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치앙마이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내 손으로 시리즈
이다 지음 / 시공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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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길었던 연휴의 끝이 보인다. 아쉬움을 달래며 어젯밤에는 이다 님의 신작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읽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에 이은 내 손으로 여행기 시리즈 제3탄이다. <내 손으로, 발리>가 여행 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핸드메이드 여행 일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가 꾸밈없고 숨김없는 생활밀착형 여행기를 선보였다면,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이전 두 책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 기간은 무려 두 달. 이전까지 2주 이상 해외에 체류해본 적 없었던 저자로선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친구 둘을 포섭했다. 이다와 깅, 모. 이들 셋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예술노동자이며, 82년생 동갑이고, 비혼 마이웨이 인생을 살고, (가장 중요한) '젝키팬'이라는 것 ㅋㅋ 


물가 비싸고 인심 각박한 한국 생활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라,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상대에게 너그러운 문화를 지닌 태국에서 향후 장기적으로 머물러도 괜찮을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종의 실험과도 같았다(여행작가 김남희의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에도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활과 결합된 장기 여행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먹고, 자고,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 숙소 생활의 고충이라든가, 장기 여행자의 짐인 빨래 문제라든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벌레 문제라든가, 매끼를 해결할 저렴하고 맛 좋은 식당 찾는 문제라든가, 작업하기에 편안한 환경을 지닌 카페를 찾는 문제라든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정신적인 번민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때 부딪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와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관계인 듯하다. 가기 싫은 곳엔 안 가고. 먹기 싫은 건 안 먹고. 이렇게 솔직할 수 있고 터치하지 않는 친구 사이. 참 부럽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동남아시아 여행에 1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돈이면 일본이나 중국에 가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는 몰라도 태국에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장 끌리는 건 음식이다. 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엄청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심지어 한국에서 먹는 태국 음식보다 맛도 좋다니. 심지어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한국보다 맛있다는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한국 서브웨이도 맛있는데 태국 서브웨이가 더 맛있으면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ㅠㅠ).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태국의 유적들도 궁금하다. 밤마다 또는 주말마다 열리는 행사도 궁금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태국 사람들의 인심도 궁금하다. 살짝 무서운 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모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낮에는 축 처져 있다가 밤이 되면 돌변한다는 개들... 이 밖에 태국 여행할 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소개되어 있고, 우버 택시를 이용하는 법도 나와 있고, 현지에서 투어 가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법도 나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뭐니 뭐니 해도 '할머니 식당'이다. 저자가 두 달 동안 태국에 머물면서 할머니 식당보다 저렴하고 음식 맛 좋고 인심까지 푸근한 곳은 없었다고.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났을 때 느낀 복잡한 마음이나,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느낀 태국의 장점들도 인상적이었다. 벌써부터 이다 님의 다음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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