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아이히만은 중간 정도 체격에 호리호리하며 중년으로, 근시에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고르지 않은 치아를 지니고 있었다. 


74. 아이히만 자신의 태도는 달랐다. 무엇보다도 살인죄에 대한 기소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유대인을 죽이는 일에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나는 유대인이나 비유대인을 결코 죽인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어떠한 인간도 죽인 적이 없다. 나는 유대인이든 비유대인이든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여하튼 난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중략) 그가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죽게 되는 어떤 일을 하라고 명령을 받았더라도 그대로 수행했으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77. 그렇다면 그가 살인의 방조자로 기소되었다면 유죄라고 인정했을까? 아마 인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조건들을 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은 회고를 할 때에만 범죄일 뿐, 자기는 언제나 법률을 준수하는 시민이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최선을 다해 수행한 히틀러의 명령은 제3제국에서는 '법의 효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106.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거짓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말(the words)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 자체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177. 기만과 은폐를 위해 교묘하게 고안된 다양한 '언어규칙' 가운데 이처럼 히틀러가 첫 번째 전쟁을 벌이는 데 살인자들의 정신상태에 작용한 것보다도 더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은 없었다. 여기서 '살인'이라는 말 대신 '안락사 제공'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198. 그가 끝까지 열렬히 믿은 것은 성공이었고, 이것이 그가 알고 있던 '좋은 사회'의 기준이었다. 히틀러(그와 그의 동지 자센이 자신들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를 원한 사람)에 관한 주제에 대해 그가 한 마지막 말은 전형적인 것이었다. 그는 말하기를 히틀러가 "모든 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이 하나만큼은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사람은 노력을 통해 독일 군대의 하사에서 거의 8000만에 달하는 사람의 총통의 자리에까지 도달했습니다. ...... 그의 성공만으로도 제게는 이 사람을 복종해야만 할 충분한 증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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