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힘
김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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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도 SNS 시인 하상욱의 시는 열심히 찾아 읽는다.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짧아도 내용에 깊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정치 사안에 대해 하 시인은 이런 촌철살인의 멘트를 남겼다. '죄를 지을 수는 있어도 죄를 지울 수는 없어요', '정의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정의로운 사람들이 쓰러질 뿐.', '국민 대통합을 이런 식으로 이루어낼지는 상상도 못 했다.' 분노를 에둘러 표현한 멘트에 공감하며 '좋아요'를 눌렀다.


"가능하면 부드럽게 우회하라. 당신의 말이 목표에 상쾌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TBWA KOREA 전 국장 김지영이 말하는 전달의 핵심 노하우도 하 시인의 작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6년간 광고계에서 활동하며 터득한 전달의 핵심 노하우를 담은 책 <빠르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힘>에서 저자는 '설득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유념하라고 조언한다. 설득의 다른 이름은 굴복이며, 굴복은 후한을 낳기 쉽다. 상대의 오류와 약점을 지적하고 나무라는 대신, 상대의 마음을 감화하고 감동시킬 포인트를 찾아 공략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저자는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저자는 앞자리 남학생이 콧물을 연신 훌쩍대는 것도 모자라 코를 후비는 걸 보고 불쾌함을 느꼈다. "너무 거슬려서 그러니 콧물 좀 그만 훌쩍거리세요.", "더러워 죽겠으니 코 좀 그만 파시죠."라는 말로 면박을 줄까 하다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같은 과 친구가 있어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친구는 쪽지를 꺼내 휘리릭 몇 자 적어 그 남학생에게 건넸고, 쪽지를 읽은 남학생은 거짓말처럼 자세를 고치고 얌전히 공부를 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 쪽지에 뭐라고 적었냐고 묻자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관심 있어 지켜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멋지네요." 우회하는 말이지만 직접적인 말보다 듣기에 훨씬 아름답고 효과도 좋았다. 


우회하는 말이 항상 효과적인 건 아니다. 정확한 일처리가 중요한 업무 상황에서는 모호한 대명사를 피하고, 이중 체크로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가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인 것 같아요'처럼 애매한 표현을 삼가는 것이 좋다. 책에는 이 밖에도 할 말 없는 상대와 대화를 시작하는 3원칙, 안 하느니만 못한 말 4가지 등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대화와 설득의 기술이 나와 있다.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 일 잘 하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법 등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말이란 결국 감정을 나르는 수단이다. 내 감정을 잘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헤아리는 만큼 말의 효과는 물론 전달하는 힘도 커질 것이다. 솔직하게 핵심을 짚어내는 짧은 시가 공감을 얻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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