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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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루마블이라는 보드 게임을 즐겨 했다. 겉보기엔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합만큼 게임판 위의 말을 움직이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말을 움직여서 도착한 도시의 주권을 사거나 건물을 지어 임대료 수입을 얻는 것으로 승부를 정하는 것이라서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어린아이들이 할 만한 놀이는 아니었다. 


김중혁이 쓴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에는 부루마블과 상당히 흡사한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이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각종 게임을 섭렵한 주인공 모노는 이 게임의 개발자. 게임이 히트를 치면서 순식간에 떼돈을 벌지만, 하나뿐인 친구 고우창의 아버지 고갑수가 불교, 가 아닌 '볼교'에 빠져 회사 돈을 들고 외국으로 도망을 가면서 안온한 일상이 흐트러진다. 고갑수를 찾아 이탈리아, 독일, 영국을 누비는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게임 속 현실에서 빠져나와 현실 속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까지 썼지만, 솔직히 며칠에 걸쳐 열심히 읽었는데도 작가가 무슨 뜻으로 이 소설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악기들의 도서관>, <일층 지하 일층>,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등 김중혁이 쓴 소설을 웬만큼 읽었는데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뜻을 알고 싶다든가, 이해하고 싶다든가 하는 게 어쩌면 나의 편견 내지는 고정관념이 아닐까, 고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하고 얻고 싶어하는 게 욕심이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만 봐도 그렇다. 모노는 돈이나 명예 같은 걸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아서 게임을 만들고, 모노의 주변 사람들도 뭔가를 바라고 그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같이 다니고, 고갑수마저도 무언가를 갈구해서 볼교를 믿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끌림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어린 시절엔 게임판 위 도시가 진짜 내 땅이 되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몇 시간씩 게임에 빠지곤 했는데, 어느 새 취미로 읽는 소설마저도 무언가 보상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게 되어버린 내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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