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00% 페이백]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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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는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를 만나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소녀가 살던 마을을 찾아내지만 그곳에는 마을이 있었던 흔적만 있고 소녀는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세월호를 떠올렸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향해 출발한 세월호는 해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배는 선체만 남았고 그 안에 있던 304명은 이름으로 남았다. 영화 속에서 소년은 소녀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쓴다. 우린 어떤가.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세월호 사건을 취재해 온 한겨레21 정은주 기자와 박다영 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 씨가 참여한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세월호 관련 기록과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기울어지기 시작해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세월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치밀하게 재현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를 왜 못 구했는지,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지, 세월호는 어떻게 태어났는지, 세월호는 어떻게 구할 수 있었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101분을 그린 부분은 눈물 없이 읽기 힘들다. 승객들은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별일 아니라고 여겼다. 이렇게 큰 배가 침몰할 리 없다, 침몰하더라도 해경이 출동하고 정부가 나서서 바로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배는 점점 급격히 기울었고 선내에 물이 들어왔다. 선내에 있던 가구가 쓰러지면서 다치는 사람도 생겼다. 선내에는 침착하게 대기하라는 내용의 안내방송만 울려 퍼졌다. 그 사이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의무가 있는 선장과 선원은 승객들을 뒤로하고 배를 떠났다.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해경은 배 근처에 오기를 꺼려 인근에 있던 어선이 대신 승객들을 구했다. 


정부의 대응은 더욱 기가 막히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즉각 대응에 착수하지 않고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려면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황을 알아야 한다며 해경을 채근했다. 해경은 대통령께 올릴 보고를 준비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304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대형 사고인 만큼 책임자들 모두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건만 대부분 경미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기록을 모두 은폐하려 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장한 혐의가 있다. 


영화 속에서 소년은 기적처럼 소녀를 다시 만나지만, 현실에선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날' 세월호 안팎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 그들의 넋이라도 달래는 일은 가능하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 있는 자들을 처벌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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