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일본에서는 둔감하고 느린 사람이 성공하기에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둔감력>이라는 책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가 쓴 <바보ZONE>은 둔감함을 넘어 바보처럼 사는 것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라고 조언한다. 바보처럼 살지 않기 위해 애썼는데 이제는 바보처럼 살라니. 알고보니 저자가 말하는 바보란 지능이 낮고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작은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우직하게 한 길만 걷는 사람을 일컬었다. 쓸데 없는 일에 정신 팔지 말고 둔하게 대응하면서 자기 분야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



일본의 '센몬빠가[專門馬鹿]'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말로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란 '다른 것은 몰라도 된다. 다른 것은 못 해도 된다, 하나만 잘하면 그것이 최고다, 한 분야의 1인자가 최후의 1인자다'(p.67)를 모토로 한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를 뜻한다. 책에서는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를 예로 들었지만,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이들도 센몬빠가나 마찬가지다. 세 사람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천재였지만 대인관계나 사회성 면에서는 바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자기 분야에만 바보처럼 몰두한 덕분에 그들은 세계 최고의 기업가이자 자산가가 되었다. 먼 길을 돌아가는 듯 보였지만 그들은 사실 가장 가까운 길로 갔던 것이 아닐까?



어차피 날 때부터 천재가 아니었다면 바보처럼 살기로 결심해 볼 만도 하건만 천재도 바보도 아닌 어정쩡한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바보같다. 아니, 생각해보면 바보처럼 산 적이 아주 없지만은 않다. 남들이 입시다 취업이다 해서 공부할 때 일본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에 미치기도 했고, 실은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이직이다 대학원이다 유학이다 결혼이다 하면서 바쁜데 나만 책 읽느라 정신 없는 것 같아 종종 불안해진다. 하지만 덕분에 어학연수나 학원에 돈 안 쓰고도 일본어와 영어를 잘 하게 되었고, 한눈 팔지 않고 책으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라고 믿고 싶다). 나만 몰랐지 실은 나도 바보였던 걸까? 이런 삶도 저자가 말하는 바보같은 삶의 반열에 든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