수를 포기하거나 전기 충격을 계속 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등 연민으로 인해 뭔가를 희생한 것이 더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자기가 월리스 씨 대신 전기 충격을 받겠다고 제안한 사람도 있었다. (59쪽) 


저자는 인간의 이타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제시한다. 이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권위에 취약하고 복종에 익숙한지 알려주는 증거로 자주 인용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잘못되었다. 동영상을 직접 보면 '모든' 지원자가 명령에 복종한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지원자들은 알려진 대로 명령에 복종했지만, 어떤 지원자들은 (전기 충격을 당하는) 월리스 씨에 대한 연민을 호소하거나 실험 중지를 촉구하거나 복종을 거부했다. 


왜 어떤 사람은 이기적이고 어떤 사람은 이타적일까? 가장 큰 원인은 뇌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뇌를 스캔한 결과 편도체의 기능 장애가 발견되었다. 편도체는 인간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담당한다. 편도체의 기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으면 인간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거의 느끼지 않고, 겁먹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편도체의 기능이 활발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쉽게 느끼고, 겁먹은 사람의 얼굴을 금방 식별한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뇌에서 발현된다면 사이코패스는 어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청소년에게도 있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 어린이, 사이코패스 청소년은 지능지수가 높은 경우에 더 많은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이들은 타인의 심리를 쉽게 간파하며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고 행동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사이코패스를 보라. 사이코패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다. 그가 베푸는 친절이나 남을 도와주는 행동 모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막아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착해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156쪽) 


저자는 사이코패스 연구를 할수록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얻어 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그 어떤 사람도 진정한 사이코패스에 비하면 이타적인 편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애정을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순간이라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연민을 느끼고 먼저 다가가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진정한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도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과 연민을 학습할 수 있다. 평소에 다양한 연령과 출신, 지위와 계급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가치관을 접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이것이 힘들면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을 읽거나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보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사람은 본능에 충실한 게 아니라 게으른 것이다,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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