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이십 대에 나는 밤에 쉽게 잠들지 못 했다. 새벽 한 시, 두 시를 지나 세 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 날엔 책을 읽기도 하고, 심야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양을 세기도 하고, 공상을 하며 잠을 청했다. 그러다 보면 대체로 잠이 오게 마련이지만, 가끔 아주 운이 좋지 않은 날엔 그대로 동이 터 하루 종일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지내든가 시도 때도 없이 꾸벅꾸벅 졸든가 했다. 불면의 이유는 하나. 고민이 많았다. 이제나저제나 사람 사귐이 썩 능숙하지 않은 나는 이성 친구며 학교 친구, 선후배, 일하는 곳에서의 인간관계 하나하나가 버겁고 힘들었다. 취업, 진학, 직장 등등 앞으로 선택해야 할 큰일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잠이나 잘 때가 아니었다. 밤잠이 부족한 지금은 그 때 그렇게 한가하게 고민이나 하고 있었던 게 그리울 정도다. 산다는 게 참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을 읽으며 그 시절 내게 이런 '공간'이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인 미국 애머스트대학 철학과 교수 알렉산더 조지는 2005년 '애스크필로소퍼즈(www.askphilosophers.org)'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일반인이 질문하고 철학자들이 직접 답을 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10년간 축적된 질문들은 '선생님의 건망증을 이용하는 것은 비도덕적인가요?', '건강에 안 좋으니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믿어야 하나요?',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면 괜찮지 않나요?' 등 개인적인 문제부터, '왜 인간의 생명은 동물의 생명보다 중요한가요?', '정부는 왜 있어야 하나요?', '제가 죽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제가 죽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나요?' 등 전통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해온 진지한 고뇌가 담긴 문제까지 다양하다. 나도 여기에 질문을 올렸다면 전 세계의 철학자들로부터 답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불면의 시간을 조금은 덜 겪었을 텐데.



Q. 저는 프린트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생기는지 알고 있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면 제가 일을 계속하는 게 비윤리적일까요? 제가 그만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저 대신 그 일을 하겠지요. 그리고 제 일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합니다.

A. 환경에 해가 가지 않게 일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동료들에게도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종이에 그리는 대신 컴퓨터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면 종이 쓰레기가 덜 나올 수 있습니다. 진부한 예인 건 분명하지만, 제 얘기의 요지를 이해하셨기 바랍니다. 한 업계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운 좋게도 요즘 하고 있는 고민들 중 한 가지의 답을 이 책에서 찾았다. 고민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생기는지 알면서 계속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게 아닌가 하는 것. 일을 하다 보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생기지만, 일을 한 결과 생산된 제품에 하자가 있어 팔 수 없거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된 경우, 나 때문에 자원이 낭비되고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생각에 괴롭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한 철학자는 '한 업계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니면 '일하는 곳이나 지역 공원에 나무를 심는' 식으로 '보상'을 하는 방법도 괜찮다. 신선하고 기발한 답은 아니지만, 환경 파괴나 비윤리 같은, 일의 한쪽 면만 보고 있던 나에겐 새로운 관점이자 발견이었다. 



철학에 대해 추상적이다,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렇게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고민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할 수 있고, 또한 웹사이트에 질문하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같은 세계적인 대학의 철학 교수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니 신기하다. 고민이나 걱정 때문에 밤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2015-09-2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수추가 감사합니다^^

나무 2015-09-2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