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네 서점이 위기라고 한다. 나부터도 동네 서점에 가본 게 몇 년도 더 된 일이니 책임이 없지 않다.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문제집이며 참고서를 산답시고 집 근처 작은 서점에 들러 소설책을 보는 게 취미였고, 초등학교 때는 그보다 더 뻔질나게 만화책이며 동화책을 보기 위해 동네 서점에 들락거렸다. 허나 대학에 들어가고 서울로 이사온 후로는 교보문고나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 서점을 더 자주 이용하며, 대형서점에서 본 책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일은 부지기수다. 책 좀 읽는다는 나도 이러니 동네 서점이 위기일 수밖에. 



그런 탓에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읽는 내내 마음이 찔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고 보니 이 책도 인터넷 서점에서 샀다. 죄송합니다ㅠㅠ이 책은 충북 괴산 시골 마을에서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김병록 부부가 지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 마을에 가정집을 서점으로 개조한, 이른바 가정식 서점을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 등을 재미있게 풀어썼다. 뿐만 아니라 저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이곳저곳에서 개성 있는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1년여의 기간 동안 찾아 인터뷰했다. 



'독립서점에서 쇼핑하는 건 정치적인 선택'(<서점 VS 서점>, 로라 J.밀러, 한울아카데미)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대형 체인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아닌, 지역을 지키고 있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건 자신이 독서 시민인지 단순한 소비자인지를 가늠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방에 앉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여러 가지 사은품과 신용카드의 혜택을 풍부하게 받으면서 여러 권의 책을 사는 게 가능한 시대.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때로는 먼 거리 교통비까지 지불하며 일부러 동네 작은 서점을 찾아 책을 사는 일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사는 소비행위가 아닐 것이다. (p.270)



책을 읽으면서 몇 년째 대형 서점, 인터넷서점만 이용한 내가 부끄러웠다. 저자에 따르면 '동네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건 자신이 독서 시민인지 단순한 소비지인지를 가늠하는 일'이다. 대형 출판사과 대형 서점이 펼치는 마케팅과 할인 공세에 홀랑 넘어가 그들이 권하는 책을 사고 그들이 할인하는 책 위주로 책을 사는 건 온전히 주체적인 독서 활동이라고 하기 어렵다. 내 경제적 형편을 고려하면 책을 사서 읽는 것도 사치라며, 조금이라도 더 할인 받아서 사는 게 뭐가 나쁘냐는 반문이 머릿 속에 꿈틀대지만, 책을 읽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거라면, 앞으로는 동네 서점도 이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책방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왜 차나 커피를 팔지 않느냐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내게도 라이킷과 비슷한 마음이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차만 마시고 책은 사 가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랄까. 내가 팔고 싶은 건 커피가 아니라 책인데, 책이 주인공인 가게를 만들고 싶은 건데 책이 조연으로 밀려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우리 책방에선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책을 준다. 물론 책을 사면 차를 준다는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책만 사고 차는 못 마신 사람들도 혹시 있을까봐 걱정돼서 적어본다). 다만, 책방에 들르는 손님들, 책을 사는 고객들에게 책방지기가 건네는 마음의 선물을 차 대신하는 것이다. (p.149)



위기에 대항하기 위한 동네 서점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독자들과 함께 공부하는 인문 서점, 어린이, 청년 혹은 예술가 등을 위해 특별히 엄선된 책을 선보이는 테마가 있는 서점,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 제주 특유의 문화를 만드는 서점, 오랫동안 지역에서 사랑받은 지역 중견서점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다양한 빛과 결을 가진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들이 운영하는 '숲속작은책방'은 북스테이라는, 책을 읽으며 쉬는 새로운 차원의 숙박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책등이 아닌 책 표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서가를 꾸민다든지, 색지에 손글씨로 책을 읽고 쓴 느낌을 적은, 세상에 하나뿐인 띠지를 만드는 등 작은 서점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독자들의 성원이 더해진다면 동네 서점이 위기라는 말은 싹 사라지지 않을까. 우선 독자의 한 명인 나부터 작은 책방, 동네 서점을 이용해 봐야겠다. 이번 주말엔 작은 책방 나들이라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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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10-0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속작은책방 들어봤는데 반갑네요^^
요즘은 도서정가제라 그나마 나아진듯 합니다. 우리도서관도 가급적 지역서점에서 구입하거든요^^
책이랑 커피 파는 서점 제 로망입니다. 그저 로망....

cyrus 2015-10-0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서점이 너무 없다 보니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동네서점도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홍보를 해야 합니다. 거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고 해서 손님들이 저절로 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존재감을 알려야 합니다. 책 제목처럼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