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멈추는 시간 -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 나를 위로하는 성서
이나미 지음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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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기독교 관련 서적을 연이어 두 권 읽었는데 신자가 아닌지라 이런 책을 읽으면 즐거운 마음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더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성서 내용을 잘 몰라도 읽을 만했다. 저자 이나미는 융 연구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저자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라고 한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예수님과 부처님, 공자님, 마호메트와 힌두의 신들을 모두 인정하는 다신교도(나랑 똑같다). 종교가 인간을 구원하는 절대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몇 년 전 어떤 이들에게는 과학이나 의학적인 심리 상담보다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으로부터 태어난 이 책은 이별로 인한 고통, 가족으로부터 입은 상처, 분노와 미움, 허무 등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심리문제의 해답을 성서에서 찾는 '성서 치유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들 중에는 좋은 일이 있으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해서 복을 주는 것이라고 믿고, 나쁜 일이 있으면 벌을 주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길가나 지하철에서도 자주 '예수 믿고 천국 가라', '예수 믿고 복 받으라'는 식의 말을 들을 수 있는데,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은 다 지옥 가라는 것인가, 복 받지 말라는 것인가, 그런 자세로 종교를 믿는 사람을 과연 좋은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역시 이런 인과응보, 기복신앙 적인 종교적 태도는 지양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나쁜 일이 생기면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건강한 종교적 태도라고 설명한다. 이는 가족이나 연인 등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별이나 불화 등 좋지 않은 상황을 내 탓 또는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종교적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명이나 팔자려니 하고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옳지 않다. 저자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성서속 인물과 구절을 인용해가며 설명한다. 신자가 아닌지라 모든 사례를 알고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신자라면 새로운 발견이 될 것 같다.



비단 성서의 내용만을 담고 있는 에세이는 아니다. 정신분석, 심리치료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나는 특히 예수의 삶을 통해서 '나는 이러이러해서 어려운 일은 못해', '내가 어떻게 그런 위험한 일을 해'라며 끊임없이 '나'만 강조하는 자아를 버리고, 더 큰 무언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참 자기'를 실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p.45). 자아, 초자아, 자기 같은 용어들을 이제껏 심리학 책에서 여러번 봐왔지만, 이렇게 예수의 삶에 빗대어 설명을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신자 중에도 예수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겠다고 기도하는 이는 많아도, 예수처럼 자기를 희생하고 극복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이는 드물지 않을까? 기독교를 믿는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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