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6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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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가장 많은 건 옷도 화장품도 아닌 책이다. 정기적으로 안 읽는 책을 중고서점에 내다 팔고, 지인들한테 나눠주고, 간간히 블로그를 통해 책나눔을 하는 데도 여전히 많다. 문제는 이렇게 책이 많고 태반이 읽지 않은 책인데도 끊임없이 사들인다는 것이다(실은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질렀다. 몇 권을 질렀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책이 뭐길래, 물욕 없다 자부하는 나조차도 탐을 내는 것일까.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만년>의 초판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린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신작 제6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를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것 역시 책보다 '탐욕'이었다. 이 시리즈를 2013년부터 올해로 3년째 읽고 있는데, 이번 6권에 이르러서야 이 시리즈가 고서가 아닌 책에 대한 탐욕을 다룬다는 사실을 발견하다니, 나도 참 느리고 둔하다.



맨처음 눈에 띄는 탐욕은 다나카의 탐욕이다. 1권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만년>의 초판본을 가지기 위해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인 시오리코를 계단에서 밀어 중상을 입히기까지 했던 다나카가 또다시 등장해 이번에는 시오리코가 가지고 있는 언컷본 <만년>이 아닌 다자이 오사무의 친필이 적힌 <만년>을 구한다고 의뢰를 한다. <만년>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형까지 살았으면서 출옥 후에도 변함없이 <만년>을 찾아다니는 그의 집착이 보통(?)의 독자인 나로서는 무섭기 그지 없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탐욕은 로마네스크 회원들의 탐욕이다. 오래 전 다자이 오사무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로마네스크'라는 모임을 결성했고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으나 책 한 권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이후로 평생을 보지 않았다. 책 한 권 때문에 친구가 되는 건 이해하지만 책 한 권 때문에 형제보다 더 가깝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다니. 로마네스크 회원은 아니지만, 이들의 관계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 사람이나,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역시 제 뜻만 이루려고 했던 사람의 비뚤어진 책탐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무서운 건 시오리코의 탐욕이다. 1권에서만 해도 가마쿠라역 부근의 고즈넉한 헌책방 '비블리아 고서당'을 운영하는 미인 사장에 불과했던 시오리코는 고서에 관한 지식만 넘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용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모든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나 사장으로서의 야망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책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만년>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보지 못한 <만년>의 또다른 판본을 보기 위해서만 그녀는 머리를 쓰고 말하고 행동한다. 책만이 추동할 수 있는 인간, 시오리코. 그녀가 가장 무섭다.



이 시리즈가 작가가 아닌 독자에 관한 소설이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들었다. 이전까지 이 시리즈가 고서와 해당 작품을 쓴 작가를 소개하는 줄만 알았고 마찬가지로 이번 6권도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과 그의 생애가 상세히 나오지만, 적어도 6권만큼은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를 흠모하고 동경한 독자들이 중심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고 비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그의 생애를 추적하고 그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며 평생을 보낸 독자들... 어떤 독자의 삶은 작가의 그것만큼이나 기구하고 극적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는 과연 어떤 독자일까. 그저 책을 탐하기만 한 독자로 남고 싶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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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6-1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공감가는말이네요책은사고싶고막상사고나서읽지도않고기냥두는사놓고1년지나서겨우다읽은책도있고몇년채읽지못하는살때는읽고싶었는데막상사고나니책장에책이차는것도좋지만맋~ㅇ책이많야책넣어둘때없으까걱정해야하는판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