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일본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강태웅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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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는 오랫동안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만 모아 놓은 칸이 따로 있다. 그 칸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도 있고 여러 번 다시 읽은 에세이도 있는데 맨 앞자리는 언제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 편 전 4권이 지킨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 편 교과서 삼아, 가이드북 삼아 일본 일주를 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고 목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 편>을 만든 출판사 창비에서 믿고 읽을 만한 일본 관련 대중서를 또 한번 내놓았다. 제목은 <이만큼 가까운 일본>. 세계 각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된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 대학교, 도쿄대학교에서 수학한 저자 강태웅 교수는 일본의 역사와 지리, 정치, 경제, 사회, 생활, 문화, 한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설명한다. 


16년째 일본 문화를 접하고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름 일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많다. 에도 시대에 시행된 참근교대 덕에 전국의 도로가 정비되고 숙박 시설이 발달되었다는 점, 과거제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분에 상관없이 많은 아이들이 글을 배웠고 그 덕에 일찍부터 대중소설과 공연 등 서민 문화가 발전했다는 점,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나라의 도로도 일본처럼 좌측통행을 했다는 점을 처음 알았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할리우드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다가왔다.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시대극을 뜻하는 일본어 '지다이게키'에서 왔고 제다이들의 스승인 '요다'의 이름을 당시 유명한 일본 각본가였던 '요다 요시카타'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저자는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945년 4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을 때 6만 5,000여 명의 일본군 이외에 10만 명이 넘는 오키나와 주민이 사망했는데 이들은 전투에 휘말려서 죽은 게 아니라 일본군이 강요한 집단 자살로 인해 죽었다. 그 해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 폭탄 때문에 사망한 사람 수가 각각 14만여 명과 7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니 당시 오키나와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만하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일본이 자국 영토 내에서 저지른 만행과 보이지 않는 사회 차별 등도 지적한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2차 세계대전을 정점으로 한국과 중국 및 주변 아시아 국가에 끼친 피해에 대해서만 알고 오키나와, 홋카이도 원주민을 학살하거나 차별한 것은 몰랐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일본에 관한 크고 작은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도쿄의 안전성을 의심해 오사카를 키우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대목이 특히 놀라웠다. 앞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넓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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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09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천황 퇴위에 관한 소식 때문에 천황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혹시 이 책에 천황제에 대해서 비중 있게 설명되어 있습니까? ^^

키치 2016-08-09 18:18   좋아요 1 | URL
역사나 정치 부분에 천황제에 관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일본을 넓게 다루는 책이다보니 아무래도 비중이 많거나 심도가 깊지는 않습니다. 천황제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없으시면 읽어보실 만하고요, 어느 정도 알고 계시면 다른 책을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