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트롱 - 어떻게 더 강인하게 일어설 수 있는가
브레네 브라운 지음, 이영아 옮김 / 이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유튜브에서 인상적인 강연 한 편을 봤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교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마음 가면>, <불완전함의 선물>,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등을 쓴 브레네 브라운의 TED 강연이다. (강연 보기 클릭) 이 강연에서 브레네 브라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점으로 여기고 숨기고 싶어 하는 '취약성'이야말로 자신의 장점이 될 수 있고, 보다 나은 삶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고 역설한다. 


숨기고 싶은 '취약성'이 성공의 발판이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브레네 브라운의 책 <라이징 스트롱>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똑같이 좌절했을 때 어떤 사람은 계속 역경에 빠져 있고 어떤 사람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재기에 성공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유명 기업인을 비롯해 각 분야의 지도자, 성직자, 교사 등을 인터뷰했고, 그 결과 실패로 인한 상처와 두려움과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여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사람들이 '강인하게 일어서기(rising strong)'에 성공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했음을 밝혔다. 


우리는 암흑의 구간을 얼른 빠져나가 구원의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역경을 극복하는 힘겨운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 실패로 인한 상처와 두려움, 혹은 강인하게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여정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허울 좋은 기개, 객기일 뿐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고 싶다면 실패가 주는 감정적 여파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19쪽) 


'강인하게 일어서기(rising strong)'는 세 단계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감정을 인지하고 질문 던지기'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 감정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단계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나 슬픔 등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를 경우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감정을 인지하고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뒤 자기만의 이야기를 구성해보는 것이 좋다. 


둘째는 '자신의 이야기와 맞붙어 싸우기'이다. 자신이 지어내는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자기방어에 불과한지 계속 이의를 제기하는 단계다. 저자는 부부 싸움을 했을 때 '내가 못나서', '내 몸매가 별로라서' 남편이 나를 무시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지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전날 밤 아이들이 익사하는 악몽을 꿔서 정신이 없었을 뿐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남편한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한 끝에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부부 관계가 전보다 더 돈독해진 것은 물론이다. 


나는 연구 초반에 인정 넘치는 사람일수록 경계를 확실하게 긋고 잘 지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쾌한 상황을 억지로 참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나는 정반대로 살았다.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고 끊임없이 실망감과 싸웠다. 경계를 정하는 것보다 그편이 더 쉬웠다. 편안하고 재미있고 유순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경계선을 긋기 어렵다. (151쪽) 


저자는 강연자로서도 '자신의 이야기와 맞붙어 싸우'는 경험을 했다. 언젠가 저자는 강연 초청을 마지못해 수락한 적이 있다. 처음에 강연 초청을 받았을 때 거절했더니 행사 주최 측이 "선생님이 유명해지시기 전부터 선생님을 응원해 줬던 사람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노골적이고 협박조의 답을 보내는 바람에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최 측은 저자가 요구한 대우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저자는 강연이 끝나자마자 심리 치료사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심리 치료사는 전혀 뜻밖의 질문을 했다. "대체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나요?" 저자는 당연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러자 심리 치료사는 "나는 우리들 대부분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단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던 저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대체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지 물었고, 대부분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저자처럼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은 완벽주의에 시달리거나,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저자는 자신이 처음부터 원하는 걸 요구하지 않고 분명하게 경계를 긋지 않았기 때문에 원치 않은 사태를 맞이했음을 깨달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호감을 잃거나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요구나 욕망을 무시한 것이 불만이나 분노 같은 감정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호감을 사고 싶고 비난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어린아이한테도 있다. 자기 내면의 어둡고 약한 부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지키고 타인의 존중을 잃지 않는 지름길이다. 


인종 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이 모든 문제는 현실이며 널리 퍼져 있다. 그리고 두려움과 차별을 부추기는 고정 관념을 잘 생각해 보면, 대개는 우리가 부족한 지식과 경험으로 지어낸 이야기이거나 역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고정 관념을 해결하려면 우리의 감정을 인지하고 그 원인을 궁금해하며, 우리가 지어내고 있는 이야기에 솔직해져야 한다. (322쪽)


'강인하게 일어서기(rising strong)' 의 마지막은 '혁명'이다. 여기서 혁명은 변화가 습관이 되고, 내가 변하고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전체 과정을 일컫는다. 저자는 몸담고 있는 휴스턴 사회 복지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다양성이 가장 높은 이 대학의 교실은 세계의 축소판 같다. 인종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계급이 다르고,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학생들을 보다 못한 저자는 어느 날 '특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 백인 학생은 "난 백인이고, 모든 게 나한테 맞춰져 있어요.", 한 흑인 여학생은 "난 이성애자예요. 그래서 남자 친구랑 손을 잡고 다녀도 폭행당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죠."라고 답했다. 또 다른 학생은 "난 기독교도예요.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학교에 와도 아무도 나한테 테러리스트라고 욕하지 않죠.", 한 백인 남성은 "아내와 달리 나는 어두운 새벽에도 아무 두려움 없이 밖에서 운동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남이 가진 특권만 보면 내 처지를 비관하게 되지만, 내가 누리는 특권을 인식하면 타인의 상처와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취약하다는 것의 힘' 강연에 이어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해서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강연 보기 클릭) 학문적 연구와 개인적 경험을 통합하여 줄기차게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저자의 저력이 놀랍다. 이 또한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일까? 다음 책과 강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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