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가겠다 -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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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다보니 서평집이나 독서 에세이 같은, 이른바 '책에 대한 책'을 즐겨 읽는다. 나같은 독자가 많은지 책에 대한 책이 한 달에도 몇 권씩 출간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읽지 않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들 만큼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많지 않은 탓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 김탁환의 <읽어가겠다>는 그런 생각을 붙들어 매고 읽을 수 있었다. 필력이면 필력, 책의 수준이면 수준, 무엇 하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읽고 싶어진 책이 늘어난 것은 물론 이미 읽었는데도 다시 읽고 싶어진 책도 있다. 



<읽어가겠다>는 김탁환이 오 년 동안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 중에서 '젊음'을 주제로 23권을 엄선해 엮은 책이다. <어린 왕자>, <플랜더스의 개>, <달과 6펜스>, <폭풍의 언덕> 같은 고전부터 <자기 앞의 생>, <모모>, <디어 라이프> 등 비교적 최신작까지 망라하며 <이것이 인간인가> 같은 논픽션도 있어 처음엔 왜 굳이 젊음이라는 주제를 택했나 싶었는데, 소설의 주제나 내용이 젊음에 관한 것이라서가 아니라 소설 그 자체가 젊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현재의 시간이 멈추는 듯한 경험.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시간이 멈추면 그 동안은 늙지 않을 터. 그래서 저자는 젊음이라는 주제를 택하고 소설을 '젊음의 동의어'라고 한 것은 아닐까(많은 소설가들이 제 나이대보다 젊어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과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남아 있는 나날>은 오래 전에 구입해 놓고 읽지 않았는데, 저자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만 (<녹턴>을 포함해) 두 권 소개한 것을 보니 매우 훌륭한 작가인가 보다. 거대한 시대적 담론이나 격정적인 러브 스토리 대신 인생의 의미, '말로 꼭 집어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삶의 결'을 그리는 작가라고 하니 어려울 거라는 지레짐작은 거두고 일단 읽어봐야겠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이미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읽고 싶어졌다. 대강의 줄거리는 기억하는데,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화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읽느라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밖에 <크눌프>, <연인>, <모두 다 예쁜 말들>, <한 여자>, <디어 라이프>,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같은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은 저자가 한두 번도 아니고 일곱 번이나 읽었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읽어야겠다. 읽을 때마다 저자는 어떤 것을 느꼈을까. 읽은 책을 다시 읽을 때 세월의 흐름을 느끼곤 하는데, 저자는 <불멸>을 읽으면서 적어도 여섯 번은 회춘했을 터. 다시 읽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닐 테니 그 때마다 회춘해서 지금의 감각적인 스토리텔링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읽을 때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젊은 날의 자신은 어땠는지도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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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책을 읽을 때 한 번도 안 읽은 책 소개만 골라 읽는 편이에요. 제가 읽었던 책이 언급되는 주제는 나중에 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