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제는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9월 10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저수지 게임> GV에서 제작자 김어준이 한 말이다. 



<저수지 게임>.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프로젝트 부(不)'에 참여한 사람, <더 플랜>을 본 사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 사람, '시사인'을 구독하는 사람, '파파이스'를 보는 사람, 팟빵 순위 상위권에 있는 정치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나는 꼼수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봤거나, 볼 예정이거나, 보지는 않아도 알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왜냐. 언론에 안 나오거든.







<저수지 게임>에는 주진우가 지난 5년간 국내외를 넘나들며 이명박의 비자금의 행적을 추적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주진우는 캐나다 노스욕 부동산 사기 사건을 계기로 농협의 대출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천년회, 영포라인, MB 친인척 같은 단어가 등장해 그 끝에 MB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심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심증은 심증일 뿐.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실패'에 가깝다.


결국 '실패'에 이르는 이야기를 뭐 하러 봐야 할까. 더군다나 <저수지 게임>의 내용은 주진우가 최근에 낸 책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첫째,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오는 MB 추적 관련 내용은 <저수지 게임>에 나오는 내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책에는 이름이나 직책으로만 등장하는 인물이 영화에는 실제 인물 또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점도 영화를 볼 만한 이유다.







둘째, 귀로만 들었던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주진우 기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힘들게 취재를 하는지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통해 자주 전해 들었다. 영화에는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의 모습, 만나서 취재할 때의 모습,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만 <저수지 게임>은 실제 상황이라는 것. 그것도 기자와 취재원 모두 '목숨 걸고' 통화를 하고 만남을 가진다는 점에서 (가상의)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기 힘든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이 영화의 내용은 결국 내 문제다. 

이 영화는 어떤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기자가 목숨 걸고 밝히려고 하는 진실은 내가 알아야 하는 진실이고, 전직 대통령이 숨기고 있는 돈은 원래 국민의 돈이다. 은행 수수료 500원은 아끼려고 노력하면서, 은행이 전직 대통령을 위해 날린 몇백억의 돈에는 왜 관심이 없을까. 세금 낼 때 어떻게 하면 덜 낼까 온갖 팁을 알아보면서, 공기업이 부실 투자하고 빚더미에 앉는 건 가만히 지켜볼까. 은행이 날린 돈, 공기업이 날린 돈, 권력자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 모두 실은 국민들의 몫, 내 몫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친일파 청산 못 했다고, 전직 대통령들 감옥까지 보내놓고 석방, 사면해서 지금 그 자손들까지 떵떵거리며 잘 산다고 윗세대를 욕하는 건 쉽다. 하지만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근혜) 문제를 해결 못하면 우리가 아래 세대에게 욕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지금의 내가 5년 전의 나에게 박근혜가 탄핵될 거라고 말하면 믿을까.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명박의 전 재산이 국고에 환수되고 이명박은 급식 먹고 있다고 말하면 믿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보면 참 아쉬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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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7-09-1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키치 2017-09-11 08:17   좋아요 0 | URL
오! 배우신 분 ^^ 반갑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자리에서 영화 봤는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