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Biblia 2017.9
(주)위즈덤샐러(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위즈덤샐러(잡지)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 보면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도 자연히 관심이 간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책을 만들고 파는지 알면 지금보다 책을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나처럼 책만큼이나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잡지를 만났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월간지 <비블리아 BIBLIA>다. 이번 호의 테마는 '독서의 기술'. 여기서 말하는 독서의 기술은 책을 그저 잘 읽는 기술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결합의 기술이다. 독자와 독자,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동네서점, 독립출판서점, 서점협동조합, 출판사 등이 벌이는 노력을 이번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처음 내 눈길을 끈 기사는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책공방북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섭 님의 인터뷰다. 김진섭 님은 오랫동안 직장에서 잡지를 만들다가 유럽 여행을 계기로 '제책(製冊)'의 매력에 빠져 현재는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드는 책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일기도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제책의 세계. 언젠가 나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전국 최초의 서점협동조합, 부산서점협동조합에 관한 기사가 뒤를 잇는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동네서점 살리기'였는데, 이제는 한해 매출 목표가 30억 원일 정도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규모도 커졌다. 동네서점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아무리 많이 들어도 반갑다. 이 밖에 2010년 경영난으로 폐업한 후 이듬해 재개업한 문우당서점, 김해시 첫 독립출판서점 페브레로, 부산의 첫 독립출판서점 샵 메이커즈 등 부산 지역 서점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부산에 가면 전부 들러서 책 한 권씩(한 권만?) 사 오고 싶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청주시립도서관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은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다. 1901년 당시 조선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조직한 홍도회라는 단체의 도서실로 시작해 일제 강점기 내내 일제의 도서관으로 쓰이다가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도서관이 되었다. 청주시립도서관은 '책 읽는 청주' 운동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지정해 어린이극, 북토크, 포이트리 콘서트 등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다.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어떤 행사를 벌이는지 알아봐야겠다.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위치한 서점 '춤 베츠슈타인'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유명한 베스트셀러나 실용 도서는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주인과 독자의 취향을 반영해 깐깐하게 고른 책만 구비하고 있다니 프라이부르크를 대표하는 서점답다. 


민음사에서 만들어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 이른바 '동네서점 에디션'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첫 대상 도서로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이 선정되었는데, 초판으로 2천 권 찍고 출고 후 바로 완판될 만큼 반응이 좋다고 한다. 쏜살문고의 옷을 입은 <무진기행>과 <인간실격>은 어떤 느낌일까. 동네서점에 들르면 눈여겨봐야겠다. 


지난 5월 31일 개장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새로운 명물 별마당도서관에 관한 기사도 실렸다. 강남 노른자 땅에 대형 도서관이 생긴 것도 놀라운데, 진열 도서 5만여 권 중 4만 권 이상이 기부 도서라니 더욱 놀랍다. 별마당도서관에 들어가 본 적은 없고 지나가면서 본 적만 있는데, 조만간 작심하고 가서 찬찬히 둘러보고 와야겠다. 


아동 도서, 청소년 도서 서평도 실렸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부짖는 아이를 위한 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왕따와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일본 소설 <미안해, 스이카>는 어른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워킹맘 문제, 학교 폭력 문제는 이제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밖에도 비블리아 9월 호에는 출판계 이슈, 신간 소식, 독자 서평, 문화계 뉴스 등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잡지 자체가 두툼하기도 한 데다가 기사 수도 많고 길이도 길어서 틈날 때마다 찬찬히 읽다 보면 한 달이 훌쩍 갈 것 같다. 여기 소개된 책만 골라 읽어도 "이제 뭐 읽지?" 같은 고민은 하지 않을 듯. 책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무리 읽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책 중독자로서 좋은 길잡이를 만나게 되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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