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사는 법
이토 히로시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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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3만 엔 비즈니스 -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라는 책을 읽었다. 하나의 직업에 천착하지 않고, 한 달에 3만 엔(원화로 약 30만 원)을 벌 수 있는 수입원을 여러 개 만듦으로써 소박하지만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게 과연 가능할까'는 의문도 들었는데, 마침 그러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을 만났다. 이토 히로시의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다.



저자 이토 히로시는 교토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벤처기업에서 일하다가 월급을 스트레스 해소용 아이스크림 값으로 탕진하는가 하면, 건강을 망치고 친구 관계가 파탄나기 직전에 달하는 것을 참지 못해 퇴사를 결정,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하며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단한 기획이나 특별한 재능 없이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생활 밀착형 일, 즉 '생업'을 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이다. 



그가 하는 일로는 '몽골 진짜배기 생활체험 투어', '시골에서 장작가마로 굽는 빵가게 열기'의 기획, 산골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생화 장식 '하나아미'의 판매, 세미프로페셔널 목수 집단 '전국 마루깔기협회'와 콘크리트 담을 해머로 직접 해체하는 '콘크리트블록 담 해머해체협회', 셰어오피스 '스튜디오 4'와 교토의 숙소 '고킨엔' 운영 등 여러 가지. 이밖에도 농산품 판매, 웨딩업 등을 지난 5년 동안 경험했다. 공통점은 저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점. 밥벌이와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예를 들면, 웹디자이너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자기 일인데도 좀처럼 일이 진척되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자기 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미루게 되니까 말이다. 보다 중요한 일이 밀리게 되는 경우는 이처럼 흔하다. '대장장이 집에 식칼이 논다'라는 속담은 자칫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쉬운 시장경제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그러므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밥벌이로 하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89)



어떤 일을 하려면 일단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이미 돈을 써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말하자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저 자연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냈을 뿐인데 세계적인 위인이 된 <곤충기>의 저자 파브르, 작은 오두막과 다기에 큰 가치를 부여해 다도를 정립한 일본 다도의 거장 센 리큐의 사례에서 보듯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 중에는 놀랄 만큼의 저비용인 것이 많다. 저자 또한 몽골 현지 사람을 사귀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식으로 큰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던 일들을 차례차례 해냈다.


 

오늘날은 그런 인간적 소망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생업을 하나하나 만들어간다는 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이번 달에는 마루 깔기를 배웠어', '올해에는 쌀을 수확할 수 있었지' 같은 성취감을 오감 전체를 통해 느낀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결핍되기 쉬운 요소를 보충해줄 수 있다. 통계를 찾아본 것이 아니라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만연하는 것은 오감을 사용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사라져버린 사회적인 이유도 있지 않을까. (p.198)



저자는 '부가가치'를 외치기 전에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기 위해서라도 생업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일자리 부족이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도 인류의 본질적인 가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욕망이나 허영을 자극하고, 일을 위한 일을 만들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등 쓰레기 같은 것이 많다. 안 된다, 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하자', '보다 인간적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은 어떻느냐는 저자의 제안이 벅차면서도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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