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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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한 인생이란 어떤 걸까? 합격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누가 매기는 거지? 나의 인생. 이럴 리가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이 정도면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내가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내 인생은 한 번뿐이야.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끝난다는 것뿐. 누구보다 나은 인생 같은 것이 아니라 나, 개인의 문제겠지.

 

인생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인간은 책 따위 안 읽지 않을까? 아무것도 찾을 필요가 없다. 알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까지든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나의 집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은 하룻밤을 자고 다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pp.162-4)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열광하지만,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어느 드라마나 영화속 줄거리와 비슷할 수는 있어도 매일매일이 드라마같고 영화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다. 드라마처럼 하루하루가 시련의 연속이거나 영화처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작은 행복에 기뻐하고 작은 위기에 힘들어하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는 아주 잘 그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물론 나도 그렇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도 이제껏 나온 마스다 미리의 책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평범한 주인공, 평범한 일상, 평범한 만남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이제껏 마스다 미리 작품 중 최고로 손꼽았던 <주말엔 숲으로>만큼이나 좋았다. 주인공은 32세 서점 직원 쓰치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름도 별명도 쭉 '쓰치다'인, 존재감 약하고 평범 그 자체인 남성이다. 이제 슬슬 결혼해서 아내랑 아이랑 알콩달콩 살고 싶지만 만남 자체도 드물 뿐더러 어렵게 나간 소개팅에서 마음이 통한 여자에게는 곧 있으면 결혼할 애인이 있단다. 직장에서는 나름 10년 경력의 인정 받는 사원이지만 매장에 의자 하나 내 마음대로 못 놓는 신세.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저절로 하게될 줄 알았던 일들을 하나씩 포기하고 체념하고 미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같고 내 주변 사람들같아 안쓰러웠다.

 

 

쓰치다가 서점 직원이라는 설정도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 요인 중 하나다. 이 책에는 <우주형제>, <슬램덩크>, <원피스> 등 만화를 비롯해, <먼 북소리>, <빨강머리 앤>, <창가의 토토> 같은 책들이 곳곳에 소개되어 있다. 말하자면 쓰치다의 입을 빌어 저자가 추천하는 '책 속의 책'인 셈. 쓰치다와 책으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쓰치다를 어릴 때부터 귀여워했던 큰아버지도 독서광이셨고, 쓰치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도 모두 책으로 통한 인연들이다. 쓰치다가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만화가도 따지고 보면 책으로 이어진 인연인 셈(저자 마스다 미리라는 건 비밀!). 가장 중요한 수짱 얘기는 몇 장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쓰치다가 '수짱의 썸남'인 것은 사실! 두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 어떤 인연이 될까?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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