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 유독 마음을 잘 다치는 나에게 필요한 심리 처방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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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명절에 만나(야 하)는 가족과 친척이 싫다. 공부는 잘 하니? 대학 어디 갔니? 취업 했니? 돈 잘 버니? 결혼 언제 하니? 등등 내 처지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툭툭 던지는 질문이 싫고, 그 뒤에 이어지는 안쓰러운 눈빛이나 혀를 차는 소리가 싫다. 그들에겐 가벼운 농담, 별것도 아닌 행동이, 그걸 삼십 년 넘게 듣고 보며 견뎌야 하는 나에겐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는 걸 왜 모를까. 심지어는 내가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났어야 한다는 말을 아직도 하는 어른이 있다. 이런 사람을 내가 정말 '어른'으로 모시고 공경해야 하는 걸까.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 받는 '작은 상처'입니다. 상대가 별 뜻 없이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볍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모티콘 하나에 마음 상하는 일이 다반사죠. 흔히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고들 하는데요. 남의 일일 때는 그렇게 말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면, 가벼운 농담 하나, 별것도 아닌 행동 하나가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이때 받은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내게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작은 상처가 사실 더 아프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이런 작은 상처들은 그때그때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쌓이고 쌓여 나중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 상태가 되면 일종의 강력한 정신병적 증상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감기를 방치했다가 폐렴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pp.6-7)



마음 경영 전문의 최명기의 신간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이혼, 질병, 사고 같은 커다란 불행으로 입은 '큰 상처'도 문제지만, 일상에서 상대가 별 뜻 없이 하는 말이며 행동에 마음이 상해 생기는 '작은 상처'도 문제다. 작은 상처는 대체로 짜증, 분노, 모멸감, 굴욕감, 수치심, 억울함 등 다양한 무늬를 띠며,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후유증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 심하면 잠을 못 이루거나 벌컥 화를 내거나 치가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같은 작은 상처를 이겨나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왜 나만 상처받는지 파악하고, 상대가 내게 상처를 주는 이유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3단계의 처방을 제시한다. 작은 상처가 결코 작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로가 되는데, 작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친절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누구나 최소한의 눈치는 보고 살게 마련입니다. 내가 늘 상냥하고 착하게 사람들을 대해왔다면, 사람들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긴 하겠으나 내게 무슨 말을 할 때 특별히 내 눈치를 살피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표정이 무뚝뚝해지고 목소리가 가라앉으면, 직감적으로 '아, 저 친구가 지금 기분이 안 좋구나' 혹은 '내가 쟤한테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내게 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됩니다. 때로는 대놓고 화를 내거나 직설적으로 거절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나에 대한 상대의 태도를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p.130)



더 좋은 건 무조건 참고 이해하라는 식의 처방이 아니라 때로는 뻔뻔하게 굴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행동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며 자책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나 때문이 아니야. 운이 나빴어' 또는 '저 사람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를 줄일 수 있다. 나의 약점을 들추거나 지적하는 것을 즐기고 놀리는 사람에게는 공개적으로 당신이 나를 이렇게 놀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화를 내는 것이 좋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가족이고 친한 친구라도 관계를 끊는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나를 괴롭히는 인생의 조연들을 바꾸면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라는 연극이 훨씬 재미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이건 명절에도 마찬가지. 언제까지 명절날 신데렐라가 계모에게 구박받듯이 지낼 텐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명절에도 명절 아닌 날에도 오로지 나다. 그러니 이번 명절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보련다. 삼십 년을 울면서 명절을 지냈으니, 이제는 이래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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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2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다가오는 날부터 정신적 압박감이 느껴져요. 연휴 때만 느낄 수 있는 대가족의 정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예전 화목했던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건 어려운 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