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부녀지간 입니다만 1
초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 라는 말이 있다. 나도 아버지가 첫사랑이었을까? 선뜻 긍정하긴 힘들지만 부정하기도 어렵다. 이제껏 아버지와 나눈 말이 열 문장도 되지 않을 만큼 친하지도 가깝지도 않지만, 남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비교하고 아버지보다 못한 점을 헤아리며 아쉬워하는 걸 보면 내 안에 아버지의 존재가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나이 먹도록 결혼을 안 하는 핑계로 아버지를 들고 싶진 않지만(그건 그냥 아직 인연을 못 만나서가 아닐까). 


<못난 부녀지간입니다만>의 주인공 여고생 나에와 아빠 사이는 나와 아버지 사이와 같지 않다. 아니, 전혀 다르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 집에 얹혀살고 있는 나에는 성품이 착하고 친척이 하는 가게 일을 성실하게 돕는데도 친척으로부터 갖은 구박을 당한다. 보다 못한 단골손님이 나에를 키류라는 대재벌 총수 집안의 증손녀로 입양하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재벌 총수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유명 실업가 키류 카오루가 나에의 법적 아버지가 된다. 갑자기 부녀가 된 나에와 카오루는 달라도 너무 다른 태생과 성장환경을 극복하고 과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빠를 사랑하면 안 되나요?', '내 딸이 여자로 보입니다.'라는 자극적인 띠지 문구에 비해 내용은 평이하다. 나에와 카오루가 피가 섞인 부녀 사이도 아닌 데다가, '아저씨'라고 불려서 그렇지 카오루의 실제 나이는 나에보다 기껏해야 몇 살 더 많은 정도로 보인다. 문제가 된다면 생판 남인 성인 남성과 미성년 여학생이 한 집에 살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 정도이지, '아빠를 사랑하면 안 되나요?', '내 딸이 여자로 보입니다.' 라는 문구를 읽었을 때 떠오르는 근친상간의 냄새가 작품 자체에서 풍기는 것은 아니다. 


이 만화는 가족애를 모르고 자란 두 남녀가 서로를 유사 가족 삼아 진정한 가족애를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맞다. 입양, 부녀 지간, 재벌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취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소재가 이야기 자체의 매력을 가리진 않는다. 그림체가 귀여워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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