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우먼 - 여성 리더 15인의 운명을 바꾼 용기있는 결단의 순간
김선걸.강계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성공한 여성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도 대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따뜻한 학교를 떠나 차디찬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던 시절. 그러니까 대학 내내 열심히 쌓은 스펙도 어쩐지 하찮게 보이고, 무엇보다 그 어떤 직장이나 진로도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 방황하던 시절. 그 때는 성공한 여성에 관한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나도 성공할 것 같았다. 나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 가도를 달리고, 연애와 결혼을 일과 병행하며 잘 해나갈 줄 알았다. 그런 건 남 보기 좋게 편집된 인생이라는 걸 알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았다.   



<워너비 우먼>을 읽으면서 그 시절과 달라진 나를 발견했다. 한국의 여성 리더 15인을 직접 인터뷰해 알아낸 그들의 성공 비결과 운명을 바꾼 용기 있는 결단의 순간을 소개하는 이 책을, 20대에 읽었다면 분명 멋지다,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감상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나도 이들처럼 알아주는 회사에 다니며 승진을 거듭해 높은 직책에 오르거나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결혼과 육아를 일과 양립하는 것도 거뜬히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순진한 시절엔 말이다.



서른이 되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다소 허무하고 비관적인 결론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 리더 15인의 커리어는 분명 근사하다. 개개인의 인생 여정도 훌륭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편견과 비하도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지만 자세히 이야기를 읽어보면 꼭 하나씩 포기하거나 놓친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 꿈을 포기한 사람도 있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포기한 사람도 있고, 자녀와의 유대 관계를 놓치거나 건강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버텨라. 참아라. 남자를 이겨라. 이런 구호가 아직 유효할 만큼 한국 사회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난관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남성을 이기기 위한 성공, 남성을 이기는 방법을 통한 성공은 사회 전체를 볼 때 점점 효력을 잃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보다는 남성에게 부족한 여성의 능력을 살리거나, 성구분 없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성공 모델이 앞으로는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이 책에도 모델이 몇 사람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전무는 스물세 살에 비서로 첫 직장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회사와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영업 분야에 입문했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정한 커리어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에 대한 관찰과 도전을 통해 자기만의 커리어를 만든 점이 정말 멋졌다. 



김연경 서호주관광청 이사는 30대 후반에 호주정부관광청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데 왜 사표를 내냐며 의아하게 보았던 동료들은 후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고,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홀로서기를 한 김 이사는 서호주관광청의 이사가 되었다. 철밥통,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기존 남성 중심 사회의 이상적인 직장을 버리고 자신만의 감으로 창업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결과다. 이런 여성 모델을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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