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 -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나를 만드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나의 가치를 내 안에서 확립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 와중에 우주의 역사와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삶의 자세를 다잡기 위한 대단히 힘 있는 방법입니다. 수없이 많은 기적 같은 우연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곳 지구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p.34) 


나 자신은 줏대가 없고 우유부단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건만, 사주를 보면 고지식하다, 융통성이 없다는 말이 꼭 나온다. 이 책을 보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책을 보면 저 말이 옳은 것 같고(그러다 보니 책을 많이 읽게 된 거겠죠...), 밥 먹을 때 메뉴 정하란 소릴 들어도 '아무거나', 선물 뭐 받고 싶은지 누가 물어봐도 '아무거나'라고 답하기 일쑤인데, 나의 어딜 봐서 고지식하다, 융통하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 


베스트셀러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내가 공부하는 이유> 등의 저자이자 일본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 사이토 다카시의 책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를 읽으면서 나의 '단단하지 못함'을 더욱 굳게 확신했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이 쉽게 흔들리거나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자기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존재가 현실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엔 대가족이 생활을 보살펴주고 대기업이 종신 고용을 약속했지만, 오늘날에는 1인 가족이 보편화되고 취업, 재취업 한파가 이어져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널렸다. 


저자는 자기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존재로서 이제 가족이나 기업보다 더 크고 높은 존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랜 세월을 겪어낸 문학 작품을 읽거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전인류, 전 역사 속에 자기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존재의 불안을 덜 수 있다. 자신의 생명이 지구 생태계는 물론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하루하루의 삶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현대는 오랫동안 계승된, 함께 공유해야 할 신화를 잃어버린 신화 상실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안정시켜온 신화의 구멍을 지금은 뉴스나 정보로 충족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신화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화와 뉴스, 정보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뉴스는 세 시간만 지나면 낡은 것이 되어버리지만 신화는 천년만년 낡지 않기 때문입니다. (p.55) 


역사를 의식하고 온 우주를 느끼기 위해서는 배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뉴스나 정보에 현혹되지 마라. 그 시간에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신화와 고전을 탐독하라. 원인도 책임도 나에게 있다. 남 탓, 환경 탓하지 말고 나부터 바꿀 노력을 하라. 놀이 감각으로 살아라. 돈을 많이 벌고도 은퇴하지 않고 현업에 종사하며 활약하는 사람들은 일을 놀이로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니아적 기질을 발휘하라. 가족이나 애인, 친구나 동료의 케어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좋아하는 취미나 여가가 삶의 버팀목이 된다. 체험을 사진이나 글로 표현하라. 인생의 골든 타임을 기록으로 남기면 나이 먹는 일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무엇보다 뉴스나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오래 전승된 신화와 고전을 탐독하라는 조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처럼 뉴스나 정보를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는 남들이 좀처럼 읽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는 고전의 지혜가 더 빛날 것이다. 종교를 갖자, 어딘가에 소속하자, 결혼하자, 아이를 낳자 같은 조언은 사족 같다. 종교 없고 소속 없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지지 않아도 단단하게 사는 법을 말해주었다면 이 책이 더욱 '단단하게' 완성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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