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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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친척들 모두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이며 한때는 어머니도 교회에 나가셨고,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 잠깐 교회에 다닌 적도 있으며 심지어는 미션계 대학을 나왔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잠깐 교회에 다닐 때 지금까지도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얻은 탓인데, 그 때 이후 남에게 전도를 받아서 교회에 잠깐 나가보기도 하고 힘들 때 위안이 될까 해서 제 발로 찾아가 본 적도 있지만 꾸준히 다니기가 어려웠다. 전능하다는 신조차도 이십여 년 전 사람한테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젤롯>의 저자 레자 아슬란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까? 이란 출신인 저자는 어려서는 이슬람교를 믿었지만 1979년 이란 혁명 때 미국으로 건너간 다음에는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본격적으로 기독교를 공부하면서 다시 이슬람교도로 돌아간 복잡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불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성서를 열심히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모순 투성이었고 신앙 자체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이런 파격적인 주장 때문인지 이 책은 종교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신자인 사람도, 나처럼 신자가 아닌 사람도 읽어볼 만한 주제이기 때문이라.



신자도 아니거니와 성서 내용에 밝지 않아 종교학자인 저자의 학술적인 설명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나병 환자를 고치는 기적을 일으켰다든가,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했다든가 하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서 속 이야기들이 어떻게 가능했으며 기록되고 전승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읽을 만 했다. 저자는 기독교 신자들이 모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역사속 인물인 나사렛 예수를 구분하여 볼 것과, 나사렛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이들은 모두 예수 사후의 인물들로 당시로서는 이방인, 반항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염두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런 식으로 예수를 종교가 아닌 정치의 관점에서, 성서의 메시아가 아닌 정치적 이단아로 보는 점 역시 의의가 있다.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는 저자의 주장이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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