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어젯밤 라디오로 며칠 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故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었다. 전부터 수십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도 어제는 마치 잘 아는 사람이 멀리 떠나면서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처럼 처연하고 쓸쓸했다. 뮤지션의 죽음은 왜 더 짠하고 아픈 걸까. 그건 내가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80년에 사망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만 해도 그렇다. 나는 비틀즈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그의 생애도 잘 모르지만, 이제껏 노래로 그의 목소리를 수백 번은 들은 탓인지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마음이 짠했다. 이제 그 흥겨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들을 때에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괴롭다.

 

 

존 레논이 생전에 남긴 편지와 메모, 노트 등을 모은 최초의 책 <존 레논 레터스>

<존 레논 레터스>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의 느낌도 그랬다. <존 레논 레터스>는 비틀즈 공식 전기를 집필한 작가 헌터 데이비스가 존 레논이 가족, 연인, 친구, 동료, 팬, 심지어는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등 300점을 추적하고 시기별로 분류해 만든 책이다. 편지의 사연과 당시 그의 상황, 심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료를 일일이 사진으로 첨부해 두께와 분량이 상당하지만, 팬이 아닌 나조차도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었을 만큼 읽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존 레논의 생애

존 레논의 생애는 평탄치 않았다. 부모 없이 이모 손에 자란 그는 공부보다 록 음악을 더 좋아했고, 학교에서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을 만나 졸업 전에 밴드를 결성했지만 무명 시절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마침내 스물네 살 때 비틀즈로 '예수보다 높은 인기'를 얻게 되지만, 술과 유흥, 약물에 빠져 지내는 날이 더 많았고, 멤버들이 채 서른이 되기도 전에 비틀즈는 해체했다. 해체 이후에는 오노 요코와의 스캔들, 반전 운동 등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1980년 12월 마흔 살을 일기로 눈을 감았다.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이 책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는 존 레논의 친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많은 양의 편지와 엽서, 그림, 메모 등을 남겼다. 글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편지와 엽서가 보편적인 통신 수단이었던 탓이 크다. 선물을 보내줘서 고맙다, 멀리서 잘 지내고 있다 같은 짧은 인사를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몇 분 안에 전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전화 요금조차 비싸서 편지나 엽서로 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때는 번거롭고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후세 사람들이 삼십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뮤지션의 친필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요즘 인기 있는 뮤지션의 팬들은 누리기 힘든 호사다.


 

이제 글씨로 그를 기억하리라

돌이켜보니 중, 고등학교 때만 해도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친구들끼리 편지나 쪽지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잦았다. 그 때 받은 편지나 쪽지는 이사를 하면서 거의 다 잃어버렸지만, 어떤 친구들의 글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존 레논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들도 그러할 터. 비록 나는 그에게 직접 편지 한 장 받은 일이 없지만, <존 레논 레터스>라는 소중한 책을 읽은 지금부터는 그의 노래와 목소리, 글씨로 그를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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