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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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의 창업 스토리를 읽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기왕이면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기업의 이야기가 믿음이 가고 배울 점이 많다고 여기지만, 어떤 경우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의 이야기로부터 더 많은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참여감>의 주인공인 중국 기업 '샤오미(小米)'가 그렇다. 아이폰의 최신 기종이 아이폰5인지 아이폰6인지도 모를 만큼 IT 기술에 문외한인 나도 샤오미의 이름만큼은 들어봤다. 이름 앞에 '대륙의 실수'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닉네임이 붙어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샤오미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에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그대로 샤오미의 핵심 이념이 되었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입소문을 통해 마케팅의 파급력을 높이는 것. 우리는 사용자의 참여감을 통해 제품의 연구개발, 마케팅, 보급, 고객서비스를 완성하고, 샤오미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멋진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 샤오미의 발전 과정을 이끌어온 이념은 "사용자를 친구로"다. (p.11)



<참여감>은 샤오미의 공동창립자 리완창이 썼다. 저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MIUI'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했고, 2011년부터는 샤오미닷컴을 책임운영하면서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디자인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그는 '신개념 마케팅', '참여감', '휴대폰 집착남녀', '미펀제' 등 인터넷 인기 신조어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IT 스타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샤오미의 초창기 성공 포인트로 '사용자 참여'를 든다. 샤오미는 기업이 이끌고 사용자는 따라오라는 식의 기존 제품 개발 공식을 거부했다.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제품 개발에 반영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제품의 질을 개선했으며, 자신의 제안과 요구가 기업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이른바 '참여감'을 경험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함으로써 연구개발, 마케팅, 보급, 고객서비스를 일원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창 인기 몰이를 하고 있을 때는 샤오미의 공식 웨이보에 "오늘 눈이 오든 안 오든, 두 주인공이 맺어지든 안 맺어지든, <별에서 온 그대>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무료로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며, 샤오미2S를 400위안에 할인하여 판매합니다. PS.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맥주를 마시다가 취한 직원은 오후에 근무 안 해도 된답니다!" 라는 글이 올라와 엄청난 바이럴을 형성했다. (P.189)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인터넷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는 키워드와 트렌드에 편승하는 전략도 큰 효과를 거뒀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창 인기 있었을 때는 방영일에 맞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치킨과 맥주를 제공하거나 특별 할인 판매를 하는 식의 이벤트를 벌여 엄청난 양의 바이럴을 형성했으며 매출도 높였다. 광고에 인기 스타를 기용하지도 않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하지도 않지만, 사용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그들이 열광하는 것 사이에 샤오미를 끼워넣었다. 참으로 영리하다. 



그 디자이너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면, 그에게 오랫동안 유지해온 독서 습관이 있는지를 보면 된다. 인터넷에서만 자료를 찾아보기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그런 파편화된 이미지는 짧은 호흡의 영감은 불러일으킬지 모르나 체계적인 지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현역 디자이너로 일할 때에도 내가 좋아해온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하나의 축으로 삼아 그의 전작을 읽는 데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 디자이너가 가진 배후의 사상과 마인드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300)



책에는 샤오미의 창업 스토리 말고도 저자가 디자이너로서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저자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제일 먼저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즉 용모와 패션을 눈여겨보고, 그런 다음에는 평소 무엇을 하며 노는지, 무엇을 보는지를 물어본다. 여기까지는 예상가능한 질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평소 무엇을 읽는지'를 묻는다. 이른바 '깊이 있는 독서 습관'을 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책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저자는 하라 켄야, 나가오카 겐메이 등 일본 디자이너들로부터 주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기술은 미국, 디자인은 일본... 이런 식으로 각 분야의 세계 최고를 철저히 학습하고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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