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 멍청한 세상과 유쾌하게 소통하는 법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웃프다'라는 신조어가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슬프면서도 웃긴 상황을 가리키는 이 말은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세리다스의 산문집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명색이 강사인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알고 있는 연예인 가십을 나누라는 과제를 내지 않나, 파리에 살면서 <뉴욕타임스> 십자말풀이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아버지를 깨우지 않나, 기껏 파리까지 가서 <포켓 의학 프랑스어> 테이프를 들으며 틀니, 대변 검사, 항문같은 말만 배우지 않나, 그의 일상에는 시트콤같은 일들이 왕왕 벌어진다. 



유년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식들을 재즈 뮤지션으로 키우려고 억지로 악기를 배우게 한 아버지, 욕설 없이는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남동생, 아버지를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뚱뚱해보이는 옷을 입고 나타난 여동생을 가족으로 뒀으니 말 다했다. 골치를 썩인 건 식구들만이 아니다. 자신도 사투리를 쓰면서 혀 짧은 발음을 고치라고 강요했던 언어 치료사, 아버지 손에 끌려 온 저자에게 자기 여자친구가 엄청 예쁘다며 허세를 떨던 기타 선생까지... 괴짜인 저자보다 더 괴짜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슬픔으로 바뀌었다. 명색이 강사라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젊은 날, 뉴욕과 파리 같은 거대 도시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는 씁쓸함이 느껴지는가 하면, 육남매 속에서 욕이라도 해서 돋보여야 했던 남동생, 딸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아버지에게 그렇게라도 반항하고 싶었던 여동생, 재즈를 좋아하지만 주변에 취미를 공유할 친구가 없어 자식이라도 붙잡고 떠들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차례로 이해가 되면서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것을 보면 저자도 그저 세상을 조롱하려던 것은 아닐 터. 그도 역시 웃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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