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지음, 박창학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살 때 서점 직원이 제목을 보고 웃었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라니. 과연 서점 직원이 보고 웃을 만한 제목이다. 하지만 내용은 웃음기가 전혀 없다. 장어도 참치도 아닌 꽁치가 먹고 싶을 만큼 빈곤하고 참혹한 시대에 젊은 날을 보낸 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 예술가의 이름은 오즈 야스지로.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손꼽히는 <도쿄 이야기>를 만들었고, 카메라를 앉은키 정도에 맞추고 롱 테이크로 촬영하는 '다다미 쇼트'를 탄생시킨,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 이 책은 오즈 야스지로가 생전에 여러 매체들에 기고했던 산문을 포함해 중일전쟁에 징집되었을 때 쓴 편지와 일기, <도쿄 이야기>의 감독용 각본 등을 담고 있다. 오즈 야스지로의 저서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오즈 야스지로가 중일전쟁에 징집되었을 때 쓴 편지와 일기다. 1903년생인 오즈 야스지로는 1937년 서른네 살 때 징집되어 전쟁이 한창이던 중국으로 파병되었다. 파병 당시 이미 서른네 편의 영화를 찍은 어엿한 영화인이었던 오즈 야스지로는 갑자기 전쟁터에 끌려와 총을 들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글로 열심히 한탄한다. 포탄이 날아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인간을 관찰하고 사물을 눈여겨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다. 


여기에 나흘쯤 전부터 위안소가 생겼습니다. 위안소란 톰 브라운이 없는 에이미 졸리의 무리입니다. 실로 낯가림을 모르는 의마심원이라지만, 술 취하기를 어지간한 정도를 넘어 끝에 다다른 게 아니라면 간단하게는 물리칠 수 없는 반도의 무희입니다. (41쪽) 


오즈 야스지로의 눈길이 머문 것 중에는 위안소도 있다. '실로 낯가림을 모르는 의마심원'이라고 비하하면서도 '간단하게는 물리칠 수 없는 반도의 무희'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역자는 '반도의 무희'가 당시 일본에 소개된 무용가 최승희를 빗댄 표현이라고 설명해 놓았는데 과연 그뿐일까. 강제로 먼 중국 땅까지 끌려와 일본 군인들에게 인권을 유린당한 위안부들이 정녕 그의 눈엔 일본 군인을 유혹하는 '무희'로밖에 보이지 않았을까.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 세계를 잘 알지 못하기에 짧은 기록을 두고 뭐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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