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달마다 들어오는 월급과 안정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장을 포기했을 때, 다들 나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러고서 시작한 일이 고작 이제 막 생긴 회사에 들어가 아르바이트 수준의 급료를 받으며 잡무를 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다들 나를 꿈이 덜 깬 몽상가 내지는 성공 가도에서 탈락한 루저로 보았다.


  <내가 일하는 이유>의 저자 도다 도모히로가 1986년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도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그는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비철금속 제조회사에 취업했으나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 입사한 지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후 도다는 사회학부에 편입, 졸업 후 비영리기관과 출판사를 전전하다 커리어 컨설턴트가 되었다. 한편 그를 두고 미쳤다고 했던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명예퇴직을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은 일은 지루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도널드 E. 슈퍼)

  도다 도모히로는 일이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누구나 자신의 천직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열정의 정도에 따라 오락과 취미, 특기로 구분한다. 오락이 단순히 머리를 식혀주는 활동이라면, 취미는 자신의 성장과 연결이 되는 활동, 특기는 취미가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은 수준에 이른 것을 일컫는다. 


  이 중에 직업으로 삼을 만한 것은 특기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오락이나 좋아서 즐기는 수준인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고 여가 시간에 즐기지도 않는 것에서 최고가 되기란 더욱 어렵다. 박지성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 게임을 즐기고, 김연수는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에 노는 감각으로 에세이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은 오락과 취미, 특기와 직업이 일치하는 법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기차 마니아를 예로 든다. 같은 기차 마니아 중에도 카메라파, 제조사파, 모형파, 답사파, 기록파, 시각표파 등 유형이 나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책이 좋아서 책에 관한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작가, 편집자, 마케터, 사서, 출판 기자, 독서지도사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에 무엇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는 직접 경험해 보고 아는 수밖에 없으니 나에게 꼭 맞는 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자기성찰), 머리를 쓰고(실용적인 기술과 지식), 위험을 무릅쓸 용기(인생과 대결하는 용기)를 가져라." (고쿠부 야스타카, 고쿠부 히사코, <카운셀링 Q&A>) 

  나에게 꼭 맞는 일 찾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한 번뿐인 내 인생과 견주면 해볼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회사를 그만 둘 당시 회사를 그만두기도 무서웠지만 그대로 다니는 것이 더 무서웠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정상,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서른이 다 되어서도 의지할 만한 적금 통장 하나 없고 결혼이며 집 장만 같은 건 엄두도 못 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인터넷 서핑 따위로 인생을 소모하고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짓느라 안면에 마비가 왔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편하다. 몽상가면 어떻고 루저면 어떠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어른,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위너는 내 쪽에서 사절이다. 내가 일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좋아서, 라고 말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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