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데키나 오사무 엮음, 김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여러 개의 역할로 산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회사에선 직원, 집에선 딸이자 언니, 친구, 애인, 블로거 어느 역할 하나 쉽지가 않다. 허나 독일의 대문호 괴테 앞에선 입도 벙긋하지 않으련다. 작가이자 시인인 동시에 과학자, 정치가, 법률가, 심지어는 화려한 연애 편력을 자랑하는 애인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던 괴테.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은 괴테의 저작 <친화력>에 나오는 격언과 문구를 일본의 철학자 데키나 오사무가 해석, 괴테의 생애를 통해 그의 지혜와 통찰력을 한꺼번에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책에는 관계, 사랑, 성공, 사회, 예술, 교육, 인생, 마음 등 총 8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괴테의 지혜와 통찰력이 엿보이는 격언과 문구가 정리되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테마는 관계다. 괴테는 학자이자 작가, 정치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이 학문에만 몰두하다 보면 아버지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며, 과학의 세계에서도 학문이나 가설에만 사로잡혀 마치 눈이 멀고 귀가 먹은 것처럼 된다"(p.41)며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경계했다. 여기서 이념과 이데올로기란 단순히 학문이나 정치, 종교적 입장 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관념이나 편견 같은 인식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 관념으로 사람을 재단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찍이 경고한 것이다.

 

 

성공으로 이르는 지혜 또한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괴테는 "우리는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들을 만나면 은혜를 베푼 기억이 바로 머리에 떠오른다. 반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을 만났을 때는 자신이 입었던 은혜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p.70)라며 베푼 은혜보다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히 여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가깝게는 부모와 형제를 비롯한 가족부터, 은사와 친구, 직장 선후배, 동료에 이르기까지 매일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의 은혜를 입으며 살고 있음에도 감사를 표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에 반해 내가 베푼 아주 작은 친절이나 배려는 잊지도 않고 생색을 냈던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바이마르 공화국 재상을 지낸 정치가답게 국가와 사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괴테는 "공동으로 행해야 할 선행은 절대적이고 큰 권력에 의해 장려되어야 한다"(p.104)며 전쟁이나 지진 재해대책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 국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 재상으로 재임하던 당시 구획정리와 위생 분야를 개선해 바이마르를 근대 도시화하고, 예술 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했으며, 외진 시골의 작은 마을을 국제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고, 광산 채굴과 작물 개량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는 데에도 힘썼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며 말만 많은 여느 정치가, 문필가와 다르게 말을 행동으로 옮긴 셈. 그동안 잘 몰랐던 괴테의 삶을, 괴테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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