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는 습관
가네코 유키코 지음, 정지영 옮김 / 올댓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학에 '절약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는 것이 개인에게는 좋지만, 모든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면 사회 전체의 수요가 줄고 기업 생산이 줄어 국민소득이 줄어든다는 원리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를 '소비의 미덕'으로 치환한다. 소비를 늘릴 수록 사회 전체의 수요가 늘고 기업 생산이 늘어 국민소득이 늘어나니(기업이 잘 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계속 더 많이 소비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 기업 생산이 늘어서 노동자의 소득이 늘었나? 국민소득이 늘어서 모든 국민이 더 잘 살게 되었나? 자원은? 환경은??


 

가네코 유키코의 <사지 않는 습관>은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원리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면 왜 많은 사람들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서 가난을 면치 못하는가. 그 중에는 비싼 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명품 옷을 입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어설픈 절약을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돈을 아낀답시고 비싼 코트를 사는 대신 필요도 없는 니트를 몇 개씩 구입한다든가, 밥 한 끼 먹는 돈을 아껴서 별다방 커피 마시고 케이크 사먹으면 아끼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사지 않는 습관'이다. 아낀다, 절약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예 안 산다, 돈을 안 쓴다고 정해버리자. 그러면 돈이 모인다. 돈이 모이면 정말 사고 싶었던 걸 살 수 있다. 커피값 4천원을 한 달 동안 모으면 12만 원이다. 이걸로 코트든 백이든 사고 싶은 걸 사거나 몇 달 더 모아서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돈을 아예 안 쓰는 삶을 예찬한다기 보다 쓰긴 쓰되 지혜롭게 잘 쓰는 삶을 예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돈을 안 쓰면 있는 걸로 어떻게든 때우는(?) 기술이 생긴다. 밥을 사먹는 대신 요리를 해서 먹으면 요리 실력이 높아진다. 옷을 사는 대신 리폼을 하거나, 돈 내고 운동을 배우는 대신 공원을 걸으면 나만의 취미가 생긴다. 잘하면 투잡도 된다. 뭐든 일단 돈으로 때우려고 하지 말자.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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