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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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기반 사회'라고 부르는 사회에서 전문직은 전문성을 공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개인이나 조직이 특정 지식과 경험에 접근하는 주요 경로가 되어왔다. 하지만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에서는 스스로 작동하거나 비전문가 사용자가 운영하는 기계, 점점 더 유능해져가는 기계가 이제껏 전문가의 고유 영역이었던 작업들 대부분을 수행할 것이다. (20쪽) 


의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교사... 이른바 '사' 자 돌림 직업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고 평생직장의 신화가 붕괴되는 상황이니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전문직의 수요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빅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보편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문직은 안정적일까?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자문위원회 회장 리처드 서스킨드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대니얼 서스킨드가 공저한 책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를 보면 전문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이 책은 전문직의 역사와 범위를 설명한 다음 의사, 법률가, 교사, 회계사, 세무 전문가, 경영컨설턴트, 건축가, 언론인, 종교인 등 전문직 전반에서 나타나는 8가지 패턴을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정보와 기술, 지식의 생산과 분배를 소개한다. 아울러 전문직의 종말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의 한계는 무엇인지, 앞으로 인간 전문가는 기계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로 발전해 나아감에 따라,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모습의 전문직은 더 이상 가장 적합한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문직의 결점 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비용이 들고, 시대에 뒤떨어진 경우가 많으며, 최고의 전문성을 향유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업무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 등이 있다. (21쪽) 


전문직은 사회에서 고도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최근에는 경제, 기술, 심리, 도덕, 품질, 이해 불가함 등 여섯 가지 측면에서 실패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조직이 최상급 전문가의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문가가 제공하는 지식과 경험이 갈수록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경우는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 및 지식 차원의 지원이 점점 늘고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과 빅 데이터가 그 예다. 


a이러한 현상이 가장 뚜렷한 업종 중 하나가 교육이다. 전통적으로 유능한 교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학생 역시 소수에 그치다 보니 교육 성과가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도 높았다. 최근에는 교사, 가정교사, 강사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와 분야에 대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들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교사 자격증을 따야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관심과 의지만 있으면 교육 공급자가 될 수 있다. 


1900년 미국 노동인구 중 41%가 농업에 종사했으나, 오늘날에는 그 비율이 2% 미만으로 떨어졌다. 1900년에 100년 뒤 의료, 금융, 정보기술, 가전, 관광, 여가, 연예 산업 종사자가 농업 종사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수천 명이 '검색엔진 최적화 담당자)'로 일하리라고 20년 전에 예측했던 사람도 없다. (397쪽)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전문직은 아니지만) 내 직업의 미래다. 내 직업은 안전할까? 내가 일하는 분야는 5년 후, 10년 후에도 존재할까? 저자에 따르면 전문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이 빠르게 사라지고 빠르게 생겨나는 추세다. 기계에 대체되고 인공지능이 추월할 위험이 높은 직업이 적지 않지만, 해당 직업 내에서도 기계가 대체할 수 없거나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혹은 인간이 직접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기술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는 디자인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는데, 현재 주요 업무인 이벤트 기획이나 온라인 마케팅 모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다. 5년 후, 10년 후에도 지금 하는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때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리 회사는 업계에 존재할까? 나는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을까? 궁금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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